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아공, 아프리카 최초 비트코인 법정통화 채택…엘살바도르 전철 밟나

빈곤국인 중아공, 비트코인 채택으로 금융 시스템 개선 목표도 세워

엘살바도르 선례 보며 우려 섞인 목소리도…IMF "위험성 너무 커"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이 아프리카에서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했지만 일각에서는 엘살바도르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를 제기하고 있다.

최근 로이터통신 등 복수매체에 따르면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의회는 지난달 27일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하고 암호화폐를 합법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로써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은 아프리카에서 첫 번째, 세계에서는 엘살바도르에 이어 두 번째로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한 국가가 됐다.

오베트 남시오 대통령 비서실장은 성명을 통해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서 국민의 삶이 나아질 것으로 생각한다"며 "대통령도 이 법안에 대해 찬성의 뜻을 내비쳤다"라고 밝혔다.

그간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은 풍부한 금과 다이아몬드의 매장량에도 세계에서 상대적으로 가장 가난하고 개발이 덜 된 나라 중 하나였다. 지난 2012년부터는 반군 폭력 사태까지 겪으며 국민의 삶의 질이 크게 떨어졌다는 평가도 받아왔다.

이에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정부는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사용하는 '강수'를 두면서 국민의 삶뿐만 아니라 금융 시스템의 개선까지 이루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조처가 유럽이 자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을 줄이기 위한 성격을 가진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남시오 비서실장은 해당 법안을 두고 "우리나라에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기 위한 결정적인 조치"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국가의 경제 회복을 위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제기한다.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한 엘살바도르의 선례가 좋지 못하다는 평가도 이 같은 우려의 시선에 힘을 싣고 있다.

 

◇ 보너스 제공하며 비트코인 사용 유도했지만 사용자 급감 겪은 엘살바도르

실제 미국 달러를 공용 통화로 쓰고 있는 엘살바도르는 지난해 9월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비트코인에도 법정통화 지위를 부여한 바 있다.

엘살바도르는 미국 등에서 일하는 이민자들의 보내온 돈이 국가 경제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데 비트코인을 이용하면 송금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 법정통화 채택의 이유 중 하나였다.

이에 엘살바도르 정부는 비트코인 월렛인 치보 앱을 다운받는 이들에게 30달러(약 3만8000원) 상당 보너스까지 제공하며 비트코인 사용을 유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최신 보고서를 통해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도입 실험이 실패를 겪고 있다'고 평가했다.

NBER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엘살바도르 국민 응답자의 60% 이상이 정부가 보너스 개념으로 제공한 30달러를 사용한 후 치보 앱을 이용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전체 응답자의 60%는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치보를 다운로드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치보를 통한 송금 서비스를 사용한 적 없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89%, 세금을 납부한 적 없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99%였다. 또한 대다수의 응답자가 전국에 설치된 치보 ATM을 한번도 사용해본 적 없다고 전했다.

NBER은 이와 관련해 "법정화폐 지위와 정부의 강력한 유인책에도 암호화폐가 엘살바도르에서 교환수단으로 널리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치보 앱이 세금 납부나 송금 등에 널리 쓰이고 있다는 증거도 확인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엘살바도르 중앙은행도 2월 기준 전체 송금의 1.6%만이 디지털 지갑을 통해 이뤄졌다고 밝혔다. NBER은 치보 앱이 생긴 이후 가장 낮은 비율이라고 설명했다.

◇ 신용평가등급 강등된 엘살바도르…IMF "비트코인 법정화폐 채택 위험성 커"

실제 교환수단으로 비트코인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다 보니 국제신용평가사들은 엘살바도르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강등하기도 했다. 무디스는 지난해 엘살바도르의 신용등급을 Caa1으로 매겼으며 피치도 지난 2월 B-에서 CCC로 두 단계 내렸다.

국제통화기금(IMF)도 '비트코인의 법정화폐 채택은 위험성이 크다'라는 의견을 냈다. 이들은 나아가 "재정 안정성이나 재정 건전성,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비트코인의 사용은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 국민 중 4%만 인터넷 사용…기반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채택은 시기상조'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내부 환경을 고려해도 비트코인의 법정화폐 채택은 시기상조라는 평가도 나온다.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를 사용하려면 인터넷이 필요하지만 월드데이터에 따르면 중앙아프리카공화국 국민 중 4%만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비트코인 공식 통화 채택이 일반 국민이 아니라 위정자들의 자원거래를 위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즉 실제 법안 채택 과정에서 정부가 피력한 '국민 삶의 개선'이라는 목표와는 판이하다는 평가다.

게다가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은 중앙아프리카 은행(BEAC)이 담당하는 지역통화인 CFA 프랑을 사용하는 6개국 중 하나인데 전문가들은 BEAC의 지침 없이 정부가 비트코인을 채택하는 것은 위험성이 따른다고 보고 있다.

실제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정부의 요직에 있던 이들은 법안 통과에 우려를 표하는 서한에 서명하기도 했다.

다만 BEAC 대변인은 인터뷰를 통해 "BEAC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의 새로운 암호화폐에 관한 법률 제정을 대중과 동시에 알게 됐다"면서 "아직 은행 측의 공식적인 반응은 나오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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