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이 "팬데믹 끝났다"고 했는데 정말 그럴까

美 석 달째 매일 400명씩 사망…10월 비상사태도 연장할 듯

섣부른 발언 지적 多…막 시작한 부스터샷 캠페인에도 '찬물'

 

"팬데믹은 끝났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말인 지난 18일 CBS 인터뷰를 통해 발표한 코로나19 전 세계 대유행 종식 선언이 외신에서 회자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60분'에 출연, "우린 아직 코로나 문제를 겪고 있고, 그 때문에 많은 일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팬데믹은 끝났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는 앞서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팬데믹의 끝이 보인다"고 한 지 나흘 만에 나온 발언이라 더욱 눈길을 끌었다.

미국에서 팬데믹은 정말 끝났을까.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N,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의 검증 보도를 바탕으로 미국의 코로나19 감염 상황과 바이든 대통령 발언의 타당성을 짚어봤다.

◇공식적인 美 팬데믹 종식 선언인가.

물론 아니다. 미국은 WHO가 2020년 1월 처음 코로나19 공중보건비상사태(PHEIC)를 선포한 이래 이를 계속 연장해오고 있다. 가장 최근인 지난 7월 15일 결정에 따라 오는 10월 13일까지 연장된다.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대로 미국에 코로나19가 종식됐다면 10월 PHEIC는 더 연장되지 않아야 하겠지만, 주무부처인 미국 보건인적자원부(HHS)는 10월에도 연장 결정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그 3개월 후인 2023년 1월 미국은 공식적으로 PHEIC를 종료할 것이라고 로이터는 전망했다.

백악관 코로나19 대응 조정관 아시시 자 같은 보건 당국자들은 이달에도 "팬데믹은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바이러스와의 싸움에 변화가 진행되고 있음은 인정하고 있다.  

WHO는 2020년 1월 코로나19 PHEIC를 선포한 지 두 달 만인 그해 3월 팬데믹 선언을 했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의 최근 발언에도 불구, 코로나19의 WHO 감염병 지위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코로나19 감염 상황은 어떤가.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2019년 말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처음 이뤄진 이래, 지금까지 6억1741만7815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누적 사망자는 653만1369명이며, 이 중 올해 사망자는 100만 명 정도다.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 종식이 가까워졌다고 밝힌 근거로는, 백신과 치료제가 실제로 사망률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됐고, 9월 첫째주 사망자 수가 2020년 3월 이래 최저치라는 점이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하루 평균 400명 가까운 사람들이 코로나19로 계속 사망하고 있다. 코로나19 중증을 의미하는 입원환자 수도 하루 평균 4300여 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미국 내 코로나19 장기후유증 이른바 '롱 코비드' 환자는 2300만 명으로, 이들은 아직도 기나긴 바이러스와의 싸움을 하며 살고 있다.  

◇미국서 팬데믹이 물러나고 있다는 징후는 무엇인가.

바이든 대통령의 팬데믹 종식 발언은 디트로이트 오토쇼에 대해 얘기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북미 최대 규모 행사인데도, 대통령 주변에 마스크를 쓴 사람이 거의 없었다는 게 그의 언급이다.

CDC는 올해 2월부터 코로나19 감염 수준이 낮거나 중간인 지역(전국의 약 87%)에서는 실내 마스크 착용이 필요 없다고 권고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미 연방정부 기관들도 건물 내 마스크 착용 요건을 삭제했다.

대중교통 내 마스크 강제 착용 역시 법원의 판결로 중단됐다. 이후 뉴욕 등 대부분의 주(州)가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해제했다.  

이 밖에 전국 대부분의 학교는 원격 수업 대신 대면 수업을 재개했고, CDC는 이제 바이러스에 노출된 자도 특별한 증상이 없으면 격리를 권장하지 않는다고 지난달 밝혔으며, 이는 백신 미접종자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미국 인구의 약 95%가 백신 접종을 완료했거나 이전 감염으로 인한 면역을 획득했다고 CDC는 전했다. 미국은 오미크론 하위변이 BA.4·5를 겨냥한 개량백신으로 추가 접종을 이달 시작했으며, 미 방역 정책을 총괄하는 앤서니 파우치 박사는 이를 연례 독감 백신 접종에 비유했다.

 

◇섣부른 발언이란 지적도

이날 미 언론들은 일제히 바이든 대통령이 경솔한 발언을 했다고 질타했다.

WSJ는 하필 발언 시점이, 백악관이 의회에 코로나19 대응 예산 224억 달러를 요청하고 행정부가 오는 30일 예산 통과를 추진하는 가운데 나온 점을 들어 지적했다. 연방정부는 이 예산으로 백신 추가 구매 및 추가 개발에 나서려는데, 예산을 깎을 빌미를 공화당에 주는 꼴이 됐다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공화당 일각에선 기다렸다는 듯 이날 정책 변화를 촉구했다. 론 존슨 상원의원은 "팬데믹이 공식적으로 끝났으니 이제 모든 백신 의무화를 종료할 때"라고 했고, 토마스 마시 하원의원은 "팬데믹을 전제로 한 대통령과 주지사의 모든 비상 권한은 무효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CNN은 "정부가 독감 예방주사와 함께 코로나19 변이 예방주사를 추가로 맞도록 촉구하는 캠페인을 시작한지 불과 2주 후 나온 이번 발언으로 코로나19 대응을 두고 분열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올가을과 겨울은 개량백신 추가 접종을 통한 팬데믹 종식의 분수령으로 여겨지는데, 그 대응을 시작하기도 전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것이다.

특히 일부 공중보건 전문가들의 견해를 인용, 정치적 동기가 대중의 건강을 보호하기보다는 팬데믹 종식을 선언하려는 대통령의 욕구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네소타대 전염병연구소 마이클 오스터홀름 소장은 "우리 모두는 팬데믹이 끝나기를 원하지만 정책 결정만 한다고 해서 팬데믹이 사라질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 언제 끝나나.

팬데믹 종식은 결국 코로나19가 풍토병인 엔데믹으로 변화하면서 이뤄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자연스럽게 흘러가다보니, 팬데믹 종식 선언은 실제 종식 이후에 이뤄질 것이라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수렴한다.

즉, 먼저 종식을 선언하고 종식이 되는 게 아니라, 이미 전염병적으로는 자연스럽게 엔데믹이 된 뒤 사회적·정치적 의미로 종식 선언이 이뤄지는 모습으로 나아갈 것이란 전망이다.

미 CDC의 엔데믹 정의에 기초하면, 코로나19가 엔데믹이 된다는 건 인구에 지속적으로 존재하되 기준치, 예측 가능한 수준으로 발병하는 상태가 될 때 가능하다. 감염 상황이 더 안정적인 패턴으로 떨어지고 그렇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엔데믹이 될 것이라는 데 대부분의 역학자들이 동의한다.

하버드대 윌리엄 해니지 전염병학 부교수는 "현재 상황은 예전보다 훨씬 좋지만, 아무도 공중 보건에 대한 부담이 끝났고 이제 우리가 이 바이러스에 작별을 고할 수 있다고 속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결국 코로나19 종식이란 각국 정부와 사회가 용인할 수 있는 발병 수준과 그 대응에 달려 있다고 WSJ는 전했다.  

캘리포니아의대 밥 와처 교수는 "팬데믹이 언제 끝나는지에 대한 공식적인 과학 규칙은 없다"며 "실질적으로 전염병이 더 이상 대중과 정책입안자들에게 지배적인 우려를 나타내지 않고, 질병의 진로가 더 예측 가능하며, 사회가 다른 긴급한 우려로 이동, 안정 상태에 도달할 때 끝난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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