'양날의 검' 금리인상…스티글리츠 "연준, 중세시대 사혈요법"

전세계 중앙은행들이 미쳐 날뛰는 물가를 잡기 위해 공격적 금리인상을 단행하며 세계 경제가 침체될 위험에 놓였다고 AFP통신이 20일 진단했다. AFP는 이날 '금리인상: 중앙은행에 주어진 양날의 검'이란 제목의 기사를 내고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를 전했다.

◇스티글리츠 "연준, 중세시대 사혈치료중"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과 유럽중앙은행(ECB), 대부분 신흥국의 중앙은행들이 올해 금리를 올리며 수 십년 만에 최고로 치솟은 소비자 물가에 대응하고 있다. 금리인상의 목표는 경제활동을 늦춰 치솟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과 개인의 대출비용이 너무 급격하게 오르면 금리인상은 침체를 유발할 수 있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조셉 스티글리츠 콜롬비아대 경제학 교수는 AFP에 중앙은행들의 금리인상에 대해 중세시대 의술로 쓰였던 '사혈'(bloodletting)이 연상된다고 말했다. 환자의 피를 뽑으면 치료될 수 있다고 믿었던 것처럼 중앙은행이 물가를 잡을 수 있다는 믿음아래 금리인상이라는 사혈 치료를 벌이고 있다는 얘기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한 대개 환자가 피를 흘리면 회복되지 않는다"며 "환자가 피를 더 많이 흘릴 수록 더 아프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중앙은행들이 똑같은 일을 하는 것일까봐 걱정된다"고 경고했다.

연준의 통화정책결정기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오는 21일 기준 금리를 새로 결정하는 데 시장에서는 금리가 3연속으로 0.75%포인트(p) 인상될 가능성을 기정사실화한다. 심지어 FOMC가 이번에 금리를 단번에 1%p 올릴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연준 이외에도 영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스웨덴, 스위스의 중앙은행들도 이번주 정책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시적 인플레 '오판'

연준이 공격적 금리인상에 진심인 까닭은 높은 소비자물가가 좀처럼 내려올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예상보다 높은 상승률을 이어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폐쇄 이후 경제활동이 재개된 이후 공급은 급증한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고 부족했다. 공급망 정체가 즉각적으로 풀리지 않으면서 소비자물가는 빠른 속도로 올랐다.

게다가 지난해 연준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을 '일시적'(transitory)이라며 일축하는 바람에 인플레이션이 지속된 측면도 있다.

하지만 올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식품과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자 연준과 ECB는 일시적 인플레 진단이 오판이었다고 인정하고 금리인상의 시동을 걸었다.

이제 전세계 중앙은행들은 거의 동시 다발적으로 금리를 올리고 있다. 문제는 뒷북 대응과 늦은 것을 만회하기 위해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려 경제에 이익보다 해악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는 점이다.

IESEG경영대학원의 에릭 도르 경제학 교수는 "경제가 진짜 이렇게 둔화할 필요가 있을까"라며 "인플레이션 자체로 경제활동의 둔화를 유발했다. 일반 가계는 구매력이 상실하는 중이고 임금은 인플레이션에 비해 덜 올랐으며 인플레이션은 소비에 급제동을 걸었다"고 말했다.

◇ "금리 올려도 공급망 정체 계속"

지난주 세계은행은 보고서를 통해 통화긴축에 따른 경기둔화가 내년 세계경제의 침체를 유발할 수 있다며 특히 신흥 개발도상국들이 급격한 하락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금리인상이라는 치료제가 인플레이션이라는 병보다 더 큰 피해를 끼칠 수 있다는 우려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현재의 인플레이션을 유발한 것이 수요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금리를 올린다고 에너지 혹은 식품의 생산을 늘리거나 세계 공급망 정체를 해소하는 데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며 "전세계 중앙은행들은 수요가 이번 인플레이션을 일으켰다는 식으로 행동한다"고 지적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잘못된 진단에 따른 치료법을 사용하면 처방을 잘못 받는 것"이라며 금리인상은 공급망 정체를 해소하는 데에 필요한 투자비용을 높이고 월세를 올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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