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과 함께하는 서북미 좋은 시-김복선] 환희의 봄 길

김복선(워싱턴주 기독문인협회 회원)


환희의 봄 길 


푸름이 고승처럼 삭발한 

긴 긴 겨울 곁에서

다람쥐꼬리에 윤이 흐르고

참새 한 때가 가지에 앉아

흰 가루를 털어 버리네


생장을 지켜보는 침묵의 빛

봄의 기척이 마디 마디에서

흐르는 깊은 숨결은


푸름을 잉태하는 긴 여운

봄이 흰나비처럼

하늘로 오르는 순간


온 숲에 울리는 기적소리

바람과 함께 우주를 달리며

잠자는 새순들 흔들어 깨우네


환희의 봄이 왔다고

무거운 짐 내려놓고

꽃처럼 활짝 웃어보라 하네


<해설>

새봄이 왔다. 코로나 사태에도 봄은 왔다. 

이 작품 속에서 화자는 윤이 흐르는 다람쥐꼬리에서 봄을 보고 나뭇가지의 잔설을 털어내는 참새들에게서 봄의 환희를 향유한다. 

그는 봄을 하늘로 오르는 흰나비의 이미지로 형상화하여 지상과 천상의 만남을 독자로 하여금 공유케 한다. 

주목되는 것은 봄이 기적소리를 내며 우주를 달리는 바람의 기차를 타고와 잠자는 새순들을 깨운다는 작가의 감각적 묘사의 미학이다. 

결론적으로 봄의 생장을 환희로 체감하는 시인의 건강한 시정신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응축되어 있는 독자들의 심성을 밝고 힘차게 도약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공고한 시적 위의가 확인되는 바이다.            김영호 시인(숭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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