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협상 앞두고 키예프 공세 강화…벨라루스, 러 지원사격

현지시간 28일 오전 우크라-러 대표단 회담…WP "상황 복잡해져"

우크라 거센 저항에 벨라루스도 파병 결정…비핵국 지위 포기도

 

28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첫 대표단 회담을 앞두고 키예프로 진격을 가속화하고 있다. 러시아가 예상보다 강한 우크라이나에 맞서자 선뜻 우크라이나를 협상 테이블로 초대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핵 억지력'을 언급하면서 위협하는 양상이다. 

여기에 벨라루스까지 러시아 편에서 지원사격에 나서면서 사태 장기화가 전망되고 있다. 이날 벨라루스는 우크라이나에 파병할 것이라면서 개헌을 통해 비핵국 지위까지 포기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일단 러시아의 대표단 협상 제안을 수락했지만, 외교적 돌파구 마련에는 회의적인 모습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앞으로 24시간이 국가 운명에 결정적일 것이란 관측을 내놓았다. 

러시아군이 모든 방향으로 포격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사태 장기화를 우려한 서방의 인도적·군사적 지원도 쏟아지고 있다. 

◇ 러, 병력 추가 투입에 핵 무기 억지력 강화…'핵 전쟁' 비화하나

회담을 앞두고 러시아는 키예프 함락에 온 힘을 싣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7일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서방이 공격적인 발언을 하자 군사령부에 핵 억지력을 고도의 경계 태세에 두라고 지시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군참모총장을 만난 자리에서 "나토 주요 국가의 고위 관리들까지 러시아에 대한 공격적인 발언을 하고 있다"며 "우리군의 핵 억지력을 특수모드로 전환할 것을 명령한다"고 말했다.

독일 도이체벨레(DW) 방송은 푸틴이 언급한 '특수모드'가 무엇인지 명확하지는 않다면서도 최근 러시아 육군 전차인 T-72에 장착할 수 있는 다연장 로켓포가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에서 여러 차례 목격된 사실에 주목했다.

목표지역을 불바다로 만드는 러시아 다연장로켓포 TOS-1이 16일(현지시간) 모스크바 교외에서 열린 2015 국제무기시범행사에서 성능을 선보이고 있다. © News1 이기창


실제로 지난 26일 러시아 벨고로드에서 TOS-1M 부라티노 화염방사차가 우크라이나 국경을 향하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CNN이 보도했다.

DW는 TOS-1가 러시아의 재래식 무기고에서 가장 위협적인 무기 시스템 중 하나라면서 이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소련군에 의해 처음 사용됐으며 가장 최근에는 시리아에서 사용됐다고 전했다.

TOS-1은 목표 지역을 불바다로 만드는 무기로 악명을 떨친다.

DW는 러시아군이 이미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에서 BM-21 다연장 로켓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인 하르키우에서도 파괴된 BM-21 로켓포 사진이 떠돌았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와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에서 칼리브르 순항미사일 사용의 증가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면서 이들 미사일은 함정, 항공기, 잠수함에서 발사될 수 있으며 재래식 탄두와 핵탄두를 모두 장착할 수 있어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 벨라루스, 러에 지원사격…벨라루스, 비핵국 지위 포기한다

우크라이나의 보다 거센 저항 속 러시아는 벨라루스에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육군 참모총장은 이날 러시아가 벨라루스에 항공 무기들을 보내고 있으며 특수 부대를 대기시켰다고 밝혔다. 여기에 벨라루스 비행장에는 현재 50대 이상의 항공기, 10대의 헬리콥터 및 2대의 An-124 항공기가 집중돼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같은 날 블룸버그통신은 미 행정부 고위관리의 발언을 인용해 벨라루스가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파병을 준비하고 있으며 병력이 이르면 이날 중으로 투입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벨라루스가 실제로 병력을 우크라에 투입한다면 러시아와 우크라가 정전을 위한 협상을 개최키로 한 것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망했다.

여기에 벨라루스는 이날 비핵국 지위를 포기하는 개헌안을 승인하기도 했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지난 24일에도 국영방송 벨타와의 인터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이스칸데르-M 미사일과 S-400 미사일 배치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스칸데르-M 미사일과 S-400 미사일을 가리키면서 "이제 가장 강력한 억지력은 장비가 될 것이다. 독일 베를린까지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 러-우크라 대표단 회담, 28일 시작…외교적 돌파구 마련은 회의적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대표단간 회담이 현지시간으로 28일 오전에 시작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러시아는 긴장감 조성에 더욱 애를 쓰고 있다. 

회담을 하루 앞두고 러시아군 호송대 행렬이 우크라이나 키예프 앞 40마일(64km) 지점에서 진격하는 모습이 민간 업체 맥사 테크놀로지스에 의해 포착됐다.

맥사는 3.25마일(5km)에 달하는 탱크, 보병 장갑차, 자주포 등 수백 대 러시아 지상군 행렬이 키예프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공개했다.

같은 날 친러 국가인 벨라루스 쪽에서 발사된 미사일이 우크라이나 북부 지토미르 공항을 타격했다.

안톤 헤라셴코 우크라이나 내무장관 고문은 러시아제 단거리 탄도미사일 이스칸데르 미사일이 오후 5시쯤에 벨라루스에서 우크라이나로 발사됐다고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전했다.

