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취임 한달]'트럼프 뒤집기' 대공습…진짜 시험대는 이제부터

행정조치만 50여건…의료·총기 등 개혁 위해선 의회 협조 필요

 

지난달 20일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취임 선서를 하며 초강대국 미국을 4년 간 이끌게 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한 달 간 총 50여개의 행정조치(executive action)를 취하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그림자를 걷어내는 데 전력을 쏟았다.  

비영리·초당파 정치전문 단체인 벨럿피디아(Ballotpedia)에 따르면 18일(현지시간) 기준으로 바이든 대통령은 행정명령(executive orders)은 33건, 대통령 지침(memoranda) 13건, 포고(Proclamation) 8건 등 총 54건의 행정지시를 내렸다.

행정명령은 취임 첫 날부터 쏟아졌다. 지난달 20일 총 17개의 행정조치에 서명했다. 다음 날인 21일에도 9건의 행정조치를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벌오피스에서 1월 한 달에만 총 39건의 행정조치에 이름을 남겼다.

백악관 입성 직후부터 '오바마 지우기'에 몰두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취임 첫 100일 동안 서명한 행정조치 건수가 29건이었던 점을 감안하며 바이든 대통령은 그야말로 내달린 셈이다.

미국 언론들이 바이든 대통령의 이런 행동을 '집중 공습'(blitz)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폭풍 질주'는 이전 대통령들과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타바버라(UCSB)의 미국 대통령 프로젝트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집권 1기에는 한 해 평균 37건, 2기에는 32건의 행정조치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총 220건으로 한해 평균은 55건이었다.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트럼프 지우기…50 대 50 양극화 상원, '행정조치'로 맹폭 

바이든 대통령이 첫날 서명한 파리기후협약 재가입과 세계보건복지기구(WHO) 탈퇴 결정 번복, 미국 내 수백만 명의 불법 이민자에 대한 정책 변경 등은 모두 트럼프 행정부에서 시행한 정책을 번복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3일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가혹한 이민정책을 뒤집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이민에 관한 새로운 법적 통로를 만들어 (미국으로의) 망명 신청 절차를 개선할 계획"이라고 하는 등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적을 강하게 부정했다.

미국 대통령 프로젝트에 따르면(11일 기준)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서명한 220건의 행정명령 중 31건(14%)를 폐지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런 행보는 미국의 양극화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과 공화당 간 이념 격차가 커지면서 상대방을 경쟁 상대로, 상대방의 정책을 계승·발전의 아닌 제거 대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 상원이 비록 50대 50으로 팽팽하게 갈리면서 상대방을 설득하는 법안 통과보다는 바이든 대통령이 임의로 할 수 있는 행정명령에 기댔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잇따른 행정명령 서명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 행정명령에 일괄 서명할 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저지른 잘못된 행동을 되돌리려는 것이다. 여기에 우리가 새로 하는 일은 없다"고 했다.

◇진짜 도전은 지금부터…의료 복지·총기규제 공화당 반발

트럼프 행정부 지우기에 나선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말 오바마케어로 불리는 적정부담보험법(Affordable Care Act)의 혜택을 보다 많이 이들이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코로나19 위기"가 계속되고 있는 지금이 의료 및 적정 프로그램에 대한 접근 권한을 회복할 때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플로리다주 파크랜드 소재 마저리스톤먼 더글러스 고등학교 총기난사 사건과 관련한 성명을 통해 총기규제 강화도 약속했다.

문제는 행정명령이 아닌 '입법'에서도 현재와 같은 속도를 낼 수 있느냐는 점이다. 특히 오바마 케어와 총기 규제는 공화당에서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바이든 대통령이 이를 뚫어 낼 수 있을지가 관심이다.

워싱턴 포스트(WP)는 "바이든 팀이 스스로 이뤄낼 수 있는 것의 한계에 직면했다"며 새로운 공공의료 복지를 만들어내고, 도로와 다리를 정비하고, 이민 제도를 고치고, 강력한 기후 관련 규제를 만들어내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이 모든 것을 위해선 극도로 양극화된 의회를 통과해야 하거나 시간 소모가 클 것이라고 했다.

미국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는 "바이든 대통령의 야심찬 계획은 의회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거부한 옵션인 의료법 구축은 바이든 대통령의 능력을 조기에 시험하게 할 것"이라고 했다.

경제학자인 폴 크루그먼은 뉴욕타임스(NYT)에 "미국의 정치 상황은 끔찍하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재정지출 계획과 관련 "거의 만장일치로 공화당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지를 것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행정명령이란?

미국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행정명령(Executive orders)은 미 헌법만큼이나 역사가 오래됐으며, 종종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부터 트럼프 대통령까지 모든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은 국가수반으로서 헌법적 권한과 함께, 국내 정책을 바꾸거나 참전 등을 결정하는데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행정명령은 법적으로 구속력이 있다. 미 대법원은 그동안 대부분의 행정명령을 합법적이라고 판단했다.

대부분의 행정명령은 의회를 거치지 않으려는 대통령의 바람에서 비롯됐다. 행정명령은 의회의 승인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의회가 행정명령을 뒤집을 수도 없다.

의회가 할 수 있는 것은 해당 명령의 집행에 재정 지원을 축소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은 이 같은 의회의 법률에도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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