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 급습' 트럼프…기밀문서 반출 혐의 유죄받으면 대선 출마는?

FBI 마러라고 자택 압수수색…미 사상 초유의 전직 대통령 강제수사

트럼프·공화 '정치수사' 반발…11월 중간선거·2024 대선 뇌관으로

 

퇴임시 백악관 기밀문서를 빼돌린 혐의로 미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의 강제수사 대상이 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죄를 받을 경우 2024년 대선 출마 자격을 박탈당할지가 미국 정치권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수사를 '정치 수사'로 규정하고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혀 이번 계기 재선 출마 시점을 앞당길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데, 전직 대통령 자택 압수수색이라는 초유의 사태 속 법률 전문가들의 해석도 분분하다.

무엇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 바이든 행정부의 법무부를 상대로 법적 다툼을 벌일 경우, 2016년 미 대선 국면에서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의 '이메일 스캔들' 때처럼 지난한 '진흙탕 싸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FBI, 트럼프 자택 압색…공화당 '정치 수사' 반발

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USA투데이 등 미국 언론의 관심은 FBI의 강제수사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4 재선 도전이 저지될 것인지에 집중됐다.

 

전날(8일) FBI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전격 집행했는데, 트럼프의 주장에 따르면 '개인 금고까지 탈탈 털었다'고 한다.  

미 법무부와 FBI는 수사 상황 관련 함구하고 있지만, 미 언론들은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수사가 2020년 대선과 2021년 1·6 의사당 폭동 등 국면에서의 이른바 '선거 뒤집기' 의혹을 정조준한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나올 때 기밀문서 등 공식기록물을 무단 반출 내지 폐기했다고 보고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이다. 앞서 올해 2월 이 같은 내용의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가 나온 뒤 국가기록원은 마러라고에서 15개의 문서 상자를 회수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사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은 이번 수사를 정치 수사로 규정하고 반발했다. 트럼프 전대통령은 "내가 2024년 대선에 출마하지 않기를 바라는 급진좌파 민주당원의 공격"이라고 주장한 뒤, 오히려 출마 의사를 시사하는 영상을 올려 반격했다.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공화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탈환하는 즉시 법무부를 감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CNN은 전직 검사 출신인 자사 법률 자문 엘리 호닉을 인용, "기밀 문서를 잘못 제거하는 건 연방법상 범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법무부가 제기한 범죄 혐의가 유죄로 인정될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4 재선은 저지될까.

◇재선 저지할 법률 존재…헌법상 후보 제한 요건과 충돌 소지도

NYT에 따르면 이번 사태에 적용될 수 있는 법률은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스파이법(Espionage Act)이 거론되는데, 국방 관련 정보를 무단으로 보관하는 것을 범죄로 규정한 것으로, 건당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특히 주목받는 법 조항으로는 미 연방법(USC) 18번째 타이틀 섹션 2071이 거론된다. 정부 문서나 기록을 보관한 자가 고의적이고 불법적으로 은폐, 제거, 훼손, 말살, 변조 또는 파기할 경우 이를 범죄로 규정한 조항이다.

대상 문서나 기록을 기밀 정보에 국한하지도 않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반출했을 것으로 의심되는 문서가 기밀이 아니라도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죄 인정 시 2000달러 이하 벌금과 3년 이하 징역이 가능하며, 대상자가 현재 연방 직위에 있을 경우 그 직위를 몰수토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어떤 연방 직위 차지도 부적격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법조항이 헌법과 충돌할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미국 헌법 제2조는 대통령 자격 요건을 3가지로 규정하고 있는데, △미국에 거주한지 14년 이상 된 △나이가 35세 이상 △미국 태생 시민권자(natural born citizen)면 된다.

NYT는 "헌법과 연방법이 충돌할 때 헌법이 우세하기 때문에, 의회가 '정부 문서 불법 반출로 유죄 판결을 받지 않은 자'라는 요건을 추가하는 등 기준을 변경할 권한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 "헌법은 의회에 탄핵 절차를 통해 유죄 처벌 같은 부적격자의 연방직위 입성을 막을 권리를 부여하고 있긴 하지만, 헌법 조문 어디에도 의원들이 일반 형법을 사용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규정한 내용은 없다"고 전했다.

트럼프 측이 '연방법 18번째 타이틀 섹션 2071'상 유죄를 받더라도 출마를 저지당할 경우 위헌 여부를 다툴 수 있다는 것이다.

◇2024 대선 앞두고 '진흙탕 싸움' 예고

 

법률 전문가들은 "대통령 선거 출마 자격은 의회가 아닌 헌법이 결정하며, 연방법 섹션을 대통령직에 적용시키려 하는 시도는 법적 다툼으로 가면 틀림없이 실패할 것"이라라는 게 중론이라고 USA투데이는 전했다.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유진 볼로흐 법학 교수는 "나는 트럼프가 이 법률로 대통령 후보 자격을 박탈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대법원은 헌법상 공직 후보 자격 기준은 본질적으로 배타적 기준에 해당한다고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NYT에 따르면 미 연방대법원은 1969년 하원의원 의원직과 1995년 상·하원의원 임기 제한 등 판단에 있어 헌법과 민주주의 기본원칙을 우선해 각각 의원직 박탈과 임기 제한 시도를 막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다만 대법원이 대통령 후보자에 대해 이런 판단을 내리거나, 다른 하급심에서 판례가 인용된 사례는 전무하다.  

조지워싱턴대 랜들 엘리슨 법학 교수는 "확실치는 않다. 결정된 일은 아니라고 본다"면서도 "해당 결격 조항이 대통령직에도 적용될지는 의문"이라는 견해를 조심스럽게 제시했다.

 

연방법 18번째 타이틀 섹션 2071은 특히 2015~2016년 미 대선 국면에서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의 '이메일 스캔들' 때 회자된 바 있는 법조항이다.

당시 클린턴 후보는 국무장관 시절 개인 이메일로 기밀을 포함한 공문서를 주고받은 혐의로 FBI 수사선상에 올랐다가 결국 1년여 만에 불기소 처리되는 진통을 겪은 바 있다.

당시 클린턴 캠프의 법무자문위원으로 활동했던 마크 엘리아스 변호사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헌법상 자격요건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대통령직에 이 법조항을 적용하는 것이 가져올 법적 어려움을 인정한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다만 그는 "한 후보가 선거운동 기간 이런 소송을 해야 한다는 건 '미국 정치의 블록버스터'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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