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돈바스 전역 함락되면 휴전 선포?"…'휴전설' 제기된 배경은

CNN·WP 등 보도 이어지지만 전문가 관측 불과…젤렌스키도, 바이든도 타협 여지 안 보여 

푸틴 의중도 '오리무중'

 

러시아의 침공으로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5일 기준 132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미 유력 언론에서도 휴전 관측이 제기돼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對)러시아 제재의 '부메랑'으로 경제 전쟁을 치르고 있는 유럽 국가에서는 이미 '전쟁 피로감'이란 단어가 적지 않게 언급돼온 터지만, 미국에서는 '휴전'이란 단어가 그닥 힘을 얻지 못했다.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은 올해 5월 23일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우크라이나 지도부가 현실을 인식하고 영토 일부를 내주더라도 러시아와 평화협정을 맺을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국내외에서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영토할양을 전제로 한 휴전설이 다시 힘을 받는 결정적 변수가 된 건 이달 3일로 공식화된 리시찬스크 함락이다. 돈바스의 한 축인 루한스크 주(州) 전역이 러시아군 손에 들어가면서, 이제 돈바스 영토의 75%가 러군 우세 지역이 됐다. 

돈바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행한 '특별군사작전'을 시작하며 내세운 명분이다. 우크라이나 정부의 돈바스 지역 러시아계 주민 탄압이 구실이었다. 

이에 러시아가 마침내 돈바스에서 우위를 차지하면 전쟁이 끝날지, 다음 목표가 상정될지는 개전 이래 최대 관심사였는데, 그 첫 번째 답을 찾을 순간이 다가오는 것이다.

◇루한스크 함락이 '터닝 포인트'…WP도 CNN도 "휴전 가능성" 

미국 CNN은 루한스크 함락이 공식화된 이튿날인 4일(현지시간) 방송에서 기자 및 전문가 분석을 통해 러시아가 도네츠크에서까지 승리해 '돈바스 해방' 목표를 달성하면 휴전을 선포할 수 있다는 관측을 제기했다. 물론 이 휴전안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선포에 응해 평화협상을 재개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기고문을 통해 아예 그 시기와 구체적인 방법론까지 제시했다. 시기는 올여름이나 가을쯤이 될 것이며, 러시아가 지금까지 장악한 동부와 2014년 합병한 크림반도 및 그 사이 동남부 회랑을 '넘겨주는' 방식이다. 

다만 이 같은 국경선은 영구적인 합의가 아니며, 서방과 우크라이나는 이곳이 모두 우크라이나 땅이라는 원칙적 입장을 견지한 채 블라디미르 푸틴 이후 등장할 새 러시아 지도자와 영토 회복 협상을 할 희망을 갖는 안이라고 오핸런 연구원은 설명했다. 

영토가 넘어간 만큼 제재를 유지하되 더 확대하진 않는 유인책을 사용하고, 2차 침공을 막기 위해선 휴전선에 국제평화유지군을 배치하는 안도 제시했다. 영토 처리 관련해선 신뢰할 수 있는 주민투표를 열거나, 양측의 공동 주권·자치구역화 하는 방법도 부연했다. 

결국은 우크라이나 땅에서 매일 수백 명이 희생되고, 세계 식량난과 유가 급등으로 인플레이션이 가중하는 만큼, 최대한 빨리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필요성에서 나온 주장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우크라이나의 여론도 호응하지 않으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전혀 기색을 보이지 않는 점은 휴전설의 힘을 빼는 대목이다.  

◇젤렌스키, '영토 탈환' 다짐…바이든 "우크라 패배 없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군이 병사들의 희생을 이유로 철군을 발표한 4일 밤 연설을 통해 영토 탈환을 다짐했다. 그는 "어떤 것도 포기하지 않는다"며 "전술과 현대식 무기 공급을 늘려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전쟁이) 어떻게 끝날지 알 수 없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패배'시키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키이우 함락이라는 1단계 군사작전 목표에 실패하고 서방의 제재를 받는 러시아와, 영토 일부를 빼앗기고 분단될 가능성이 큰 우크라이나 사이에 이번 전쟁의 승리와 패배를 정의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언급이 다각도로 해석될 여지는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이 같은 휴전론이 미국은 물론 서방 전체에서 구체화되진 않은 것 같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6~28일 개최된 주요 7개국(G7)·28~30일 개최 나토 정상회의를 결산 평가하면서 "각국 정상이 긴 소모전의 최종 단계(endgame)는 다루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은 G7 정상회의 시기 가진 기자회견에서 "동맹국들과 올겨울 전 우크라이나군이 전쟁에서 최대한 많은 영향력을 얻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는 5월 말 외신 보도를 통해 알려진 미 NSC 내부 담화에서 달라진 게 없다.

당시 "미 NSC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협상에서 최대한 많은 레버리지를 가질 수 있도록 전장 우위를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한 바 있다.

◇푸틴, '돈바스 너머' 추구할지도 '변수'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다음 목표를 상정할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방은 두 번째 질문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러시아군은 최근 들어 우크라이나군 우세 지역인 동북부 하르키우 공격을 재개했다. 하르키우는 우크라이나 제 2도시로 전쟁 초반 집중 공격을 받았는데, 3월 중단했던 하르키우 점령 시도가 재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수도 키이우를 향한 미사일 공격 역시 지난달 초 퇴각 38일 만에 재개한 데 이어 이따금씩 지속하고 있다. 

아울러 러시아군 고위 관계자가 지난 4월 말 밝힌 '우크라이나 동남부 점령 후 서진해 몰도바 트란스니스트리아까지 화랑을 잇는 계획'도 부인된 바 없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나토 정상회의 기간 미 CBS와 가진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은 최소 1년간 전쟁 준비를 해왔으며, 이 전쟁이 아주 오래 지속될 수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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