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20년래 최약세…1유로=1달러 '패리티 붕괴' 배경과 의미

1유로=1달러 '시장의 심리적 지지선', 무너져

 

유로가 23일(현지시간) 달러와 같은 패리티로 다시 떨어지며 20년 만에 최약세를 재현했다. 1유로=1달러라는 시장의 심리적 지지선은 중요하다. 일단 무너지면 반등해도 되떨어지며 한동안 지지선을 회복하기 쉽지 않다. 

유럽 경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전쟁으로 에너지 위기에 휩싸였고 유로는 유럽의 침체 위기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PBS방송이 이번 패리티의 의미와 배경, 승자와 패자 등을 질문과 답변식으로 살펴본 것을 정리해봤다. 

1. 1유로=1달러는 무슨 의미인가?

유럽과 미국의 통화가 똑같은 가치를 가진다는 얘기다. 한 국가의 환율은 경제 전망을 반영한다. 그동안 달러를 상회하던 유로가 떨어지며 이번 패리티는 유럽 경제전망도 어두워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높은 에너지 가격과 기록적 인플레이션으로 유럽 경제에 먹구름이 끼였다. 유럽은 에너지 자립도가 높은 미국과 달리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에 의존해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치솟은 에너지 가격은 지난달 유로존 인플레이션을 8.9%로 끌어 올렸다. 전기 요금 뿐 아니라 식료품을 비롯한 거의 모든 제품과 서비스 가격이 올랐다. 

국제금융협회(IIF)의 로빈 브룩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금 유로가 싸다고 생각한다면 다시 생각해야 할 것"이라며 "독일 제조업은 값싼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접근성을 상실했고 이는 경쟁력도 사라질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글로벌 침체가 오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2. 이전에 유로와 달러가 같았던 패리티는 없었나?

앞서 유로가 달러와의 패리티 밑으로 유의미하게 지속됐던 것은 2002년 7월 15일이었다.

유로는 1999년 1월 1일 탄생 직후 1.18달러까지 치솟았고 당시가 사상 최고가였다. 이후 유로는 계속 내려와 2000년 2월 달러와 패리티에 도달했고그 해 10월 0.823달러까지 밀렸다. 하지만 2002년 미국의 무역적자가 커지며 유로는 달러와의 패리티에서 벗어나 상승했다. 

그리고 20년이 지나 유로는 다시 달러와 패리티로 하락했다. 달러는 세계 무역에서 사용되는 기축통화로 세계 중앙은행들이 가장 많이 보유하는 외환이다. 또 달러는 유로를 포함한 주요 6개국 통화에 대비해서도 강세다. 경제 불확실성 속에서 달러는 안전자산의 매력도도 높다. 

3. 왜 유로는 약세인가?

가장 큰 이유는 세계 최대 경제국 미국의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가 40년 만에 최고로 오른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라고 애널리스트들은 입을 모은다. 

연준이 유럽중앙은행(ECB)보다 더 많이 금리를 올리면 금리 격차로 인해 투자자들은 돈을 유로 표시 자산에서 달러 표시 자산으로 갈아탈 동인이 커진다. 투자자들이 유로를 팔고 달러를 사면서 유로 약세, 달러 강세가 되는 것이다. 

지난달 ECB 역시 11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예상보다 많은 0.5%포인트(p) 올렸다. ECB는 다음달에도 금리를 올릴 것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경제는 침체에 빠지기 일보직전으로 이는 ECB의 금리인상 일정에 제동을 가할 수 있다. 반면 미국 경제는 유럽에 비해 견조해 보여 연준은 금리인상을 강행할 여유가 있고 금리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4. 승자는?

유럽을 찾는 미국인 관광객들은 더 싸게 제품과 서비스를 사거나 이용할 수 있다. 유로 약세는 미국에 보내진 유럽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인다. 

미국 측면에서 달러 강세는 자동차부터 컴퓨터, 인형, 의료기기까지 다양한 수입제품의 가격이 낮아진다는 의미로 높은 인플레이션에 하방 압력을 가할 수 있다. 

5. 패자는?

유럽에서 사업을 하는 미국 기업들이 자국으로 돈을 송금하면 환율로 인해 매출이 쪼그라든다. 또 미국산 제품은 달러 강세로 해외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무역적자는 더 벌어져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줄인다. 

유로 약세는 ECB에도 골칫거리다. 유로 약세로 인해 원유와 같은 수입품의 가격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ECB는 높은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높은 금리는 경제성장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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