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400원 '눈앞' 1450원 전망도…美 고물가에 내년까지 '킹달러'

美 CPI 충격에 14일 장중 1395원 돌파…하루새 21.원 급등

"환율 불안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당분간 1400원대 머물 것"

 

달러·원 환율이 14일 글로벌 금융위기 한창이던 2009년 3월 이후 13년 5개월여 만에 장중 1395원을 넘었다. 간밤 발표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충격으로 '킹달러'가 지속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물가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세 번 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면서 환율이 1400원을 넘어 1450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장중 1395.5원을 기록했다. 2009년 3월31일(장중 1422.0원) 이후 13년 5개월여만에 최고다. 종가 기준으로도 1390.5원을 기록했다.

추석 연휴 전까지 5거래일 간 46.6원 급등한 환율은 최근 2거래일 간 10.6원 내리며 안정세를 찾는 양상을 보였지만 이날 하루 만에 최대 21.9원 급등했다. 최근 상승세를 고려할 때 1400원대 진입은 사실상 예견된 수순이다. 

13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 9월 CPI가 시장 전망치(8.1%)를 뛰어넘는 8.3%로 발표되면서 안전자산인 달러 선호 심리가 부각됐다. 지난 7월(9.1%)과 8월(8.5%)보다는 낮지만, 큰 폭의 하락을 기대하던 시장 참가자들에게는 충격을 줬다.

가격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 부문을 제외한 근원 CPI도 시장 전망(5.9%)을 웃도는 6.3%로 집계됐고, 전월대비로도 전망치(0.3%)보다 높은 0.6%를 기록하며 연준의 긴축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신호를 내비쳤다.

CPI 발표 직후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75bp(1bp=0.01%포인트) 인상될 확률은 100%를 기록했고, 전날까지 0%였던 100bp 인상 가능성도 22%까지 올랐다. 현재 2.5%인 미국의 정책금리가 연말쯤 4.25~4.5%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 당국도 미국의 금융시장 동향을 눈여겨 보고 있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비상경제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글로벌 인플레와 통화정책 정상화 스케줄 등에 주의하며 각별한 경계감을 갖고 금융·외환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원화 가치를 좌우하는 거시경제(매크로) 불안이 단기간 내 해소되기 어려운 만큼 이르면 올해, 늦으면 내년 상반기까지 고환율 흐름이 계속될 것으로 본다.

김효진 KB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연말까지는 환율 불안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FOMC에서 발표될 미국의 통화정책과 중국의 부동산 가격 하락세 진정, 유럽의 에너지 대란 안정화 등 3가지가 환율 방향성을 결정할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연준이 9월뿐만 아니라 11월에도 자이언트스텝에 나서는 등 미국의 긴축 속도가 가팔라질 수 있다는 우려에 환율이 당분간 1400원대를 유지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난 8일 1450원까지 환율 상단을 열어둬야 한다고 언급한 김준영 흥국증권 연구원은 이날 "물가 상방을 열어두고 있는 상황이어서 상단 전망 자체는 변화가 없다"면서도 "연준의 긴축 흐름이 지속될 수 있기에 1400원대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연말 기준금리가 4.5% 수준까지 예상되는데 한국도 기준금리를 덩달아 올린다고 예상하면 내년 1~2분기 금리인상 레이스가 끝나기 전까지 환율 고공행진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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