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윤수] 5ㆍ18민주화운동 단상

박윤수 목사(밝은빛루터교회 담임)

 

5ㆍ18 민주화운동 단상 


국민들의 온갖 기대를 한껏 받으며 공정과 상식을 외치면서 들어섰던 정부가 별로 공정하지 못하고 물러갔다. 이번에 들어선 정부도 공정을 외치고 있지만 사람들은 별로 기대하고 있지 않은 듯 보인다.

왜 한국 한국사람들은 이처럼 공정에 목을 매는 것일까? 

얼마 전에 한국 사람들이 열광했던 하버드의 마이클 샌들은 한국사회가 그만큼 정의에 목말라하는 반증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정의와 공정은 사전적 정의를 떠나 우리 같은 범인의 귀에는 같은 말로 들려지는 말이다. 공정한 것은 정의롭고, 정의로운 것은 공정할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공정하지 못함과 정의에 반하는 일에는 썩 관용치 않은 정서를 가지고 있다. 그 정서는 일제에 항거한 3ㆍ1운동이 뿌리가 되어지고 이후 가까이는 4ㆍ19혁명, 더 가까이는 5ㆍ18민주화 운동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 날들은 국가기념일로 지정되어 우리네 공정함 정서로 자리매김 되어지고 있다. 이렇게 자리매김되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렸고 권력과 군부에 희생됐다. 그 중심에는 민족의 이름이 있었고, 역사의 변화를 주도하고 평등사회 가치를 이끈 진보가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국가기념일들 가운데 일부, 특히 5ㆍ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이 여전히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 그다지 달갑지 않은 기념일로 여겨지는 듯하다. 왜 일까? 주변의 말을 정리하면 ▲과도하게 편향된 정치도구화 ▲특정 단체나 지역 단체 주도 ▲반목과 적대감을 주는 그늘진 한풀이 행사로 요약된다. 

필자의 생각도 별로 다르지 않다. 그렇게 끼리끼리 단체들이 모여 한풀이를 해댄다고, 그렇다고, 5ㆍ18 가해 주역들이 그 한풀이를 받아줄 리 만무이고 하나 둘 세상을 등져가지만 그들이 진정한 사과를 했다는 소식은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내 입만 아프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언제부턴가 사람들 생각에 기득화되어지고 정치세력화 되어진 그런 5ㆍ18로 각인되어서야 되겠는가?  

마치 그 단체들의 소유물인양 틀어쥐고 천년만년 우려 먹는다는 사람들의 우려를 과연 망월동에 누워있는 민주 영령들이 바라는 바일지 생각해볼 일이다.  

어느 덧 40여년이 지났다. 이제 5ㆍ18은 한국 민주화를 넘어서 세계민주가치의 밑거름이 되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이 가치를 어설프게 담고 있는 얼치기들이 망월동에 울타리만 높이고 있다. 이제는 그 숭고한 넋들을 가둬 둔 망월동의 울타리를 거둬내야 한다. 정치로, 진영으로 얼룩진 때를 이제는 씻어내고 털어내야 한다.  

그래서 망월동에 잠든 민주의 넋들이 조국산하 어디든 나아가 오대양 육대주를 넘어 세상 어디든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도록 날개를 달아줘야 한다. 

올해도 여전한 펜데믹 가운데 5ㆍ18기념일을 주도하는 몇몇 진보 단체와 지역단체의 수고가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5ㆍ18은 국가기념일이다. 국가가 주도하고 주관해야 한다. 이제는 수고를 핑계로 앞에 서지 않기를 바란다. 그냥 뒤에 서있어도 사람들은 수고를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누구나 공감하고 누구나 참여하는 격조와 품위를 갖춘 기념일로 진영을 넘어 화합과 미래 세대를 위한 기념일로 지켜지기를 부탁하고 싶다. 

이 진보단체들이 5ㆍ18정신에 걸맞는 평등과 공정, 그리고 민주 가치의 격을 높여달라는  버거운 주문은 하지 않으련다. 하지만 이번 5ㆍ18을 계기로 전혀 진보스럽지도 진보해가지도 않는다는 식자들의 우려를 이들 단체가 불식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그래서  이 땅에 여호와의 공의가 강 같이 흐르는 마중물이 되어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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