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신저 "미국 균형감각 잃었고, 전략적 리더십도 부족"

'전설의 외교관' 헨리 키신저가 자신의 19번째 책을 출간하고, “미국 지도부가 균형감각을 잃었으며, 전략적 리더십도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미국의 주요 매체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현지시간) 키신저가 최근 ‘리더십 : 세계 전략의 6가지 연구’를 출간하고 미국 정부를 이같이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6가지 연구에서 콘래드 아데나워 독일 수상, 샤를 드골 프랑스 대통령,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 안와르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 리콴유 싱가포르 총리, 마가렛 대처 영국 총리의 역사적 성취와 리더십을 분석했다.

그는 이 책에서 현대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을 ‘균형감각’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1950년대부터 핵전략에 관해 글을 쓰는 하버드대 교수였을 때부터 균형감각을 중시했다.

그는 그때부터 핵무기가 국제세력 간 균형을 이루는 ‘핵심 장치’였다고 봤다. 핵전쟁이 발생하면 지구가 멸망할 수 있기 때문에 강대국 간에 세력 균형이 이뤄질 수 있었다고 본 것이다.

그의 이같은 생각은 그가 외교관으로 데뷔한 이후에도 그의 정책과 사상의 핵심을 이뤘다.

키신저는 그러나 이번 책에서 세상이 갈수록 불균형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고조된 대만 위기,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것은 미국이 균형감각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미중 관계의 기본은 ‘하나의 중국’(대만도 중국땅)이라는 대전제라며 미국이 기본 전제를 깨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미국이 이 기본 전제를 무시하면 미중간 갈등이 무력충돌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봤다.

키신저는 "우리의 군사적 능력을 전략적 목적과 어떻게 결합할 것인지, 그리고 그것을 우리의 도덕적 목적과 어떻게 일치시킬 것인지를 연구해야 한다"며 "현재 미국 외교는 전략적 러더십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크라니아 전쟁에 대해서도 미국과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의 경솔한 행동이 위기를 불러왔다고 진단했다.

그는 나토가 우크라이나에 동맹에 가입할 수 있다고 신호를 보낸 것은 큰 실수였으며, 이는 균형 감각이 깨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한때 구소련의 땅이었다며 우크라이나는 독립을 주장하지만 러시아인들은 지금도 우크라이나를 그들의 영토라고 생각한다며 우크라이나의 역할은 서방과 러시아의 완충지대에 머무는 것이 세계평화에 더 효과적이라고 분석했다.

북유럽의 핀란드 같이 우크라이나도 완충지대에 머물렀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그러나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며 “이제 공식적이든 아니든 우크라이나는 이번 전쟁으로 나토 회원국으로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해 99세인 그는 20세기 외교관이다. 21세기에는 그의 진단이 틀릴 수도 있다. 그러나 99세에도 활발한 저작활동을 하고, 주요 외신이 그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만으로도 경이롭다고 할 수 있겠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시애틀 뉴스/핫이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