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환전할 걸, 출국 포기할까"…치솟는 환율에 유학생 '시름'

환율 연초보다 15%↑…원·달러 1500원 이상 전망도

"언제 환전하나"…출국 앞둔 유학생·주재원 근심 가득

 

서울 동작구에 사는 최모씨(39)는 올해 연말부터 3년간 미국 주재원으로 파견되는 기회를 얻었지만 최근 치솟는 환율에 마음이 불편하다. 월급 등은 현지 통화로 지급받는다 하더라도 기본적인 생활비는 미리 환전해놔야 하기 때문이다.


최씨의 주재원 파견이 결정된 지난 4월만 해도 원·달러 환율은 1210원대였다. 현재는 1380원대로 5개월여만에 급등했다. 문제는 앞으로 더 오를 수도 있다는 점이다.


주재원 파견이나 유학 등 해외 출국을 앞두고 환전 타이밍 때문에 머리가 복잡한 사람들이 늘고 있다.


최씨도 "1400원에서 멈추고 떨어질 거란 전망도 있고 1600원까지도 갈 것이란 예상도 있어서 도무지 타이밍을 잡을 수가 없다"며 푸념했다.


연휴 직전인 지난 8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연초(1193원)에 비해 15.7% 오른 달러당 1380.8원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생활비를 연간 5만달러로 잡으면 올해 초만 해도 6000만원 정도가 필요했지만 현재는 6900만원까지 크게 늘어난 상황이다. 미국의 대학 등록금 역시 3만~6만달러 수준인데 6만달러로 잡으면 지출해야 할 비용이 연초 대비 1000만원 이상 늘어나게 된다.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이나 학부모들도 마음이 복잡하다.


고등학생 아이를 미국 매사추세츠주로 유학 보낸 김모씨(47)는 매달 5000달러 내외의 생활비를 송금할 때마다 식은 땀이 난다고 했다.


김씨는 "언제 송금해야 괜찮을지 매번 고민이 된다"며 "환율이 계속 오른다고 하니 대출이라도 받아 반년 치 생활비를 한꺼번에 송금해야 할지 고민하는 지경"이라고 털어놨다.


환전을 미리 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사람들도 많다. 지난 6월 미국 생활을 시작한 이모씨는 '설마 환율이 더 오르겠어'라는 판단에 일부만 환전했다가 결과적으로 손해를 봤다. 이씨는 "6월에 환전을 다 했다면 500만원 이상 돈을 아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자책했다.


환율이 치솟다 보니 비용이 감당이 안 돼 출국 시점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박사과정을 준비하는 대학원생 박모씨(38)는 "환율이 올라가면서 연초에 세웠던 예산보다 2000만원이 넘게 추가로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영국 등 다른 국가로 바꿔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유학생, 주재원 등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환전 타이밍을 문의하거나 치솟는 환율에 대해 걱정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한 네티즌은 "아이 학비 때문에 겨울 전에 목돈이 들어가야 해서 매일 환율만 들여다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다른 네티즌은 "음식 한조각도 버리지 못하고 난민 생활하고 있다"며 "짜장면, 짬뽕, 탕수육을 시켰더니 10만원이 나왔다. 남은 짬뽕 국물을 포장해 재탕, 삼탕해 먹고 있다"고 털어놨다.


일부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1450원을 넘어서 1500원을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환율 급등의 배경에는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행진과 이에 따른 외국인의 주식 매도세, 무역적자 확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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