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美 의회 난입사태 1주년…'내전 상태' 분열상 여전

 미국 민주주의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던 1·6 의사당 난입 사태가 6일로 1주년을 맞는다. 

그러나 의사당 난입 가담자 처벌과 진상조사는 여전히 진행 중인 데다 정치적 양극화의 심화로 미국 역사상 가장 수치스러운 사건인 1·6 의사당 폭동 사태를 둘러싼 입장도 극명하게 나누어져 있다. 

이로 인해 미국이 과거 남북전쟁 이후 다시 '내전'을 겪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대선 불복' 트럼프 지지자들, 美 역사상 최악의 미 의회 난입 사태

지난 2020년 11월3일(현지시간) 치러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조 바이든 대통령간 대선은 전례 없는 초박빙의 승부가 펼쳐졌다. 바이든 대통령이 승리 선언을 하는 데에도 나흘(11월7일)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정도였다. 

그러나 선거 이전부터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해오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고, 오히려 '부정선거' 주장을 확산시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패배한 조지아 등 경합주(州)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승리를 인증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등 끝까지 발악했다. 

미 의회가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을 최종 승인하는 지난해 1월6일 상·하원 합동회의를 앞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백악관 인근에서 시위를 벌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일 오전 11시 엘립스 공원에서 열린 연설을 통해 지지자들에게 "대선 결과에 절대 승복하지 않겠다"면서 마이크 펜스 당시 부통령이 상원의장으로서 미 의회의 대선결과 인증을 차단할 것이라며 시위대가 의사당으로 향하는 ‘구국의 행진’에 자신도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옥처럼 싸워라", "우리는 의회로 갈 것"이라고 지지자들을 부추겼다. 

그의 연설을 들은 시위대는 합동회의가 예정됐던 오후 1시쯤 의회로 향하기 시작했다. 흥분한 수천명의 시대위는 바리케이드 등 경찰 저지선을 넘어 의사당에 난입, 민의의 전당인 미 의회는 아수라장이 됐다. 폭도들은 상원의장석을 점거하고, 하원의장실을 유린했다. 

의회 경찰과 대치 과정에서 시위대 4명이 사망했고, 경찰 14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1·6 사태 직후 1명의 경찰이 사망했으며, 4명의 경찰이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당선 인증을 앞두고 있던 바이든 대통령은 "이것은 시위가 아니라 반란"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해 강도높은 비판을 가했다.

이같은 혼란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시위대를 "위대한 애국자들"이라고 치켜세우며 방관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했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그는 "사랑과 평화를 갖고 집으로 돌아가라"고 지지자들을 달랬지만, "이날을 영원히 기억하라"고 덧붙이며 여전히 폭동 사태를 두둔했다. 

결국 주 방위군과 연방경찰이 뒤늦게 투입됐고 난입 사태는 4시간 만에 정리됐다. 난입 사태 당시 피신했던 미 연방의원들은 폭력에 굴복할 수 없다며 6시간 만인 오후 8시에 회의를 속개했고, 날짜를 넘긴 7일에서야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을 인증했다. 

미 의회의 충격적인 난입 사태에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등 당시 각국 정상들은 "미 의회에서 수치스러운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며 평화로운 정권 교체를 강조하기도 했다.

◇1년이 지났지만, 진상조사·가담자 처벌은 현재 진행형

1·6 사태 직후 민주당은 폭동을 선동한 혐의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에 착수했지만, 하원을 통과한 탄핵소추안은 상원에서 ‘유죄 57표 대 무죄 43표’로 의결정족수(3분의 2이상, 67표)를 확보하지 못해 무산됐다. 

민주당이 다수를 점하고 있는 하원은 트럼프 탄핵이 무산되자 공화당의 반대 속에도 난입 사태의 진상규명을 위해 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1·6 사태가 1년이 지났지만, 진상조사와 가담자 처벌은 아직 진행형이다. 5일 정치전문매체인 폴리티코에 따르면 당시 폭동에 참여한 700여명이 체포됐지만 여전히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1일 기준 체포된 사람 중 71명만이 선고를 받은 상태다. 

이중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절반(30명)도 채 되지 않고, 평균 징역형도 45일에 불과했다. 7명만이 중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다만 더 중대하고 복잡한 혐의로 기소된 사람들에 대한 사건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이같은 수치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현재 275명이 선거 결과를 인증하는 미 의회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이날 미국민들에게 수백명의 추가 용의자를 식별하는데 도움을 달라고 요청했으며, 연방정부는 최대 2500명이 기소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미 하원의 특별위원회의 진상조사도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의 비협조로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위는 올여름쯤 중간 보고서를, 오는 11월 중간선거 이전에 최종 보고서를 내놓을 계획이다.

특위는 지금까지 300명이 넘는 증인의 진술을 듣고 50명 이상에게 소환장을 발부했다. 

특위는 특히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위해 트럼프 전 대통령 등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직 진술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지만, 마크 메도스 전 백악관 비서실장과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제프리 클라크 전 법무부 시민국장 등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은 증언을 거부했다.

