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독감처럼" 英, '위드코로나' 재강행…포퓰리즘 정책 비난도

정치적 위기 몰린 존슨 총리 무모한 타개책 지적도 

 

영국이 코로나19 관련 방역 규제를 철폐하고 오미크론 유행으로 주춤했던 '위드 코로나'를 다시 강행할 전망이다. 감염 및 입원 감소세가 확연해진 데 따른 것이란 설명인데, 일각에선 정치적 위기에 몰린 보리스 존슨 총리가 분위기 전환을 위해 무모한 타개책을 내놓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로나 독감처럼' 연내 실현…"규제 연장 없다" 가닥  

영국 정부 과학 자문인 마이크 틸드슬리 워릭대 교수는 지난 17일 BBC에 출연해 "우리는 이제 바이러스가 매우 매우 가벼워 함께 사는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당장이란 말은 아니고, 바라건대 연내 어느 시점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려면 확진자 수로만 얘기하면 안 되고 입원 및 사망 건수도 봐야 한다"며 "이 수치도 가능한 한 낮게 유지되면 규제가 철폐되고 바이러스와 공존하는 걸 보게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 인터넷 매체 아이뉴스에 따르면 17일 영국의 일일 확진 건수는 7만924건으로, 일주일 전 11만5889건보다 약 4만 건 떨어졌다. 18일(현지시간)에는 다시 9만4432건이 집계됐지만, 이 역시 24만 건까지 치솟던 작년 말과 비교하면 감소세는 확연하다.

지난주 입원환자 수도 일평균 2250명으로, 여전히 작년 1월 정점(4583명)의 절반 수준이다.    

틸드슬리 교수는 "오미크론이 전염력은 더 강하지만 전반적으로 더 가벼운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에서 내년으로 가면서 코로나는 더 가벼워지고 마치 독감처럼 겨울철 취약계층을 보호하되 다시 규제를 하진 않는 모습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은 같은 날 데이비드 나바로 세계보건기구(WHO) 코로나19 특사가 "영국이 긴 팬데믹의 끝에 도달할 날이 머지않았다"고 말한 것과 어느 정도는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다만 나바로 특사는 "끝으로 가는 길이 순탄친 않을 것"이라며 "코로나가 보통의 감기는 아니다. 전염을 멈추고 타인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영국 정부는 최근의 감소세에 힘입어 오는 26일 만료하는 플랜비(B) 규제를 연장하지 않는 쪽으로 방침을 굳히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이르면 3월 확진자 자가격리 의무 등을 포함한 방역규제를 모두 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행 자가격리 의무 법적 시한은 올해 3월 24일까지다.

◇보수당 '방역 완화' 연일 홍보…사망은 증가

사지드 자비드 영국 보건장관은 이날(현지시간 18일) "내주 플랜B 최종 규제가 상당 부분 축소될 수 있다"는 점을 낙관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데일리메일이 보도했다. 지침은 이달 말 확정될 전망이다.

존슨 총리는 최근 확진자가 줄고 입원율이 낮게 유지되면서 영국이 안전하게 코로나와 공생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으로 전해진다.

오는 24일부터 식당과 바에서는 착석하지 않은 손님들도 취식이 가능하며 나이트클럽도 다시 문을 여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될 예정이다. 실내행사 인원제한은 이미 전일 해제됐다. 또 확진자가 추가 검사에서 2차례 음성을 받으면 격리 기간을 7일에서 5일로 단축한다. 3월 말 이후로는 모든 격리 의무를 해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 같은 대대적 방역 완화의 중심엔 연일 '오미크론이 심각하지 않다'고 홍보하는 집권 보수당이 있다. 올리버 다우든 보수당 의장은 지난 16일 스카이뉴스 인터뷰에서 "플랜B 규제는 가능한 한 짧게 적용됐으면 했다"며 "우리는 요식업 등 각 산업계 및 학교 등이 지고 있는 부담을 가능하면 없애주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이런 조치가 정치적 위기에 몰린 존슨 총리와 보수당의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라는 지적도 나온다고 데일리메일은 전했다.

존슨 총리는 1차 봉쇄가 한창이던 2020년 총리 관저 정원에서 사교 파티를 연 사실이 알려져 '내로남불' 논란에 휩싸였다. 가뜩이나 코로나19 대응 관련 평가가 좋지 않은 가운데, 총리 외 내각 인사들의 유사 행보도 속속 드러나면서 사퇴 위기로 번지는 분위기다.

일간 더타임스가 실시한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영국 유권자 10명 중 6명은 존슨 총리의 사임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1야당인 노동당 지지율은 보수당보다 10%포인트(p) 앞섰는데, 이는 2013년 이후 가장 큰 격차라고 매체는 전했다.

 

기존 지표와 달리 영국의 최근 사망자가 증가세를 보이는 점은 우려스런 부분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인구 6800만 규모 영국의 이날 신규 사망자는 438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일(85명) 및 그제(91)와 비교해도 몇 곱절 많은 데다, 작년 2월24일 정점 이후 최고다.

오미크론 유행이 먼저 지나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우에도, 한창 유행 당시엔 일일 사망자가 두 자릿수였는데, 오히려 감염이 완화된 이달 들어 일일 사망자 수가 평균 세 자릿수로 유지되고 있다. 

영국의 팬데믹 끝이 보인다고 말한 나바로 WHO 특사는 당시 발언 끝에 "우리는 겸손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계속 진화하고 있으며, 우리는 코로나바이러스가 다음에 어디로 향할지 확실히 알 수 없다"고 덧붙인 바 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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