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족집게' 기관은 정부 아닌 'KDI'…이들이 본 미래 한국은

KDI 전망-실제 오차 0.81%P…기재부·한은보다 정확

KDI "올해 2.7%, 내년 1.8%…10년도 안돼 '제로성장' 가능성"

 

지난 12년 동안 한국 경제 성장률을 가장 정확히 맞힌 국내외 기관은 국제기구나 정부가 아닌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었다. 그런 KDI가 전망한 미래 한국은 결코 밝지만은 않은 모습이다.

KDI는 올해와 내년의 성장률을 각각 2%대, 1%대로 예상 중이다. 또 당장 한국이 생산성 개선에 나서지 않는다면 10년도 안 돼 '제로(0) 성장'에 접어든다고 경고하고 있다.

12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기재부와 한은, KDI,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0년부터 작년까지 내놓은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와 실제 사이 격차는 KDI가 가장 근접했다.

KDI의 오차는 연 평균 0.81%포인트(p)였으며, 한은이 0.88%p, 기재부는 0.95%p였다. OECD와 IMF는 각각 1.09%p, 1.12%p로 국내 기관보다 정확도가 낮았다.

기재부는 그간 경제 전망을 '목표치'에 가까운 낙관적 수치로 제시하는 경우가 많았다. 국가의 조세·재정 등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입장에서 정책 효과와 의지를 모두 고려한 결과로 풀이됐다.

통화 정책을 담당하는 한은의 경우 기재부보다는 정확도가 높았지만 지난 12년 동안 KDI와 비교하면 경제 상황을 다소 낙관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었던 걸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KDI가 예측한 우리나라의 최신 미래 성장률은 얼마일까.

KDI는 지난 10일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8%에서 2.7%로 소폭 하향 조정했다.

아울러 내년 성장률은 상반기에 발표한 2.3% 대비 0.5%p 대폭 낮춘 1.8%로 수정했다.

이듬해 1%대 성장 전망은 잠재 성장률 약 2%를 밑도는 수준이며, △IMF 2.0% △OECD 2.2% △ADB 2.3% 등 여러 국제기구들보다 비관적이다.

KDI는 내년 한국 경기가 본격 둔화된다고 본 것이다.

천소라 KDI 경제전망실 전망총괄은 "내년 우리 경제는 글로벌 경기부진과 시장금리 상승으로 경기 둔화 국면에 머무를 것"이라며 "대내외 금리 인상 영향이 점진적으로 파급되면서 상반기 성장세가 크게 둔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도 "1.8%라는 숫자의 의미를 생각하면 잠재 성장률이 대략 2% 내외라고 했을 때 이를 하회하는 수준"이라며 "내년은 경기둔화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내년 1%대 성장 전망은 향후 정부나 한은도 유사하게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내년 경제성장률이 기존 전망치인 2.1%를 하회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재부는 다음달 말쯤 2023년 경제정책방향과 함께 새로운 전망치를 발표한다.

특히 기재부의 전망은 기존보다 크게 낮아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기재부의 기존 전망치는 2.5%로, 시장의 최신 컨센서스와는 차이가 큰 편인 데다가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관례에서 탈피한 '냉철한 진단'을 강조하고 있어서다.

추 부총리는 지난 5월 취임 후 첫 간부회의에서 "정확하고 냉철한 분석은 고품질 정책 마련의 첫 단계"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럼 KDI가 내년 이후로 예측한 한국 경제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이에 따르면 한국은 불과 10년도 채 지나지 않아 '제로 성장'에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

KDI가 지난 8일 펴낸 장기 전망 보고서에는 "2020년대 이후 인구 감소와 급속한 고령화 등으로 우리 경제의 성장세는 점차 둔화될 것"이며 "2023년 2% 초반에서 지속 하락해 2050년 0.5%가 된다"는 대목이 등장한다.

KDI는 2023~2030년 연 평균 성장률을 비관 시나리오에서 1.5%로, 기준 시나리오에서는 1.9%로 평가했다. 이어 2031~2040년 연 평균 성장치는 비관 0.9%, 기준 1.3%로 잡았다.

심지어 KDI의 기준 시나리오는 우리나라의 생산성 증가율이 2011~2019년의 낮은 수준(0.7%)에서 반등해 1%를 유지한다는 전제를 깔았다. 우리가 앞으로 이 같은 생산성 증대에 실패할 경우 지금으로부터 9년 뒤인 2031년부터 10년 동안은 연 평균 제로 성장을 겪을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이에 KDI는 생산성 향상을 위해 "우리 경제의 구조개혁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며 "대외개방, 규제 합리화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성과 고령층이 노동시장에 활발히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교육 개혁 노력도 지속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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