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내년부터 한국산 전기차 보조금 혜택 제외…수출 타격에 민·관 초비상

이창양 산업장관 9월 방미 검토…내주부터는 고위급 연쇄 출장

FDPR 면제대상국 제외 때와 데자뷰…통상정책 기민한 대응 필요

 

미국의 이른바 '전기차 보조금법'으로 불리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을 앞두고 우리 정부의 대응이 분주하다. 이 법은 미국·캐나다·멕시코 등 북미에서 최종 생산·조립되는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국내에서, 그것도 제조 시 사용되는 핵심광물을 주로 중국에서 수입해 생산하는 국산 전기차의 경우 보조금 혜택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어 대미 전기차 수출산업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관련 법안이 미국 상·하원을 거치는 동안 우리나라에 적지 않은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이 어느 정도 예측됐다는 면에서, 정부 대응이 신속하지 못했다는 점은 이번에도 아쉬운 대목이다.

우리나라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인 지난 2월에도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대러 수출통제조치인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 면제대상국 명단에서도 우방국으로서는 유일하게 제외됐다가 가까스로 다시 포함되는 고초를 겪기도 했다.

◇미 '인플레 감축법' 내년 시행…韓 산업장관 9월 방미 검토

27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IRA 시행으로 인한 전기차 세액공제 기준 변경으로 당장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모델이 21종으로 줄어든 가운데 한국 업체 차종은 모두 수혜대상에서 제외됐다.

내년 시행에 들어갈 이 법은 북미산 전기차 중 북미에서 제조·조립한 배터리 부품의 비율과 북미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된 핵심 광물의 사용비율에 따라 차등해 세액을 공제해주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이 조건에 따르면 내년 약 987만원의 세액 공제의 절반은 핵심광물의 원산지 비율에 따라, 나머지 절반은 북미산 배터리 부품 사용 비율에 따라 차등적으로 지원하는 식이다.

당장 IRA 발효와 동시에 현대차·기아는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 현지에서 판매 중인 아이오닉5, EV6, 코나EVGV60, 니로EV 등 현대차·기아 전기차는 전량이 한국에서 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부랴부랴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지난 25일 자동차와 배터리 업계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국제 통상규범 위배 여부를 면밀히 검토하고, EU와 독일 등 우리와 유사한 입장인 국가들과 보조를 맞춰 대응하는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또 통상교섭본부장을 팀장으로 한 민관대응반을 구성해 미 행정부와 의회, 백악관 등을 대상으로 대응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정부 대응이 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당초 반도체 법안에 가드레일 문안이 없었는데 의회 논의 과정에서 추가됐고,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전기차 보조금도 민주당 내 비공개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전기차 구매 세액 공제 요건이 변경됐다"고 설명했다.

산업부는 당장 이번 달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이 미국을 방문하고, 다음 달에는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이 미 측에 우리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다. 이창양 장관도 9월 미국 출장을 계획하고 있다.

◇日, 美 IRA 입법 전부터 선제로비로 피해 줄여

일본은 입법 전부터 선제적으로 대응, 관련 피해를 최소화했다.

업계에서는 일본 도요타가 강력한 '미국 정계 로비'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 한 것은 물론, 상대적으로 진입이 늦은 전기차 시장에서 위치를 선점할 기회까지 얻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IRA의 이전 버전인 조 바이든 행정부의 '더 나은 재건 법(Build Back BetterBBB)'에는 노조가 있는 기업이 만든 차(Union Made Car)에 약 4500달러(한화 약 600만원)의 보조금을 추가로 주는 내용이 담겨 있었는데, 미국 공장에 노조가 있는 GM과 포드를 위한 혜택이었다. 

미국 내 10여개의 공장을 보유 중이지만, 노조가 없는 도요타로서는 치명적인 상황이었다. 

이 시기 IRA 추진과 관련 일본정부를 비롯해 독일, 프랑스, 한국 등이 미국에 서한을 보내 항의하는 가운데 도요타는 직접 미 정계를 설득하는 등 발 빠른 로비공세를 벌였고, 결국 IRA 최종안에 이 내용은 삭제됐다. 

이를 두고 불룸버그는 "바이든이 지난해 말 무너진 BBB법안에서 노조 인센티브를 주지 않기로 한 것은 도요타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승리"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물밑에서 자국기업을 지원한 일본정부의 역할도 주목받았다.

◇러 수출통제조치 FDPR 때와 데자뷰…대미 정책대응 변화 필요

우리나라는 지난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미국이 중심이 된 대러 수출통제조치인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 면제대상국에서 우방국으로서는 유일하게 제외됐다. 추후 협의를 거쳐 가까스로 포함되기는 했지만, 당시 우리 기업들은 수출 때마다 심사를 받아야하는 번거러움과 시간지연에 따른 비용 부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크게 우려했다.

FDPR은 미국이 아닌 제3국에서 만든 제품이라도 미국의 기술이나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생산한 경우 러시아 수출 가능 여부를 미국정부로부터 허가받도록 한 조치다.

미 상무부는 지난 2월24일 반도체와 컴퓨터, 통신‧정보보안 등 7개 분야 57개 하위기술을 활용해 만든 제품을 러시아로 수출할 때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발표했는데, 당시 호주, 캐나다, 일본, 영국 등은 적용을 면제받았지만 한국은 여기에 들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첫 공식발표 이후 일주일여 만에야 면제대상국 지위를 확보할 수 있었다.

가까운 두 번의 사례에 비쳐 대미 통상정책에 있어 보다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이번 사례를 당시 상황과 연결 짓기는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번 IRA는 미국의 의사결정에 가까운 문제로 정부차원에서 보면 현실적으로 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이번 IRA와 관련, 우리 내부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던 면을 점검해 봐야 한다"며 "국내기업들의 환경을 좀 더 개선하기 위한 노력에 가시적인 성과가 없었다고 한다면 그 자체는 지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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