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맞는 대신 오미크론 걸리자고?…전문가들 "위험한 생각"

'오미크론 자연백신설'에 전문가들 "롱코비드 위험 간과한 무책임한 소문"

 

코로나19 새 변이주 오미크론이 전염력은 높지만 중증을 야기하지 않는다는 보고가 이어지자, 일각에선 백신을 맞는 대신 오미크론에 걸려 자연면역을 획득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일명 '오미크론 자연백신설'인데, 바이러스학자들 가운데서도 오미크론에 감염되고 나면 광범위한 코로나19 면역력을 획득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면서 이러한 주장이 힘을 받는 분위기다.  

그러나 4일(현지시간) AFP와 인도 PTI 통신 등 보도를 종합하면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 같은 오미크론 자연백신설을 "위험한 생각"이라고 일축했다.

델타에 비해 적을 뿐 오미크론으로 인한 중증환자와 사망자도 엄연히 있는 데다, 감염 후 장기 후유증인 '롱코비드'의 영향이 어디까지 미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설'로만 존재하던 오미크론의 자연백신화 가능성에 탄력이 붙은 건 지난달 27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의 아프리카보건연구원(AHRI)이 한 소규모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다.

연구진은 오미크론 감염자 15명을 분석한 결과 감염 후 델타 변이 중화 능력이 4.4배 높아졌다고 밝혔다. 피실험자의 백신 접종 여부는 상이했다. 해당 연구는 동료 검토를 거치지 않았지만, 파장은 상당했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집단면역이 더이상 환상이 아닌 실현 가능한 것이 됐고, 코로나바이러스가 드디어 계절적 질환으로 진화했다'는 낙관론이 흘러나왔다.

프랑스의 팬데믹 대응 정책 설계에 참여하는 알랭 피셔 박사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익숙한 다른 바이러스처럼 진화하는 그 시작을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올리비에 베랑 프랑스 보건장관마저 의회에 출석해 "이번 유행은 일종의 면역력을 획득할 기회일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나흐만 애쉬 이스라엘 보건장관은 현지 라디오 방송에서 "(오미크론 감염으로 인한) 집단 면역도 가능하다"면서도 "감염을 통해 이루고 싶진 않다. 백신을 맞고 이루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처럼 오미크론 자연백신설이 힘을 받자 전문가들이 경고음을 울리며 이를 제지하고 나섰다.

인도의 저명한 감염병학자인 샤히드 자밀 박사는 "위험한 생각"이라며 "팬데믹 피로와 더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나온 환상"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코로나19 감염을 개의치 않는 무책임한 사람들이 이런 소문을 퍼트리고 있다"면서 "인도에는 특히 영양상태 부족과 공기 오염 및 당뇨 등이 만연한데, 제대로 알려진 것도 없는 바이러스에 일부러 걸리겠다는 건 좋은 과학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기리드하라 바부 인도공중보건재단 생애주기별 전염병학과장은 "이 가짜뉴스를 멀리해야 한다"며 "오미크론으로 인한 입원과 사망 사례도 분명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백신 접종과 비교할 때, 자연 면역은 모든 변이에 대한 보호효과를 제공할 수 없다"면서 "오미크론이 집단면역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주장 말고 증거가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수친 바자즈 우잘라 시그너스 그룹 종합병원 설립자 겸 원장은 "바이러스가 경증이라도 6개월 이상 폐와 심장, 뇌, 콩팥 등에 머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장기적으로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알 수 없다. 이미 수많은 롱코비드 환자들이 기억력 감퇴, 부정맥 등을 호소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오미크론 감염을 백신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 진짜 백신이 아니다"면서 "오미크론으로 인한 사망자와 중환자도 있다. 델타보다 가볍다고 해서 조심할 필요가 없는 바이러스라는 말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오미크론의 중증 환자 수가 적다 해도 너무 많은 사람이 감염되면 전반적인 입원율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세계보건기구(WHO)는 강조해왔다.

특히 전 세계가 집단면역을 달성하지 못한 상황에서, 오미크론이 코로나19의 마지막 변이일 가능성은 낮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앙투안 플라홀트 스위스 제네바 글로벌보견연구원장은 "이전 팬데믹에서 교훈을 얻자면, 바이러스는 예측불가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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