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게임체인저 기대했는데 고작 109명…먹는약 왜 그럴까

대상군 60세 이상으로 늘렸지만 병용금기 많아 걸림돌

전문가들 "투약지침 보완하며 처방 늘려가야" 한목소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먹는 치료제가 예상보다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를 꺾을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처방 속도가 더디다. 

다음 주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화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먹는 치료제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의료 현장에서는 병용 금기와 함께 정부 투약지침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병용 금기는 두 가지 이상 약물을 동시에 복용하면 약효가 줄거나 생체적 위험을 동반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사용을 금지하는 것을 말한다. 

의료진은 "기존 약을 끊고 복용하는 게 효과적일지, 어떤 약을 얼마나 줄여 복용할지 자세한 지침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팍스로비드 복용환자 엿새간 109명…"하루 1000명 예상과 달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22일부터 화이자의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 투약 대상자 연령을 증상 발현 후 5일 이내 65세 이상 확진자에서 60세 이상 확진자로 확대했다. 또 노인요양시설과 요양병원,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공급기관을 확대한다.

이는 예상과 달리 투약 건수가 극히 저조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팍스로비드는 지난 13일 국내에 처음으로 도비했다. 이후 20일 오후 6시30분까지 총 109명이 투약했다. 이 중 88명이 재택 치료자였고 21명이 생활치료센터 입소자이다.

당국은 팍스로비드 2만1000명분을 도입할 때 하루 1000명 이상 투약이 가능하다고 언급한 것에 비춰보면 매우 저조한 수준이다. 당국은 "고령층의 높은 접종률 등 방역 조치와 아직 도입 초기라 투약 건수가 많지 않아서 그렇다"고 설명했다.

종전 기준은 65세 이상 또는 면역저하자였다. 연령이 5세 낮아지면 당국은 대상자가 30% 늘 것으로 전망했다. 

앞으로는 재택치료자, 생활 치료센터 입소자는 물론 노인요양시설, 요양병원 환자도 팍스로비드를 복용할 수 있다. 감염병 전담 요양병원 21개소에는 전체 병상의 50% 규모인 1500명분 치료제를 미리 공급해 병원에서 직접 처방·조제가 이뤄질 예정이다.

노인요양시설과 요양병원은 각각 재택치료와 생활치료센터처럼 의료기관에서 처방하고 담당약국이 전달하는 방식이 이뤄진다. 당국은 도입 물량을 고려해 오는 29일부터 감염병전담병원 233개소에도 약을 공급할 예정이다.

정부는 조제를 맡을 약국도 확대해 주말과 휴일에도 안정적으로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시군구별 1~2개소씩 총 280개소였다면, 이달 말까지 시군구별 3~4개소씩 총 480개소로 담당약국을 추가 지정한다.

◇전문가들 "정부 전망만큼만 처방 늘 것…환자 거부할 수도"

하지만 전문가들은 처방이 늘지 않으리라고 전망한다. 고령층 대부분이 기존에 먹던 약이 팍스로비드와 복용해서는 안 되는 약이기 때문이다. 또한 신장이나 간이 좋지 않은 환자 등에게 따져야 할 게 많은데 아직 정확한 투약지침이 없다.

팍스로비드와 항협심증제(라놀라진 성분), 항통풍제(콜키신 성분) 등은 함께 먹을 수 없다. 불안 개선제(세인트존스워트 성분), 항간질제(카르바마제핀), 항결핵제(리팜피신) 등은 복용을 중단했더라도 팍스로비드 투약이 불가능하다. 두 가지 경우에 해당하는 성분은 28종에 달한다.

부작용을 걱정하는 환자들도 있어 보인다. 재택치료자 관리기관인 성남시의료원은 최근 팍스로비드 처방 대상자 한 명이 처방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채윤태 의료원 감염내과 전문의는 "약물 불안감 때문이지 않았을까 생각하는데 선택권은 환자에 있으니 강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고위험군이 오미크론에 걸렸을 때 하루빨리 약을 투여받아야 한다. 건강하다면 조금씩 앓고 사회에 복귀할 수 있다"며 "60세로 연령을 낮췄으니 다음은 50대 만성질환자에게도 약이 갈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팍스로비드에 병용 금기 약물 범위가 상당히 넓다. 원래 쉽게 쓰이리라고 예상할 수 없었다. 널리 사용된 약도 아니니 기준을 맞춰야 한다"며 "병용 금기 약물 범위를 쉽게 풀어서는 안 되고, 현장에 주의를 당부할 지침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조만간 오미크론 확산으로 불가피하게 치료제 활용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는 "앞으로 모든 병·의원이 처방, 약국은 투약해야 할 체계가 있어야 한다. 최우선으로 필요한 대상에 제대로 사용될 수 있도록 보완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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