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미 좋은 시-엄경제] 동으로 가는 꿈
- 22-01-24
엄경제(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지부 회원)
동으로 가는 꿈
어깨 위에 매달린 빛바랜 견장처럼
켜켜이 쌓여 있던 어둠이 조금씩 무게를 덜고 있다
가파른 산 사이에 두고
나는 서쪽에 서 있다
언제나 빛은 반대편으로부터 오는 것을 알았지만
늘 다가설 수 없는 먼 곳이었다
퇴색되지도 부러지지도 않은 그 빛
산을 사이에 두고 낚으려 다가서면
보다 먼저 마중 나온 산 그림자
기나긴 시간 간신한 요기 달래며
언젠가는 넘어서고 말 저 산
신기루 같은 빛을 쫓아 연필 굴리던
어린아이의 심정이 되어
어둠이 짧아지길 기대하며
계곡 속에 잠복하고 있다
빛이 강 할수록 어둠은 선명하리라는 위로를 되뇌며
단 한 번의 뒤집기를 비장하며
어깨에 덮인 어둠을 털고 있다
언젠가
산이 산이 아닐 때
계곡이 계곡이 아닐 때
빛이 산을 넘어 계곡에 드리운 그림자를 거두고 있을 때
지독했던 어둠의 주머니를 활짝 열어
빛을 가슴 가득 담으려 한다
내 그 산을 넘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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