특위는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의회 폭동 사태 당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보기 위해 당시 백악관 문건 열람을 시도하고 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를 막기 위해 연방대법원에 상고 허가 신청을 제기하고 하급심 판결의 효력 보류를 요구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백악관 문서가 공개되면 대통령의 기밀유지 특권이 침해된다며 문건 공개를 막아 왔지만, 1심과 2심에서는 재판부가 폭동과 관련해 광범위한 조사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특위의 손을 들어줬다.

◇속속 드러나는 당시 상황들…이방카, 트럼프에 "폭력 사태 멈춰달라" 요청


더디긴 하지만 특위 조사 과정에서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특위 소속인 리즈 체니 공화당 하원의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의 장녀인 이방카 전 백악관 선임보좌관이 사건 당일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이 폭력 사태를 멈추게 해달라"고 최소 두 차례 요청했다고 밝혔다. 베니 톰슨 특위 위원장도 "백악관이 뭔가를 하도록 요청받았다고 믿을 만한 중요한 증거를 갖고 있다"고 체니 의원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숀 해너티, 로라 잉그레이엄, 브라이언 킬 메이드 등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방송인 폭스뉴스의 앵커들이 의회 난입사태 당시 메도스 전 비서실장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대통령은 의회에 있는 이들에게 집으로 가라고 해야 한다. 이건 우리 모두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잉그레이엄), "(의회 난입사태로) 성취한 모든 것을 파괴하고 있다" 등 우려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정작 이들은 당시 자신들의 방송에선 좌파 집단의 개입을 시사하는 등 시위대들의 폭력 책임을 애써 축소하는데 발버둥 쳤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해 1214일 브리핑에서 "그날 일에 대해 사적으로는 경고하고 비난하고 증오를 표했던 바로 그들이 공개적으론 완전히 침묵하고 심지어 계속해서 거짓과 음모론을 퍼뜨렸다는 것은 불행히도 놀랍지도 않다"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폭동 선동 혐의' 트럼프, 기소 여부 주목

무엇보다 관심은 당시 폭동을 부추긴 혐의 등을 받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실제 기소가 될지, 그에 따른 처벌을 받을지 여부에 쏠리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폭동 사태 선동 혐의 외에도 2020년 11월 대선 결과를 뒤집기 위해 경합주였던 조지아주 선거책임자에게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메릭 갈런드 미 법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폭동 사태에 대한 조사를 계속할 것이라면서 "어떤 수준에서든" 민주주의 기관을 공격과 폭력의 위협으로부터 방어할 것이라고 밝혔다. 

갈런드 장관은 특히 "법무부는 1월6일 그날 참여를 했든 아니면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에 형사적으로 책임이 있든 '어떤 수준에서든' 모든 가해자들에게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해 여전히 전념하고 있다"며 "우리는 사실(facts)이 이끄는 어디에서든 사실을 따를 것"이라고 했다. 

갈런드 장관의 언급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혐의가 드러날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기소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공화당의 승리가 점쳐지고 있는 오는 11월 중간선거 이전까지 기소가 되지 않을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형사 처벌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승리해 하원을 장악할 경우, 특위가 보고서를 내놓더라도 관련 조치는 유야무야될 전망이다. 

◇"내전 상태" 美분열상은 여전…트럼프 '대선 사기' 주장 맹위


1·6 사태를 통해 드러난 미국의 분열상은 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사기' 주장은 맹위를 떨치고 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1·6 폭동이 일어난지 1년이 지난 지금,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은 그날 자체만큼이나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워싱턴 정가에선 현재의 미국은 "내전 상태"라는 자조 섞인 평가도 나오고 있다. 

실제 워싱턴포스트(WP)가 메릴랜드대와 함께 진행한 설문조사(지난해 121719일, 성인 1101명 대상)에 따르면 응답자의 35%가 '정부를 상대로 한 폭력행위가 때로는 정당화될 수 있다'고 응답했다. 민주당 지지자의 경우 23%만이 정부에 대한 폭력행위가 정당화될 수 있다고 답한 반면, 공화당 지지자 중에선 40%, 무소속에선 41%가 정부에 대한 폭력행위가 정당화될 수 있다고 답했다.

특히 1·6 의회 난입 사태와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다고 보는지에 대한 설문에선 민주당 지지자는 92%가 트럼프 책임이 크다고 답했지만, 공화당 지지자 중에서는 27%만이 트럼프에게 책임이 있다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이 정당한지를 묻는 질문에는 69%는 그렇다고 답했으나 29%는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애머스트 매사추세츠대학과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실시한 여론조사(121420일, 성인 1036명 대상)에 따르면 공화당 지지층의 71%는 바이든 대통령이 정당하게 선출된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답했고, 단지 21%만이 바이든 대통령이 확실히 지난 대선의 합법적인 승자이거나 승자인 것 같다고 응답했다. 1·6 의회난입 사태와 관련해선 응답자의 55%가 '폭동'으로 규정했지만, 공화당 지지층의 80%는 이를 '항의'라고 답변했다. 

이런 상황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4년 대선 출마 재도전 가능성에 불을 붙이고 있다. 

폴리티코와 여론조사기관 모닝컨설트 설문조사(지난12월 1113일, 성인 1998명 대상)에서 공화당 지지층의 69%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4년 대선에 재도전하길 바란다고 응답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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