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앓은 뒤 욱신욱신 흉통…건강했던 30대남 '폐렴' 진단

[롱 코비드] 돌파감염 본지 기자 '코로나 후유증 클리닉' 체험기

기침 없이 운동때 숨찬 증상…"진료환자 34%가 30대 이하 젊은층"

 

"폐에 염증이 있습니다. 병변이 작지는 않아요."

듣는 순간 귀를 의심했다. '코로나19 감염 장기 후유증'(롱 코비드) 취재를 맡게 됐지만, 그동안 내가 실제로 코로나 후유증의 당사자가 될 거라고 진지하게 생각해보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방문한 서울 역삼동 하나이비인후과의 코로나 회복 클리닉에서 부스터샷 접종까지 완료한 건강한 30대 남성인 기자는 '폐렴' 진단을 받았다.

기자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던 것은 지난달 7일이다. 이후 12일까지 자택에서 자가격리를 진행했다. © 뉴스1 김정현 기자


◇부스터샷 접종도 완료했고 기저 질환도 없었는데…"폐렴입니다"

기자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던 것은 지난달 7일이다. 이후 12일까지 자택에서 자가격리를 진행했다.

격리 기간 동안 처음 3일간은 38도를 넘나드는 열과 오한, 몸살, 근육통에 시달렸다. 이후 열과 몸살은 괜찮아졌지만, 가슴 부분이 욱신거리는 흉통과 인후통이 찾아왔다.

격리가 해제된 뒤 대부분의 증상은 가라앉았다. 기침이나 가래 등 별다른 후유증으로 볼만한 문제도 없었다.

다만 흉통이 격리 해제 후에도 약 일주일 정도 지속됐다. 약간의 피로감도 있었으며, 운동할 때 이전보다 조금 빠르게 숨이 가쁘다는 느낌도 들어 코로나 후유증 클리닉 방문을 결심했다.

격리 해제 후 딱 한 달이 지난 13일 오전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하나이비인후과의 코로나 후유증 클리닉을 찾았다. 2022.04.13./뉴스1 © News1 김정현 기자


◇코로나 후유증으로는 약간의 흉통·심폐지구력 저하 느꼈을뿐

격리 해제 후 딱 한 달이 지난 13일 오전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하나이비인후과의 코로나 후유증 클리닉을 찾았다.

코로나 후유증 클리닉에서는 접수 과정에서 QR코드를 통해 문진표를 받았다. 문진표에는 △이름 △생년월일 △전화번호 △격리기간 중 증상 △현재 증상 △확진 진단일 △백신접종 차수 △질병력 △복용 약제 등을 기입했다.

흉통을 겪었기 때문인지 이비인후과와 내과 중 내과 쪽으로 배정돼 진료받았다. 10여분간 대기 뒤 받은 첫날 진료에서는 운동 능력이 떨어진 정도, 가슴 통증의 위치 등을 확인한 뒤 상태 확인을 위해 상세 검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날 기자는 가슴 부분의 CT 및 X레이를 촬영하고 △폐 기능 검사 △혈액 검사 △심전도 검사 등을 받았다.

코로나 후유증 클리닉에 폐렴 진단을 받았다. 폐의 세로 단면 CT 사진(왼쪽)과 가로 단면 CT 사진. 뿌옇게 번진 부분이 폐렴이 나타난 부위라는 설명을 받았다. 2022.04.14./뉴스1 © News1 김정현 기자


◇건강했던 30대 남성도 피해 가지 못한 '롱코비드'…백혈구 수치도 높아

그간 몸 상태가 좋았던 것은 아니지만,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코로나 후유증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단지, 일주일간 앓았기 때문에 단순히 체력이 떨어진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다음날 받아든 검사 결과를 통해 기자의 몸에도 코로나의 상흔이 남아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간단한 X레이 사진만으로도 오른쪽 폐 중간 부분의 폐렴 흔적이 확연히 보였다. 이어 확인한 CT 사진에서는 뭉쳐진 염증의 흔적이 더욱 명확하게 드러났다. 오른쪽 폐뿐 아니라 왼쪽 폐에도 염증이 남아있었다.

