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루나', 8일 만에 10만원→0.5원 폭락…무슨 일이?

선풍적 인기와 함께 급증한 시가총액, 사라지는 데 8일

주요 거래소 루나 상장폐지…권도형 "새로운 테라 만들자"

 

글로벌 암호화폐 시황 중계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지난 7일 암호화폐 루나(Luna)는 10만원에 거래됐으나, 14일에는 약 0.5원에 거래됐다. 

폭락은 7일 암호화폐 UST가 1달러 가치를 유지하는 데 실패하는 '디페깅 현상'이 일어나며 시작됐다. UST 매도 물량이 대량으로 쏟아지면서 가치가 1달러 아래로 떨어졌고, 연동된 루나 역시 급락했다. 'UST 1달러 가치 방어 실패→루나 추가 하락→UST 가치 하락'의 악순환이다. 

일주일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테라를 둘러싸고 일어난 주요 사건을 정리했다.

◇테라·UST·루나, 인기 끌며 1년새 급격한 성장

UST와 루나는 블록체인 '테라' 생태계를 유지하는 일종의 형제 관계의 암호화폐다.

대부분의 암호화폐는 변동성이 강해 결제나 금융 용도로 쓰는 데 부적합하다. 이에 가치를 유지하는 '스테이블 코인'의 필요성이 대두됐고, UST는 그중 하나로 고안됐다.

UST는 루나의 발행량 조절 알고리즘을 통해 그 가치를 1달러로 유지하도록 설계됐고, 탈중앙화금융(디파이) 열풍에 힘입어 성장했다. UST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50배 이상으로, 루나의 시가총액은 지난해만 100배 이상 급증했다.

특히 인기를 끌었던 디파이 서비스는 '앵커 프로토콜'이었다. 이 서비스는 20%에 가까운 이자율을 유지해 수많은 투자자의 사랑을 받아 테라 생태계가 성장하는 동력이 되었다.

인기와 함께 우려의 시선도 있었다. 우려의 요지는 앵커프로토콜의 고이율이 지속가능하지 않으며, 담보 없이 알고리즘으로만 가치를 유지하는 테라의 알고리즘 또한 UST·루나의 동반 폭락시 유지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테라 스테이블코인(왼쪽)은 루나(오른쪽) 토큰을 통해 가치를 일정하게 유지한다. 테라 유튜브 갈무리. /뉴스1


◇자금 투입했지만 효과 '미미'…UST, '1달러→2센트' 가치 하락

최근 미국발 금리 인상과 자산 시장 위축과 UST 디페깅 현상이 맞물리며, '1달러' 가치 방어는 어려워졌다. 우려의 시선이 현실로 되기 쉬운 조건이 형성됐다.

이런 환경에서 시장에 2억8500만달러(약 3676억원) 규모의 UST 덤핑 매도 매물이 발생했다. 대규모의 UST가 시장에 풀리자 UST의 가격을 1달러로 유지하는 알고리즘은 제대로 동작하지 못했다. UST 공급량이 급격히 불어나게 된 것이다. 거기에 더해 UST를 기축통화로 쓰는 탈중앙금융 서비스에서도 예치자산들이 빠져나며 수요 또한 줄어들어 공급 과잉은 심화됐다.

테라 운영을 맡은 테라 재단(LFG) 측은 9일 미리 준비해둔 대량의 자금으로 가치 방어에 나섰으나, 한 번 떠난 시장의 신뢰는 회복되지 않았다.결국 UST와 루나가 동반 폭락하는 '죽음의 소용돌이' 현상이 본격화됐다. 11일 UST는 한때 0.2달러 부근에서 거래되는 등 디페깅 현상은 심화했다.

이날 권도형 CEO는 루나의 하루 발행량을 늘리는 커뮤니티 제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 제안은 UST를 소각하면서 루나를 발행하는 구조라는 점을 이용해, 루나의 하루 발행 가능 물량을 늘려 그만큼 UST를 더욱 빨리 소각하자는 것이다. 소각 속도가 높아지면 UST의 가치 방어가 용이하다.

권 CEO는 이외에도 UST 공급량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방법도 모색했다. 그는 "외부 자본을 더 많이 유입시키는 방식 등을 통해 UST 공급 과잉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이 방법 역시 성공하기는 어려워보인다. 12일 유명 벤처 캐피탈 등은 테라와 선을 그었고, 외신보도를 통해 권도형 CEO가 이전에 실패한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의 공동 설립자라는 내용이 알려지는 등 신뢰 문제가 부각됐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CEO가 커뮤니티에 제안한 '테라 생태계 부활 계획'. 테라 아고라 사이트 갈무리© 뉴스1


◇암호화폐 거래소·블록체인 개발 프로젝트도 테라 이탈…결국 권 CEO 사과

테라 생태계를 유지하려는 테라 측의 노력이 무색하게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13일 테라 블록체인의 불안정한 상황에 세계 최대 거래소 '바이낸스'는 루나/BUSD 거래쌍을 제외한 거래를 중단했다. 이에 이어 고팍스, 업비트, 빗썸 순으로 국내 거래소들도 상장폐지 방침을 밝혔다.

또 테라를 기반으로 운영·개발되던, NFT 및 서비스 운영사들도 테라를 벗어나 다른 블록체인을 선택한다고 나섰다. 테라와 파트너십을 구축했던 컴투스 그룹의 C2X 재단은 공식 미디엄(블로그)를 통해 테라 블록체인을 떠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그동안 테라 생태계를 지지해왔던 NFT 프로젝트 ‘갤러틱 펑크'(Galactic Punk)는 자산을 UST가 아닌 다른 암호화폐로 전환할 것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테라 생태계를 떠나는 흐름이 나타나자 14일 권도형 CEO는 "UST 페깅(가격 고정) 붕괴로 고통을 끼친 점에 대해 마음이 아프다"며 "테라는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 암호화폐 분야에서 가장 의미있는 개발자 생태계를 구축했다. 이 개발자 생태계와 커뮤니티를 보존하기 위해서라도 체인을 재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테라 생태계 부활 계획'(Terra Ecosystem Revival Plan)을 제안했다. 계획의 요지는 △업그레이드를 통한 새로운 블록체인 생성(포크) △테라 블록체인 네트워크 재분배 등이다. 현재 테라 커뮤니티는 이 계획에 대한 의견을 수렴 중이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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