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칼럼-전병두 목사] 에블린과 로데릭 이야기

전병두 목사(오리건 유진중앙교회 담임)

 

에블린과 로데릭 이야기


한국 전쟁 참전 용사의 부인으로부터 한통의 편지와 함께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앳된 모습의 군인 초상화 사진을 받았습니다. A 4 용지의 절반 가량을 채운 그 편지에는 다음과 같은 사연이 적혀 있었습니다.

“친애하는 목사님께, 로데릭 스미스(Roderick Smith)는 1951년 남,북한 경계지역 부근에서  21세의 나이로 전사하였습니다. 로데릭은 그해 8월19일에 전쟁터에서 목숨을 바쳤습니다. 그는 27보병부대의 의무병이었습니다. 

그가 (국방부로부터) 징집 영장을 받았을 당시에는 캘리포니아 소재 콜튼 장로교회 교인이었습니다. 로데릭은 당시에 (교회 부속) 웨스트민스트 친교부 회장이었고 성가대원이었습니다. 

그가 전사하자 그가 저축해 두었던 대학 등록금은 교회에 헌금하여 선교 사역을 계속하는 데 사용하게 하였습니다. 추모 예배 때 교회 성가대는 로데릭이 평소 즐겨 불렀던 ”보라, 하나님은 나의 구원이시라“ 

(Behold, God is My Salvation)는 찬송가를 불렀습니다. 만일 귀 교회에서 받아 주신다면 16X20 인치 크기의 로데릭 유화 초상화를 기꺼이 드리겠습니다. 저의 남편도 한국 전쟁 참전 용사입니다. 

우리(남편 로버트와 아내인 저)는 귀 교회에서 주최한 한국 전쟁 참전 용사 초청 보은의 음악회에 여러 번 참석해 왔습니다. 그러나 금년 나이 90이 된 남편은 건강이 좋지 못하여 지난 번 음악회(2020년 1월 음악회)는 참석하지 못하였습니다. 

자유를 지키기 위하여 한국 전쟁에 참전한 많은 미군 용사들을 위하여 귀 교회가 애정과 감사의 마음을 계속해 전해 주심에 심심한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자매된 에블린 존 드림.

편지를 읽은 후에 바로 답신을 아래와 같이 써서 보냈습니다. 

”안녕하세요 에블린 님. 세계의 평화와 특별히 대한민국을 위하여 헌신해 주신 참전 용사들을 위하여 개최해 온 보은의 음악회에 관하여 마음 따뜻한 편지를 보내 주셔서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한국을 위하여 참전 용사분들이 바쳐 주신 그 큰 희생과 사랑을 우리는 결코 잊을 수없습니다. 

금년에는 코로나 바이러스 대 유행으로 유감스럽게도 음악회를 개최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이 전염병이 사라지는 대로 곧 다시 보은의 음악회를 계속해서 개최하려고 합니다. 남편께서 건강의 악화로 지난 번 음악회에 참석하지 못하셔서 죄송하게 생각합니다만 다음 음악회 때에는 에블린 씨 내외 분께서 꼭 참석하시기를 기대합니다. 

로데릭 스미스 씨의 전사 이야기를 듣고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의 믿음과 우리 주님을 향한 헌신은 훌륭하였습니다. 초상화를 보내 주신다면 우리 교회에 비치하여 그의 삶을 기억하도록 하겠습니다. 남편의 건강이 곧 회복되시기를 빕니다. 전병두 목사 드림.

편지를 보낸 이틀 후에 에블린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초상화를 전달하기 위해 곧 방문하겠는 소식이었습니다. 그 다음 날 오전 11시에 약속대로 에블린 부인은 몸이 편치 못한 남편을 운전석 옆에 태우고 찾아왔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처럼 반갑고 정겨웠습니다. 매년 음악회 때 마다 일찍 찾아와 앞 자리에 앉곤 하였던 로버트씨는 무척 수척해 보였습니다. 부인은 그의 남편은 일주일에 세 번씩 투석을 해야 생명을 유지할 수있다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온화한 모습의 로버트씨는 모진 한국 전쟁에 참가했던 용사와는 거리가 먼 마음씨 착한 할어버지 모습이었습니다. 큼직한 가방에 정성스럽게 담아 온 초상화 속의 로데릭 얼굴은 어쩌면 로버트의 젊은 시절 얼굴과 닮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로데릭이 20세의 청년으로 콜튼 장로교회에서 찬양팀을 인도할 때 에블린은 13세의 소녀였고 로데릭에게서 찬양을 배우고 있었습니다. 에블린은 손수 그의 초상화를 정성스럽게 그려 평생을 소장하고 있었습니다. 로데릭이 의무 병으로 입대하게 된 것은 평소의 그의 신앙대로 비록 전쟁 터에서라도 남의 생명을 뺏는 것을 극히 두려워하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로데릭은 차라리 자신의 목숨을 바치는 쪽을 선택하였는 지 모릅니다. 헤어지기 전에 에블린은 봉투 하나를 꺼내어 전해 주었습니다. “목사님, 이것은 주님께 드리는 저희 부부의 헌금입니다.” 봉투를 전해 주는 손에서 따뜻한 체온이 함께 전달되었습니다. 이 분들에게 우리의 사랑을 전할 방법이 없을 까 우리 부부는 어제부터 궁리를 했습니다.

문득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택의 뒷 마당에서 자유롭게 기르는 닭에서 얻은 계란을 준비하였습니다. 지난 해 가을에 우리 중앙교회 농장에서 직접 채취한 꿀도 정성스럽게 포장했습니다. 우리가 전한 그 작은 선물에 에블린 부부는 어린 아이들처럼 기뻐하였습니다. 

저와 아내는 에블린 부부가 주차장을 완전히 빠져 나가는 동안 그 뒷 모습을 오랫동안 지켜 보고 서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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