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화이자 알약이 게임체인저?…내년 늦여름에나 공급"

"정부 선주문 1000만회분 다 받는 데 반 년은 걸려" 우려

전세계 공급 물량 부족…바이든 "역량 총동원 생산 지원"

 

화이자의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가 22일(현지시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으면서 '방역 판도를 바꿀 게임체인저'로 부상했지만, 미국 백악관은 이런 기대를 잠재우며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팍스로비드의 제조 성격상 미국 정부가 선구매한 1000만 회분(1회분 총 30알)을 다 받는 데도 6~8개월은 걸릴 것이라는 설명이다. 화이자가 올해 생산해 즉시 납품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물량은 18만 회분에 그친다. 세계적 대유행병인 팬데믹의 판도를 바꾸기엔 공급량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FT에 따르면 제프 자이언츠 백악관 코로나19 대응조정관은 "화이자에 따르면 팍스로비드의 활성 성분을 만드는 데 관여하는 복잡한 화학작용으로 생산에 6~8개월은 걸린다"면서 "일단 1월까지 265000회분을 받을 것"이라며 "늦여름에 접어들어야 1000만 회분을 다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FDA는 이날 중증화 진행 위험이 높은 경증 환자의 팍스로비드 긴급 사용을 승인했다. 연령대는 모든 성인이 대상이며, 아동은 12세 이상부터 사용 가능하다. 화이자가 밝힌 팍스로비드의 입원·사망 예방 효과는 89%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FDA 발표 직후 "팬데믹을 벗어나기 위한 중대한 진전"이라며 "화이자가 최대한 빨리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우리도 긴밀히 협력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국방물자생산법(DPA)을 이용해서라도 필요한 모든 자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국방물자생산법은 전쟁과 재난 등 국가비상사태 시 정부가 산업을 직접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법률로, 대통령이 지정한 특정 물품의 생산을 우선하고 연방 정부가 원자재 수급과 가격 등을 통제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세계적 대유행병'을 의미하는 팬데믹 극복은 미국에만 치료제가 공급된다고 해서 가능한 일이 아니다. 프랑스 정부는 이날 FDA 발표 직전 기존에 주문한 머크의 먹는 치료제 '몰누피라비르' 주문을 취소하고 화이자의 치료제를 받길 바란다고 밝혔다. 팍스로비드를 확보하기 위한 각국의 물밑 경쟁은 이미 치열하게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화이자는 내년 공급 물량을 1억2000만 회분으로 상향 조정했지만, 개발도상국까지 돌아가기엔 부족한 수준이다. 이런 한계를 인정, 화이자는 국제공중보건단체 의약품특허풀(MPP)과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복제약품제조사가 팍스로비드를 생산, 저소득 및 중위소득 국가 95개국에 공급하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복제약 출시 일정은 빨라야 내년 말이 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화이자보다 먼저 FDA에 승인 신청을 한 뒤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머크 몰누피라비르의 승인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머크는 화이자보다 개발 단계가 앞서고, 이미 인도 복제약품제조사 등에서 진행 중인 생산 규모도 훨씬 크다. 뉴욕타임스는 "오미크론으로 확진자가 급증하는 지금 현재와 앞으로 몇 달간 당장 더 쉽게 구할 수 있는 치료제는 화이자가 아닌 머크의 것"이라고 짚기도 했다. 

미국 정부는 머크 몰누피라비르 300만 회분을 주문해둔 상황이다. 미 정부 당국자들은 "FDA가 머크 승인 여부를 계속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FT는 전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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