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헤지 위해 원자재에 돈 몰린다…상품시장도 버블

유가와 주요 금속 가격이 일제히 뛰며 원자재 가격이 2013년 이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실수요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반등한 데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 가능성에 대응한 헤지(위험회피)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버블 조짐이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 헤지를 위해 과다하게 상품시장에 베팅하고 있다는 것이다.

◇ 원자재 현물 지수 2013년 이후 최고 :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23종류의 원자재 가격을 추종하는 블룸버그 원자재 현물 지수가 22일(현지시간) 1.6% 오르며 2013년 3월 이후 최고점을 기록했다. 코로나 팬데믹이 선포된 지난해 3월 대비로는 67% 높은 수준이다.

이날 지수 상승세를 부추긴 건 구리다. 산업 전반에 쓰여 경기전망의 가늠자로 여겨져 온 구리 가격은 이날 2011년 이후 처음으로 톤당 9000달러대에 올라섰다.

또 다른 비철금속 대표주자 니켈도 2014년 후 처음으로 톤당 2만 달러를 넘어섰고, 철광석 역시 10년 고점인 톤당 175달러대에 거래됐다. 이달 초 배럴당 60달러를 상향 돌파한 브렌트유도 같은 날 배럴당 65달러대를 기록했다.

◇ 실수요와 투자 수요 혼재 : 원자재 강세 배경으로는 경기 회복 기대에 따른 실수요와 헤지 투자수요 증가가 꼽힌다.

코로나19 충격 회복 신호를 보내는 소비는 중국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고, 길어지는 재정·통화 부양책으로 인플레이션 불안감이 커지며 전통적 헤지 수단인 원자재 수요가 커지고 있는 것.

 

◇ 바이든 당선도 금속 랠리 이끌어 : 여기에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 후 가속이 붙은 전세계 각국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도 원자재 수요를 끌어 올린 요인으로 지목된다.

주요국이 일제히 돌입한 탄소배출제로(0) 정책은 원유 수요를 억제하지만, 신재생에너지 기반시설 및 전기차 배터리 등에 쓰이는 금속 수요를 늘린다.

원자재 가격이 앞으로 더 오를 것이란 전망도 이어진다. 골드만삭스는 구리 시장이 생산이 중국 및 전세계적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10년 내 가장 큰 공급 부족에 직면할 것으로 추산하며 12개월 후 구리가격을 톤 당 1만500달러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원유 시장에서도 당분간 수요가 공급을 앞지를 것으로 봤다. 전날 3분기 브렌트유 전망을 배럴당 75달러로 10달러 더 높여 잡은 이유다. 구리 등 일부 원자재 수요는 장기간 상당한 수준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도 많다. 

◇ 상품시장에 과도하게 몰리고 있어 : 그러나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과도하게 상품시장에 돈이 몰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23일 "최근 원자재 시장에 몰려드는 자금은 건전한 수요보다 인플레이션 헤지 수요가 더 커 보인다"며 "버블 양상이 감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FT는 특히 인플레이션 헤지 수요로 시장에 진입한 자금 때문에 상품가가 오르면 실수요자들은 비싼 가격에 상품을 사야 하기 때문에 세계경제 전체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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