의사는 "3차 접종까지 완료한 사람 중 (코로나 후유증으로) 폐렴이 생긴 사람은 별로 없었는데, 폐렴 소견이 보이고 병변도 큰 편"이라면서도 "일단은 진행되고 있다기보다는 소강상태에 들어간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혈액검사 결과에서도 대부분의 수치는 정상으로 나타났지만, 폐의 염증 탓인지 백혈구 수치가 다소 높았다. 심전도나 맥박도 정상 수준이었으며, 폐 기능 검사에서 확인한 호흡량도 부족하지는 않았다.

병원에서는 흉터가 남긴 했지만 기침이나 호흡곤란 등 중증 폐렴에서 나타나는 문제는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일단 먹는 약을 처방하고 경과를 보자고 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상급병원 진료의뢰서도 같이 발급해줬다. 이날 받은 질병코드는 'U099'로 상병명은 '상세불명의 코로나-19 이후 병태'였다.

폐렴이라는 결과가 당황스러운 한편, 코로나에 걸린 이후 발작적인 기침이나 피로감을 겪고 있는 주변 사람들에 대한 걱정도 들었다. 기자 역시 사소하다고 느꼈던 증상이 결국 폐렴이라는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코로나 감염 뒤 이전과 다른 몸상태를 느끼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검진을 받아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 후유증 클리닉에서 진행한 검사에서 폐렴 증상이 발견됐다. 염증 반응 때문인지 백혈구 수치도 정상 범위 이상으로 나타났다는 설명을 받았다. © 뉴스1 김정현 기자


◇코로나 후유증 클리닉 방문 환자 34.6%가 '30대 이하'

일반적으로 코로나 후유증에 대해 기자처럼 고연령층 또는 기저질환이 있던 사람들에게만 나타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의료진들은 그렇지 않다고 고개를 저었다.

실제로 하나이비인후과의 후유증 클리닉의 경우, 지난달 3일 후유증 클리닉을 개설한 뒤 27일간(3월29일 기준) 총 289명이 내원해 진료를 받았다. 이 중 34.6%에 달하는 인원이 30대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영미 하나이비인후과 내과 전문의는 "다양한 연령대에서 코로나 후유증을 호소하고 있으며, 오히려 활동적인 20~30대가 더 힘들어한다"며 "활동 반경이 넓어 정상일 때와 후유증 겪을 때 그 차이가 심하게 느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폐 CT를 촬영해보면 하루에 1~2명꼴로 폐렴 증상을 볼 수 있었다"며 "코로나 폐렴은 바이러스성 특징이 여러 군데 생기고 뿌연 유리창 같은 흔적이 나타나는데, 경증 코로나 폐렴은 흉부 엑스레이상에서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열이나 호흡곤란이 있는 경우 CT까지 촬영해 건강을 체크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추천했다.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호흡기·심장 계통 후유증, 전문의 상담이나 진료받아보는 것도"

21일 현재 국내에서 언론 등을 통해 코로나 후유증 클리닉 개소 사실을 알린 곳은 △명지병원 △하나이비인후과△부산 온종합병원 △유성선병원△남양주백병원 △광주기독병원 △세란병원 △대전한방병원 △창원한마음병원 △김해경희중앙병원 △거제거붕백병원 △자생한변병원 △민병원 △울산병원 △서울백병원 △전인병원 △화홍병원 △부산성모병원 △제주한국병원 △샘병원 △천안한반병원 △에스엠지 연세병원 △창원파티마병원 △강동성심병원 △녹색병원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갑을장유병원 등이 있다.

지방자치단체 중에도 서울 강남구와 광진구, 노원구가 '코로나 후유증 안심 상담 클리닉' 운영을 시작했다. 주중 운영되는 클리닉에는 의사, 간호사, 정신 건강상담 요원, 행정요원 등이 상주하며 건강상담·정신 건강상담 등을 제공하고, 관내 병·의원 등에 연결하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현재 코로나 후유증으로 어떤 증상이 나타날지,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기자처럼 호흡기 등에 명확한 증상이 나타날 경우 이같은 치료 클리닉이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대증치료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백순영 가톨릭대의대 명예교수는 "두통이나 미열, 권태감, 피로감, 건망증, 브레인 포그 등 가벼운 (코로나 후유증) 증상도 200가지는 되는데, 이같은 증상들은 인과관계가 확실하지 않다"며 "(코로나 후유증 클리닉에도) 정확한 치료 가이드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정신·신경과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가슴 통증과 호흡곤란을 동반하는 호흡기 계통이나 심장 계통 문제는 상태가 악화될 수도 있기 때문에 전문의의 상담이나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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