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2년 만에 관광 재개했지만 반응이 썰렁한 이유

빡빡한 가이드라인…단체 관광만 되고 행동 제약 많아

참의원 선거 앞두고 일본 정부는 신중

 

일본이 2년 만에 관광 문호를 개방했으나,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 중 하나였던 과거만큼의 반응은 없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본은 지난 10일부터 관광 목적의 입국을 허용하고, 일일 입국자 수 한도를 2만명으로 두 배 상향했다.

하지만 개방 첫날 도쿄 하네다 국제공항에서는 열광적인 여행객들의 모습은 눈에 띄지 않았다고 통신은 전했다.

일본이 아직 자유로운 관광을 전면적으로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Δ단체 관광만 허용 Δ마스크 착용 의무화 Δ체온 측정 Δ제한된 이동 등의 제한으로 인해 방문객들이 일본 정부가 기대하는 만큼 관광객이 유치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출입국 관련 정책이 언제 뒤바뀔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또한 여행객이 일본 방문을 꺼리는 요소로 지목됐다.

영미권 여행사 중 일본 여행을 최대 규모로 운영하는 웬디우투어 대변인은 "10일까지도 마지막 순간에 뭐가 바뀔지 확신이 없었다"면서 "상업적·상품적 관점에서 일본이 다시 개방됐다는 걸 확인하기까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하기 전인 2019년 일본은 역대 최다 방문객 수를 기록하며 '관광 붐'을 누렸다. 일본 관광청에 따르면 일본에 방문한 외국인은 무려 4조8000억엔(약 47조원)을 썼다. 이는 코로나19가 유행했던 지난해 방일 외국인이 소비한 금액(1200억엔)의 40배에 달한다.

그때의 호황을 되찾고 싶기도 하겠지만, 일본이 아직 자유 여행을 허용하는 데 주저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다음달 10일 참의원 선거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오미크론 변이 유행 당시 시행했던 입국 제한 조치를 아직 일본 유권자들이 선호하는 만큼 일본 정부는 신중한 입장이라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사이토 데쓰오 일본 국토교통상은 "관광 재개를 위해서는 관광객을 유치하는 지역의 주민들의 이해를 얻고 그들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게 중요하다"며 "관광 수요 회복을 위해 노력하면서 동시에 감염 대책과 경제 활동의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런 신중론 때문인지 여행 관련 가이드라인 발표도 다소 늦은 편이었다. 개방을 단 사흘 앞둔 7일에야 관광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여행업계에서는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마케팅 캠페인을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불만이 나왔다.

제약도 많다. 우선 일본 정부에 인증을 받은 여행사가 이끄는 단체 관광만이 가능하며, 도착 72시간 전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고 그 증명서를 지참해야 한다.

일본에 머무는 동안 관광객들은 온천이나 신칸센 같은 혼잡한 장소에서는 대화를 삼가야 한다. 대규모로 모인 뒤에는 호텔방에 돌아와서도 마스크를 써야 한다. 식당에선 큰 소리로 말해선 안 되며, 접시를 공유해서도 안 되고 음식을 다 먹고 나면 바로 자리를 비워 줘야 한다.

블룸버그는 참의원 선거가 도래함에 따라 기시다 총리가 너무 빨리 관광 문호를 개방하는 것을 경계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일단 지금의 높은 지지율을 사수하고자 하는 의도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달 10일부터 12일까지 공영 NHK방송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내각 지지율은 지난달 55%에서 이번달 59%로 상승했다. 입국 관광객 수의 제한을 2배로 늘리는 정부의 정책에 관한 질문에는 47%가 적절하다고 답했고 23%는 규제를 더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규제 완화를 반대하는 답변은 20%에 그쳤다.

억눌린 수요도 많다. 일본국제관광진흥기구(JNTO)와 일본 관광청은 해외로부터 많은 방문 요청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은 세계경제포럼(WEF)의 여행·관광개발지수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현재의 엔화 약세 또한 일본을 더 매력적이고 저렴한 여행지로 만들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부연했다.

일본에서 코로나19 이전처럼 자유여행을 할 수 있으려면 연말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립닷컴 일본지사 대표인 가쓰세 히로노리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일본 여행이 올해 말에 완전히 재개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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