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과 함께 하는 서북미 좋은 시-김준규] 빛 바랜 그림

김준규(서북미문인협회 총무)

 

빛 바랜 그림


빛과 바람에 섞여

분홍빛 꽃잎이 떨어지고 있다

 

(꽃구경 갔다가 느그들 생각나서 전화했어야! 잘 있지야! 뭣보담도 건강이 제일이다 잉! 내 걱정은 흐지 말고, 나 이러다가 백살까지 살긋어야!)

 

화상 전화 속의 어머니의 얼굴은 강물을 닮았다

굴곡진 세월이 흘러간 자국


금새라 해야 할까?

눈 깜짝 할 새라 해야 할까?

한결같이 머물지 않는 시간들

 

수천수만의 꽃잎들이 흩날리고 있다


저무는 서쪽 하늘에서 빛 바랜

그림들이 함께 흘러 가고 있다


<해설>

시간은 일반적으로 물과 같이 흐른다고 한다. 이 작품 속에서 화자는 시간의 빠른 운동성을 빛과 바람의 속도로 감지한다. 

그는 지나간 시간의 이미지를 떨어지는 꽃잎과 강물같은 어머니의 얼굴로 회화화한다. 주목되는 점은 작가는 화상 전화를 통해 보고 듣는 어머니의 자식 사랑이 시공을 초월한 영원한 운동성이 있음을 성찰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작품은 작가가 인간의 삶은 빠른 시간을 거쳐 빛바랜 그림처럼 남지만 시간을 뛰어넘어 영원히 살아있는 모정과 같은 사랑의 가치를 교화한다는 점에서 견고한 문학정신을 발현하여 높게 평가된다.   김영호 시인(숭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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