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4개월'…푸틴은 이제 서방의 단결력 약화를 기다린다

인플레·식량공급 문제 커지며 서방 우크라 지지에 균열

"러시아의 목표는 여전히 우크라 전체를 파괴하는 것"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달 초 스스로를 18세기 표트르 대제에 비유했을 때 많은 서방 언론들은 비웃었지만 동시에 우려를 제기했다.

표트르 대제는 18세기 러시아 국력을 강화한 뒤 황제가 돼 러시아에 제국 시대를 연 인물로 당시 스웨덴과의 전쟁에서 승리했다.

푸틴 대통령은 당시 표트르 대제가 북방전쟁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를 탈환한 것을 상기시키며 "그는 뭔가를 가져간 게 아니라 되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발언을 통해 자신들이 우크라이나를 일방적으로 침략한 것이 아니라는 일관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서방의 우려는 일관된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푸틴 대통령이 전쟁을 쉽게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반대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식량과 에너지 공급 문제 등 전세계가 겪는 피해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전쟁 시작 이후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서방의 단결력이 약해지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러시아가 전쟁 초기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빠르게 장악하려는 목표를 실패한 후 약 4개월이 지난 현재 교착상태에 빠졌지만 푸틴 대통령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가고 있다고 21일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이 지난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탈나치화'를 주장할 때도 서방 언론들은 근거없는 변명이라며 맹렬히 비난했다. 러시아를 비판하며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은 전쟁 초기 합심해 러시아에 제재를 가했다.

그러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국내 사정이 안좋아지자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서방국가들의 단합에는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하락하고 독일, 헝가리 등 러시아 가스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치솟는 에너지 가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울러 이달 말 예정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례회의에서 핀란드와 스웨덴의 회원 가입 신청과 관련 나토 회원국인 터키가 강하게 반대하며 긴장은 고조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주 키이우를 방문하기 전 러시아를 모욕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등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멈추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서방 지지의 균열이 생기는 상황에서도 우크라이나는 여전히 서방에 더 많은 무기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SCMP는 푸틴 대통령이 각국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재 상황을 서방의 단결력 약화를 부추기는데 이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국영 TV와 일간지는 미국에서 최근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과 지난해 국회의사당 폭동과 관련된 폭로가 나오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을 서방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부각시키기 위해 활용했다.

푸틴 대통령도 지난 17일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SPIEF) 연설에서 "우리는 지금 소위 '푸틴 인플레이션'에 대해 듣고 있지만 이는 '바보'같은 개념"이라며 "전세계 식량 공급 문제가 발생한 책임은 미국과 유럽 국가들에 있다"고 역으로 지적했다.

물론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완전히 철회한 것은 아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주 독일, 이탈리아 정상들과 키이우를 방문하는 동안 "유럽은 당신 편"이며 "우크라이나는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선택할 것"이라고 말하는 등 지지 입장을 유지했다.

또한 EU 집행위원회는 오는 23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회의에서 우크라이나에 후보국 지위 부여를 권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실질적인 EU 가입은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이며 러시아에 대한 유럽의 에너지 의존은 여전히 잠재적인 평화를 대가로 우크라이나가 양보를 받아들이도록 압력을 가하는 서방의 새로운 노력에 불쏘시개가 될 것이라고 SCMP는 전망했다.

구스타프 그레셀 유럽외교관계평의회 우크라이나 전문가는 "전쟁 초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정부를 무너뜨리고 키이우를 점령하지 못한 것과 같은 좌절로 푸틴의 세계관이 흔들리고 변화했다고 보지 않는다"며 "여전히 러시아의 목표는 우크라이나 전체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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