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먹통 한달]'127시간 30분'의 단절…카카오 대란이 남긴 것

공짜 메신저 앞세워 시장 지배 위치…"책임 부족했다" 비판 이어져 

IDC법·온플법 등 폐기 수순 규제 문제 재점화

 

127시간 30분. 카카오 먹통 사태가 완전히 복구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대체 불가능한 통신망 장애와는 결이 다르지만, 독점적 지위에 올라선 플랫폼이 일상을 마비시킬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준 일대 사건이었다. 연결성을 극대화한 플랫폼 경제의 역설이다. 공짜 메신저로 시작한 카카오는 플랫폼 성장 방정식을 극대화하며 공공의 영역으로까지 뻗어나갔다. 

그러나 정작 데이터 보호를 위한 이중화·이원화 조치라는 '기본'은 간과했다. 서비스 확장에만 골몰한 채 지위에 걸맞은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지난달 15일 카카오 먹통 사태가 발생한 후 한 달이 지났다. 카카오는 피해 지원 협의체를 발족하며 본격적인 보상 정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카카오 사태가 남긴 건 단순한 보상 문제만이 아니다. 플랫폼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논의와 함께 폐기 수순을 밟았던 각종 규제 문제도 재점화됐다.

◇공짜 앞세워 점유율 90%…"서비스 안정성은 뒷전"

"카카오톡은 유로화를 할 계획이 전혀 없습니다."
"카카오톡에 광고 넣을 공간도 없고, 쿨하지도 않고, 이쁘지도 않습니다."

2012년 서비스 초창기 시절 카카오톡은 공지사항을 통해 광고가 없는 공짜 메신저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리고 지난해 카카오는 카카오톡 기반의 광고 매출로만 1조6439억원을 벌어들였다. 올해 3분기에만 해당 부문에서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한 467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무료 서비스라는 점을 내세워 규모를 키운 뒤 이용자 기반으로 사업 모델을 붙이는 전형적인 플랫폼 성장 방정식을 따른 결과다. 지난해 8월 기준 카카오톡의 국내 메신저 시장 점유율은 87%에 이른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호출 시장에서 80%~90%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국내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1위인 '멜론'과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와 결제 서비스 카카오페이도 카카오톡에 기반해 시장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그리고 지난달 15일 오후 카카오가 임대해 사용하는 성남시 판교 SK C&C 데이터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카카오의 주요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했다. 이용자들은 '카톡' 연락부터 택시, 결제 서비스까지 일상이 멈췄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문제는 카카오가 시장 지배적 위치에 걸맞는 책임에 소홀했다는 점이다. 특히 플랫폼 서비스의 기본인 시스템 안전 대응에 미흡했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지난달 25일 진행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카카오 측은 자정까지 집중 질타를 받았다. 정청래 과방위원장은 "서버를 분산하고 서비스를 분산하는 컨틴전시 플랜(비상 대책)이 없었다"며 "카카오와 같은 대기업이 그런 재난에 대비하는 프로그램이 없었다는 것은 충격"이라고 지적했다.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은 고개를 숙였다. 김 센터장은 "전 국민이 사용하는 서비스에 대해 이용자들께 서비스 불편을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카카오도 처음 수익을 내기 시작할 때부터 데이터센터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무엇보다 관련 투자 의사 결정을 2018년부터 했고, 다만 그 기간이 4~5년 걸리기 때문에 준비가 미처 되지 못했다"고 책임을 인정했다.

정종채 법무법인 정박 대표 변호사는 "카카오톡은 플랫폼 기반으로 생활, 경제 전반에까지 네트워크가 확장됐다. 시장 지배적 플랫폼이 되면서 이런 상황에 대비할 책무가 있다"며 "파급 효과를 감안해서 더 많은 비용이 들겠지만, 데이터 분산 및 백업 대비 책무가 있다. 이를 제대로 하지 않은 건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밝혔다.

◇'온플법'부터 'IDC법'까지…플랫폼 규제 논의 재점화

카카오 먹통 사태가 플랫폼 독점 문제로 비화하면서 각종 규제 논의가 재점화됐다. 2년 전 폐기된 인터넷데이터센터(IDC) 규제 법안이 재조명되며 비슷한 내용의 법안이 재차 발의됐으며, 존폐 기로에 섰던 '온플법'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네이버, 카카오 등의 부가통신사업자의 데이터 및 서버 등의 보호 조치를 강화하는 법안 4개가 발의됐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 최승재 의원이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을,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앞서 지난 2020년 IDC를 방송·통신 시설처럼 국가재난관리시설로 지정하는 내용의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IDC법)이 발의됐지만, 업계의 반발로 법제사법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번 법안은 규제 수준이 한층 강화됐다. 특히 데이터센터를 직접 구축하지 않는 플랫폼도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국회 과방위는 15일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2소위)를 열고 해당 법안들을 의결했다. 과방위 법안소위에서 의결된 법안은 전체회의, 법사위 심사 등을 거쳐 국회 본회의에 오르게 된다. 여야가 큰 이견 없이 속전속결로 법안을 처리할 방침이어서 이르면 연내 통과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지난달 24일 국감장에서 "사용자에게 더 안전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 협력이 가능하다"면서도 "사용자 정보 보호와 해외 업체와의 차별화 없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정부에서 추진되다 윤석열 정부에서 자율규제 도입으로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고 있던 온라인 플랫폼 규제 법안도 다시 조명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카카오 사태와 관련해 "민간기업에서 운영하는 망이지만 사실상 국민들 입장에서는 국가기간통신망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독점이나 심한 과점 상태에서 시장이 왜곡되거나, 더구나 이것이 국가의 어떤 기반, 인프라와 같은 정도를 이루고 있을 때 국민의 이익을 위해서 당연히 제도적으로 국가가 필요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문제는 공정위에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현재 배진교 정의당 의원과 윤영덕·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관련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그러나 규제 논의에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카카오 사태를 계기로 한 성급한 입법이 진입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이번 사태는) 독점 사업자, 비독점 사업자 문제는 아닌 거 같다. (서비스 안정성 의무를 부과할) 서비스 성질, 사회적 영향력, 공공적 서비스 성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이중화가 당연히 좋긴 하지만 비용이 결국 2배 이상 들기 때문에 규제 대상을 정밀하게 타기팅하지 않으면 불필요한 진입 규제가 생기게 된다"고 지적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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