헤라셴코 고문은 "러시아-벨라루스 파시스트들이 지토미르 공항을 공격하고 있다"며 벨라루스 도시 모지리에서 미사일이 발사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지토미르 시장인 세르히 수콤린은 시 방어 작전이 시작됐다면서 지토미르에 여러 차례 공습 경보 사이렌이 울렸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우크라이나 당국은 수도 키예프와 하리코프에 위치한 방사선 폐기물 처리시설이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며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보고했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에서 핵(원자력)시설과 핵원료의 안전과 보안을 확인하기 위해 관련된 모든 이들과 활발하게 접촉 중"이라고 말했다.

AFP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 현재 가동중인 원자력 발전소는 4곳이고 체르노빌을 포함해 핵폐기물 저장시설도 다수 있다.

체르노빌은 1986년 최악의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역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에 지난주 넘어갔다.

 

◇ 러軍, 거센저항 직면, 5㎞…탱크 행렬로 "포위전술 가능성"

러시아 군은 현재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제2의 도시 하르키우, 헤르손 등 주요 도시에 인근에서 우크라이나 군과 치열한 교전을 벌이고 있지만, 이렇다 할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하르키우에 총공세를 가하며 도시의 원유, 가스시설에도 공격을 퍼붓고 거리 곳곳에서 교전을 벌였지만 우크라 군의 맹렬한 저항에 부딪힌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 하르키우주의 올레그 시네구보브 주지사는 하르키우 지역이 "완전히 우리 통제 하에 있다"며 "소탕작전"을 통해 정부군이 러시아군을 몰아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러시아 군대가 "완전히 사기가 꺾였다"며 "그들은 도로 한복판에서 차량을 버렸고 5명은 우크라 정부군에 항복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군은 전쟁 2일차부터 대부분의 병력을 투입했던 수도 키예프에 아직도 정예부대를 진입시키지 못하는 등 기존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는 관측도 나온다.

소셜미디어에는 우크라이나 내 일부 러시아 군용 차량의 연료가 떨어져 버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이 떠돌며 보급 실패에 대한 분석까지 나오는 상황.

군사 전문가들은 현 상황에 대해 "우크라이나 군이 제한된 무기만을 가진 채 주요 도시에서 러시아 군에 대항해 진을 치고 있다"며 "아직 더 잘 훈련된 러시아 군은 전쟁에 투입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군이 도시를 함락시키는데 어려움을 계속 겪는다면 도시주변을 포위해 포격을 강화하는 등 전술의 전환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북쪽의 도시 체르니히브에 대한 러시아의 공세를 언급하며 러시아가 포위 전술을 채택하고 있다는 초기 징후를 발견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러시아군은 이 정도의 복잡한 규모로 다른 국가로 옮겨간 경험이 많지 않다"며 "계획상 실패인지 실행상 실패인지는 불분명하지만 러시아군이 적응하고 이를 극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 우크라 "러, 집단학살 계획"…ICJ에 제소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가 집단학살을 계획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러시아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했다고 ICJ가 27일(현지시간) 밝혔다.

ICJ는 전날 제출된 제소장에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적자들을 의도적으로 살해하고 중상을 입혔다"고 비난했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자칭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과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의 독립을 인정하고 지난 24일부터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 침공을 개시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한 신나치주의자들과 파시스트들이 우크라이나의 지도부를 구성하고 있다고 거듭 말했다.

ICJ는 성명에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주민들에 대한 집단학살을 극단적으로 부인하고 있다"며 "러시아는 합법적 근거 없이 행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는 ICJ에 우크라이나와 국민의 권리에 대한 회복할 수 없는 편견을 막고 분쟁을 악화시키거나 확대시키지 않기 위해 법원에 잠정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ICJ는 1946년 설립된 유엔 산하 국제사법기구로, 국가 간의 법적 분쟁을 취급한다. ICJ의 판결은 항소가 불가능하다.

27일 (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서 10만여명의 시민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고 우크라이나 국민들과의 연대를 표하는 대규모 시위를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美·英·獨·스웨덴 등 인도적·군사적 지원 속도

한편,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미국, 유럽연합(EU) 등 서방이 군사적 지원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 26일 우크라이나에 3억5000만달러(약 4222억원)의 추가 지원금을 보내기로 해 총 10억달러(1조2062억원) 이상의 지원을 약속했다.

독일은 우크라이나에 대전차 무기 1000여대, 지대공 미사일 500여대, 곡사포 9문을 보내겠다고 약속하며 분쟁지역에 무기를 수출하지 않겠다는 오랜 금기를 깼다. 또한 14대의 장갑차와 1만톤의 연료를 기부하고 있다.

스웨덴은 야전식량과 장갑은 물론 대전차 로켓 5000여발을 우크라이나에 보내며 역사적 중립 기조를 깨고 있다. 스웨덴이 무력충돌 중인 국가에 무기를 보낸 것은 1939년 소련이 이웃 핀란드를 침공한 이후 처음이다.

이밖에도 영국, 프랑스, 벨기에, 이탈리아, 네덜란드, 체코, 포르투갈, 그리스, 루마니아, 스페인, 이스라엘 등이 원조를 약속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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