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년전 여성 살해한 美 남성, DNA 수사로 결국 덜미 잡혔다

범인의 조부모 추적해 여러 기록과 비교…양차 대전 당시 기록까지 뒤져


미국에서 한 여성을 살해한 남성이 유전자 계보를 활용한 수사로 46년만에 체포됐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팬실베이니아 주 랭커스터 카운티 지방 검사에 따르면 린디 수 비클러는 1975년 12월5일 펜실베이니아주 매너타운십 아파트에서 흉기에 찔려 19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그녀는 사망 당시 목과 가슴, 등, 복부 등에 19곳에 자상을 입었다고 검찰은 밝혔다.

당시 흉기로 사용된 칼에는 티타월이 감겨 있었으며, 수십 년 동안 범인이 체포되지 않았다.

검찰은 1990년대 피해자의 속옷에 남은 정액에서 나온 DNA를 국가 사법 DNA 데이터베이스인 CODIS에 제출했지만 일치하는 인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영구 미제로 남을뻔한 사건의 실마리를 찾은 사람은 바로 파라본 나노랩스의 수석 유전자 계보학자인 시세 무어였다. 그녀는 밝혀지지 않은 용의자의 DNA를 이용해 가계도를 추적하는 유전자 계보를 통해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유전자 계보(Genetic genealogy)는 지난 2018년 미국 최악의 장기 미제사건인 '골든스테이트 살인마'의 범인을 찾아내는 데 사용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미국 수사기관은 용의자로 지목된 조셉 제임스 드앤젤로가 남긴 DNA 증거를 수집·분석해 검거했다.

유전자 계보는 범죄 현장에 남은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용의자의 DNA를 가져와 데이터베이스에 가족들의 샘플과 비교해 식별하는 방법이다.

무어는 비클러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했을 때 초기에는 용의자들의 아주 먼 친척들만을 찾을 수 있어 수사에 난항을 겪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후 새로운 방법을 찾아냈다. 그녀는 "가스페리나라고 불리는 이탈리아 남부의 한 마을에서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랭커스터로 이주하는 패턴이 매우 뚜렷한 점"에 주목했다.

무어는 몇 달 동안 랭커스터 카운티의 문서를 뒤져 이탈리아 출신 주민들로 구성된 지역 클럽을 찾아냈다고 말했다. 그녀는 "용의자가 가스페리나라는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가스페리나에서 랭커스터 카운티로 이민 온 사람들을 찾아냈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범행이 발생할 당시 랭커스터에 약 2300명의 이탈리아인들이 거주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냈으며, 양차 세계대전 당시 입영 등록증 등 관련 문서를 비교해 용의자를 추적했다.

그 결과 그녀는 데이비드 시노폴리(680)라는 남성을 용의자로 특정했다. 검찰에 따르면 시노폴리의 조부모는 모두 가스페리나 출신이며, 그는 이전에 피해자가 거주하던 아파트 단지에 살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지난 2월 시노폴리를 수사해 그가 필라델피아 국제공항에서 사용하고 버린 커피잔을 회수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시노폴리의 커피잔에 묻은 DNA가 피해자의 속옷에서 발견된 정액과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며, 지난 17일 그를 자택에서 체포했다고 밝혔다.

헤더 애덤스 랭커스터 카운티 지방 검사는 기자회견에서 "시노폴리는 우리의 수사망에 잡히지 않았던 인물"이라며 "수년에 걸친 어떤 정보도 그를 용의자로 가리키진 않았었다"고 말했다.

애덤스 검사는 시세 무어와 파라본 나노랩스의 도움이 없었다면 범인을 체포하기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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