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미 좋은 시-엄경제] 동으로 가는 꿈

엄경제(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지부 회원)

 

동으로 가는 꿈


어깨 위에 매달린 빛바랜 견장처럼 

켜켜이 쌓여 있던 어둠이 조금씩 무게를 덜고 있다


가파른 산 사이에 두고 

나는 서쪽에 서 있다

언제나 빛은 반대편으로부터 오는 것을 알았지만

늘 다가설 수 없는 먼 곳이었다


퇴색되지도 부러지지도 않은 그 빛


산을 사이에 두고 낚으려 다가서면 

보다 먼저 마중 나온 산 그림자 

기나긴 시간 간신한 요기 달래며 

언젠가는 넘어서고 말 저 산


신기루 같은 빛을 쫓아 연필 굴리던

어린아이의 심정이 되어

어둠이 짧아지길 기대하며 

계곡 속에 잠복하고 있다 


빛이 강 할수록 어둠은 선명하리라는 위로를 되뇌며 

단 한 번의 뒤집기를 비장하며

어깨에 덮인 어둠을 털고 있다


언젠가

산이 산이 아닐 때

계곡이 계곡이 아닐 때

빛이 산을 넘어 계곡에 드리운 그림자를 거두고 있을 때


지독했던 어둠의 주머니를 활짝 열어 

빛을 가슴 가득 담으려 한다

내 그 산을 넘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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