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미 좋은 시-김재완] 루파인꽃 지다
- 22-08-15
김재완 시인/화가
루파인꽃 지다
아차,
눈산에 오는 길이 느렸구나
그 무성하던 들꽃이 드물구나
아직 하얀 마가렛 사이로
페인트 부러쉬의 연어들이 숨는구나
여린 좁쌀 아이들도 기다리다 토라졌구나
온 계곡을 덮어주던
루파인은 씨를 맺는 중,
그 보랏빛 파도는 간 곳 없구나
가슴 풀어헤친
흰 저고리
암청색 통치마
희고 붉고 노란
그 중에 제일은 네 보랏빛 노리개가 아니더냐
가슴 벅찬 그리움으로
너를 기어이 보려 했더니…
처자야!
가는 세월에 꽃지고
구릉에 바람 세찬데
내 걸음이 느림을 탓하지 말거라
이 몸도 세월 따라
흔들리니
급히 오던 길이 더디었구나
너를 보지 못하고
떠나는 노객
심상에 핀 루파인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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