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여행 2000만원? 니가 가라, 하와이"…인천공항 가다 '국내 U턴'

물가급등 부담에 여름 휴가, 해외 대신 국내여행 

제주·부산 특급호텔 주말 투숙률 80~90% '특수'

 

"해외여행은 가성비가 별로예요. 기름 값이 오르고 물가도 하도 올라서 하와이 경우 4인 가족이 가려면 2000만원은 있어야 됩니다." 

"해외 이곳저곳 보다가 도저히 가격 때문에 용기가 안 나서 결국 제주도 가요. 그나마 사람들 많이 안 가는 숙소로 예약했는데, 수영장 있는 곳으로 예약하려니 이미 풀부킹이네요. 비행기표도 진짜 비싸요."

인터넷 커뮤니티엔 해외여행 포기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경제활동재개(리오프닝) 이후 첫 여름 휴가철을 맞아 '보복여행' 경향으로 해외 여행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전 세계적인 고물가 상황이 길어지면서 국내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 

15일 국내 특급호텔에 따르면 6월 중순 주말 기준 부산 및 제주 소재 호텔 투숙률은 80~90%를 기록하고 있다. 어린 자녀가 있는 가족여행객을 겨냥한 키즈 풀빌라 객실의 경우는 이른바 '풀부킹' 상황이다.

◇ 비행기값에 가로 막힌 해외여행 수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에 따른 고유가 여파로 4월부터 급등한 국제선 항공권 가격이 내려올 줄 모른다.  

주요 항공사의 유류할증료 상승폭을 보면 공통적으로 4월 이후 매월 늘었으며, 코로나19 이전 2019년과 비교하면 무려 5배 가까이 증가했다.  

외항사별 항공 유류비를 보면 Δ타이항공(인천~방콕) 2만→9만5500원 Δ아메리칸항공(인천~미주·캐나다) 5만8300원→232000원 Δ에미레이트항공(인천~두바이) 5만1500원→172200원 Δ하와이안항공 4만6500원→174200원 등 모두 5배 가까이 상승했다.

높아진 항공권 가격은 고스란히 여행 상품 가격에 반영되는 추세다. 모두투어는 여름 성수기에 속한 7월 말(7월30일) 출발 기준으로 주요 해외 패키지 상품 가격이 최소 5.1%에서 최대 53.8%까지 상승했다. 

◇ 그래도 해외보다 싸니까…제주·호캉스 몰려

여름 휴가철 여행 수요가 해외보다 비용 부담이 적은 국내로 몰리면서 호텔을 중심으로 국내여행 수요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 

파라다이스시티 관계자는 "지난 주말에는 객실 이용률이 80% 정도를 기록했을 정도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최근 판매를 시작한 풀파티 객실 패키지 관련 문의량도 타 상품 대비 2배가량 높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부터 해외여행 대체 여행지로 각광 받은 제주도는 당분간 그 인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엔 일상 회복과 함께 제주를 찾은 내국인만으로 제주관광객이 역대 최단기간에 500만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제주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20일에 내국인 기준 제주관광객이 5029872명을 기록해 500만명을 넘어섰다. 주말 주요 특급 호텔 예약률은 80%에 달한다.

조선호텔앤리조트 관계자는 "7~8월 투숙 기준 제주와 부산의 호텔 예약이 상당수 진행돼 있다"며 "지난해까지 거리두기 정책으로 4분의 3·3분의 2으로 제한했던 객실 수와 운영 시간 등이 올해 들어 자유로워지면서 여름 휴가철 호텔 이용객은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다만 물가 상승에 따라 호텔 이용료가 인상될 가능성은 있다. 반얀트리 서울 관계자는 "식음료장의 경우 한두 시즌(계절) 앞서서 가격을 책정하는데, 이번 물가 상승에 따라 가을에 10~15% 가격을 올릴 수도 있다"라며 "물가 상승으로 식자재는 물론 인건비도 상당히 올라갔다"라고 설명했다. 

◇ 국내여행 쏠림에 기름값 부담 가중…휴포자 늘 수도 

7, 8월 본격적인 휴가철이 되면 기름 소비는 더 늘 수밖에 없다. 억눌린 여행 수요가 국내 여행으로 몰릴 가능성이 크고, 늘어나는 자동차 운행에 따른 가계의 기름값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이른바 휴가를 포기하는 '휴포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겸임교수는 "지금 같이 역대급으로 유류세가 오르는 경우가 지속될 경우 이동 폭이 작은 호캉스를 제외하고 국내 여행 수요는 위축될 것"이라며 "금리까지 오르는 상황에서 가처분소득 활동에 속한 여행을 즐기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장 유류세 100% 감면 정책이 나오지 않은 한 이번 여름 휴가철 여행을 포기하는 이들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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