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미 좋은 시-김재완] 루파인꽃 지다

김재완 시인/화가

 

루파인꽃 지다


아차, 

눈산에 오는 길이 느렸구나

그 무성하던 들꽃이 드물구나

아직 하얀 마가렛 사이로

페인트 부러쉬의 연어들이 숨는구나

여린 좁쌀 아이들도 기다리다 토라졌구나


온 계곡을 덮어주던

루파인은 씨를 맺는 중, 

그 보랏빛 파도는 간 곳 없구나


가슴 풀어헤친

흰 저고리

암청색 통치마

희고 붉고 노란 

그 중에 제일은 네 보랏빛 노리개가 아니더냐

가슴 벅찬 그리움으로

너를 기어이 보려 했더니…


처자야!

가는 세월에 꽃지고

구릉에 바람 세찬데 

내 걸음이 느림을 탓하지 말거라

이 몸도 세월 따라

흔들리니

급히 오던 길이 더디었구나


너를 보지 못하고

떠나는 노객

심상에 핀 루파인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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