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인플레 감축법에 韓 전기차 위기…해법 난망에 "유럽과 공조 검토"

자동차·배터리 업계 '울상'…정부, 업계 피해 최소화 위해 美 설득

'대화 협의' 우선하되 최악의 경우 WTO 제소 여부 등도 검토 방침

 

미국 내에서 조립되지 않는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the Inflation Reduction Act)이 통과되면서, 한국 자동차·배터리 업계가 악재를 맞게됐다. 

기존의 제도에서 보조금 혜택을 받아왔던 한국산 전기차들이 당장 내년 1월부터 미국이 제시한 추가 조건을 충족해야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우리 수출의 주축인 자동차 산업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정부 역시 미국에 수출 중인 한국산 전기차를 중심으로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 아래, IRA 시행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통상규범 위배 가능성이 있음을 미국 측에 지속적으로 제기하면서 협의에 나설 방침이다. 정부는 최악의 경우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여부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다. 

2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 관계자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당장 올해는 '북미에서 전기차가 최종조립 되어야 한다'는 요건이 발표됨에 따라 미국에 수출 중인 한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전기차 중심으로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상·하원을 통과한 IRA에 서명하고 보조금 지원 대상 전기차 리스트를 공개했다. 해당 리스트에는 미국 현지에서 판매 중인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 등 국내산 주력 모델이 이름을 올리면서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됐다. 

IRA에는 중국산 배터리와 핵심 광물을 탑재한 전기차를 미국의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하고, 자국 내에서 생산 및 조립된 전기차에만 지원을 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산업부는 당장 내년부터 IRA가 현행안대로 시행될 경우, 북미산 차종이라고 해도 광물 요건 충족이 어려울 것으로도 전망했다. 이에 따라 자동차 업계뿐 아니라 배터리 업계도 어려움에 직면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경우, 2024년부터 배터리에 들어가는 중국산 소재·부품 비중을 낮춰야 하기 때문이다. 리튬, 코발트, 흑연 등 핵심 광물의 제련시설이 중국에 집중되어 있는 만큼, 국내 업계에서는 미국이 제시한 요건을 단기간 내에는 충족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국내 배터리 업계가 중국에 의존을 많이 했기에 (미국 요건에 맞춰) 쉽게 바꾸기에는 고통스러운 과정이 있을 것"이라며 "공장을 새로 확보해야 되고, 관련 투자도 그만큼 늘어나는 등 새로운 이행 비용이 발생하면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정부는 미국 행정부에 인플레이션 감축법상 보조금 지급 요건을 완화해 줄 것을 요청해왔지만 우리의 요구가 반영되지 않으면서 국내 관련 업계를 비롯해 다른 나라와도 협력하는 방식으로 공동대응 방안 마련을 고민하고 있다. 

당장 이창양 장관은 이날 자동차·배터리 업계와의 긴급 간담회를 개최하고 IRA에 관련한 대응 논의에 나섰다. 이 장관은 간담회에서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의 지원 방안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IRA의 시행 전까지 미국 측을 최대한 설득할 방침이다. 내주에는 1급 고위 관료가 워싱턴을 방문해 우리 측의 우려를 전달할 예정이고, 9월에는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이 방미 출장을 계기로 관계자들을 만나 설득에 나설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IRA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독일, 스웨덴 등 유럽 국가들도 관련되어 있기에 공조 방안도 마련할 것"이라며 "일단은 미 행정부와 최대한 협의할 예정이고, 이런 과정에서 우리 국익에 침해되는 부분이 많을 경우에는 분쟁 해결 절차 등을 포함해 어떤 것이 효과적인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창양 장관도 지난 2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IRA가 시행되려면 미국 재무부가 기준을 정해야 한다. 여기에 가급적 우리 업계의 요구사항이 많이 반영되도록 협의하겠다"면서 "상당한 경각심을 갖고 이 문제를 다루고 있고 IRA가 미국의 자국 산업 우선 경향의 첫 시작이라고 보고 있다. 앞으로 어떤 전략으로 대응할지에 대해서 업계와 아주 깊이 있게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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