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미 좋은 시-황정원] 철도원

황정원(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지부 회원)

 

철도원


기찻길 한가운데 

기관사와 역무원, 전호기와 전호등

활자의 냄새가 선로 위로 출력되는 곳에

철도원이 있다

와도 좋습니다, 멈춰야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서투른 떠나기를

누군가에게는 이제야 돌아오는

여행자의 향수가 교행하는 곳에

철도원이 있다


망우역에서 도농역에서 남춘천역에서 

내린 여정들 건너가는 선로 옆자리

노란 꽃들의 충실한 기다림이 있는 곳

철도원이 있다


레일의 이야기, 역사 안의 사람들

후르득 먼 새는 보이지 않고 소리로 날다

회색만 칠해진 불편한 꿈에서 떨어진 

유리 같은 눈을 뜨면 괜찮아, 

어린잎 덜 핀 꽃들에게 떨어질 

빗소리가 하루 종일 고마운 역전 앞


푸른 깃발로 생의 열기에 대해 전호하는

어서 오라는, 잘 가시라는 인사를 

아버지 철도원의 가방 안에서 꺼낸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시애틀 뉴스/핫이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