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임신중지권 폐지에 사후피임약까지 여파…구매수량 제한

미국 연방대법원이 24주 내 임신중지(낙태)를 헌법상 권리로 인정한 '로 대(對) 웨이드 판례(1973)'를 뒤집자 임신중지약은 물론 사후피임약까지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아마존과 같은 유통업체들은 1인당 구매 할 수 있는 사후피임약 개수를 제한하고 나섰다.

2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연방대법원이 지난 24일 약 50년간 여성의 임신중지권을 인정하는 근거가 됐던 '로 대 웨이드' 판결을 공식 폐기하면서 미프진(성분명 미페프리스톤·미소프로스톨)과 같은 임신중지약의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원격의료 서비스 제공업체인 헤이제인(Hey Jane)은 임신중지약의 하루 평균 주문 건수가 지난달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우편을 통해 임신중지약을 제공하는 비영리 사업자 저스트 더 필(Just The Pill)도 평소보다 약 4배 많은 예약 요청을 받았다고 전했다. 대법원 판결 즉시 임신중지 금지법이 발효된 콜로라도·미네소타·몬태나·와이오밍주(州) 등에서 특히 수요가 몰렸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2000년 임신 10주 이내의 임산부에 한해 임신중지약 사용을 허용했다. 

그러나 공화당이 장악한 주에서는 모든 형태의 임신중지를 금지하는 법을 제정해 임신중지약조차 사용하지 못할 판국이다. 이미 50개 주 중 19개 주에서는 임신중지와 관련한 원격 상담과 약 처방을 금지했고, 텍사스주는 임신중지약을 우편으로 보낼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앨라배마주에서 여성들이 우편을 통해 임신중지약을 받도록 돕던 비영리단체 웨스트 앨라배마 여성 센터는 대법원 판결 이후 해당 서비스를 중단했다. 센터의 로빈 마티는 "약물을 통해 임신중지에 대한 여성의 접근이 확대된 것은 맞다"면서도 "그러나 결국 임신중지를 택할 수 있는 주에서 더 많은 임신중지가 일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임신중지약물에 대한 접근을 보장하겠다는 입장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보건복지부에 미프진에 대한 접근을 허용할 수 있도록 모든 방법을 확인하라고 지시했다. 메릭 갈랜드 법무장관도 "FDA가 승인한 약을 주 정부가 금지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주에 따라 임신중지가 불법이 된 데다 임신중지약 사용마저 불확실해지자, 처방이 필요 없는 사후피임약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일부 유통업체들은 사후피임약 구매 제한에 나섰다.

미프진과 같은 임신중지약은 '플랜C'로 불리는데 임신 10주 내로 임신중단을 할 때 복용하고 처방이 필요하다. '플랜B'로 분류되는 사후피임약은 성관계 후 72시간 이내에 복용해야 한다.

글로벌 유통업체 아마존과 약국 체인점을 운영하는 CVS헬스코프는 '플랜B'를 일주일에 3알만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월마트는 구매 가능 수량에 제한을 두지는 않았지만, 현재 4~6알 정도만 구매할 수 있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연방대법원은 지난 24일 '임신 15주' 이후의 낙태를 전면 금지한 미시시피주(州)법의 위헌법률심판에서 '6 대 3' 의견으로 합헌 판단을 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한국의 헌법재판소와 같은 역할도 수행한다.

연방대법원은 또 '로 및 플랜드페어런트후드 대 케이시' 판결을 폐기할지 여부에 대한 표결에선 '5 대 4'로 폐기를 결정했다. 판결 이후 루이지애나, 미주리, 켄터키, 사우스다코타에서는 낙태 금지법이 즉시 발효됐다.

대법관 다수는 임신 24주 안팎의 경우 낙태권 인정한 기존 판례들은 '미국 헌법이 낙태권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연방대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약 50년간 여성의 낙태권을 인정하는 근거가 됐던 '로 대 웨이드' 판결도 공식 폐기됐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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