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동포 40% 증발…코로나 끝난 서울 차이나타운은 '위기 진행형'

구로·대림 인구 올해까지 감소세 지속…서울이 제일 '심각'

높은 집값·조선족 인구구조 변화 등 요인…"변화 시작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초기 직장을 잃고 이제는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중국 동포 박금희씨(35·여)는 최근 팬데믹 연장전을 치르고 있다.

코로나가 한국에 상륙했을 당시 다니던 면세점을 그만두고 1년 전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에 슈퍼마켓을 차렸지만 매출이 30% 가까이 떨어져서다. 박씨는 가게가 위치한 가리봉시장의 텅 빈 거리를 보며 "여기가 어딜 봐서 시장이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14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코로나 사태 초기 큰 충격을 받았던 서울 내 가리봉동 등 차이나타운의 인구가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2019년부터 중국 동포들이 중국으로 돌아가거나 국내 곳곳으로 흩어지면서 서울 차이나타운의 대명사인 대림과 구로의 등록 외국인 인구는 올해까지 40% 가까이 줄었다.

외국인 관광객이 돌아오며 명동·광화문 일대 등은 다시금 활기를 되찾고 있지만 서울 시내 곳곳에 있는 차이나타운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주거환경, 중국 동포의 인구 변화 등과 맞물리며 위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대림중앙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3.15/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 위기의 차이나타운…3년 전보다 외국인 인구 40%가량 감소

지난달 말 방문한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차이나타운의 식당가. 점심을 먹기 위한 손님들로 붐벼야 할 시간이지만 거리엔 정적만 감돌았다.

대부분 가게는 영업 중이었지만 상인들은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거나 TV를 시청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가리봉동에 거주하는 일용직 노동자 중국 동포 주모씨(47)는 "코로나 이후부터 (사람들이) 급격히 줄어든 것 같다"며 "물가도 올라가고 집세도 비싸다 보니 중국으로 돌아가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다"고 전했다.

서울에서 '작은 중국'으로 불리는 대림동도 사정은 비슷했다. 7호선 대림역 12번 출구 앞에 위치한 차이나타운에 들어서자 중국어 간판과 향신료 냄새는 가득했지만 거리에는 중국 동포가 간혹 다닐 뿐이었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실제로 서울시가 발표한 등록 외국인 현황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리봉동의 등록외국인은 4005명으로 2019년 1분기(6529명) 대비 38% 줄었다. 대림1~3동의 등록 외국인 수는 같은 기간 1만8231명에서 1만2102명으로 33%로 떨어졌다. 이 지역 외국인 중 중국 동포 비율은 90% 내외로 알려져 있다.

주민들의 전언으로는 여행 비자로 한국에 체류하는 미등록인구 감소 역시 크다고 해 통계로 집계되지 않은 인구까지 고려하면 실제 인구 감소 폭은 더욱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 열악한 차이나타운 주거환경…물난리 취약한 반지하방 '공실'

팬데믹 이후 일상 회복에도 불구하고 중국 동포들은 차이나타운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열악한 주거 환경이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대림동에 사는 일용직 노동자 이모씨는 "(서울 내 차이나타운은 기존에 살던) 남양주보다 집값이 배는 비싸다"며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서 왔는데 방세와 음식값이 비싸서 힘들다"고 말했다.

박성규 전국귀한동포 회장은 "집세가 기본 50만~60만원 하는데 (중국 동포들의) 체감은 강남 못지않다"고 전했다.

지방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집값이지만 주거 환경은 열악해 재해로부터 안전을 확보하기조차 역부족이다. 대림동에서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하는 강희석씨(72)는 "지난 물난리 때 대림동 지하에 물이 찬 곳이 많다"고 말했다.

대림동에서 세를 놓은 반지하방에 몇 달째 입주민이 없어 고민이라는 집주인 박모씨(82)는 "지하방 4개가 물난리 때 피해를 봐 도배부터 수리비까지 700만원을 들였는데 들어오겠다는 사람이 없다"며 "방에 또 물이 찰까 봐 중국 동포들이 들어오지 않는다"며 혀를 찼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서울 내 차이나타운은 중국 동포들이 오면 처음 정착하는 곳인데 주거환경이 열악하다 보니 서울 외곽으로 빠진다"며 "열악한 주거환경 등의 요인으로 이탈이 계속되면서 지금과 같은 현상이 일어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법무부에서 발표한 '등록외국인 국적별·지역별 현황'에 따르면 3년 전과 대비해 올해 3월 중국 국적의 동포 인구 감소율은 서울이 38.06%로 가장 높았다. 반면, 경기도와 인천은 각각 24.34%, 5.5% 수준이었다.

◇ 예견된 위기…중국 동포 인구 감소에 고령화까지 "변화 시작됐다"

중국 동포 인구 감소와 국내 유입 축소 역시 차이나타운의 위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중국 내 조선족 인구는 20년간 22만여명 감소했다. 중국의 인구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00년 인구 센서스 당시 조선족의 인구는 192만3842명이었지만 2010년에는 183만929명으로 줄었고, 2020년에는 170만명대까지 떨어졌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중국 내에 베이징과 같은 대도시, 칭다오로 대표되는 동부 해안지역에 일자리가 있으니까 옛날만큼 (국내의) 중국 동포가 많아지기는 쉽지 않다"며 "조선족 인구 중에서 이미 한국에 들어온 사람이 수십만명이고 중국에 괜찮은 일자리가 생기면서 이제는 들어올 여력이 거의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4일 인천 중구 차이나타운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8.4/뉴스1 © News1 정진욱 기자


이민정책연구원은 3년 전 중국 동포 유입의 한계가 곧 도래할 것으로 예측했다. '중국동포 인구구조 변화와 정책과제'란 제목의 정책보고서에선 중국 동포 내 생산연령 인구의 감소가 지속돼 인구 유입 현상은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담겼다. 1990년대에 4.6%이던 중국 내 조선족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010년에는 11.2%까지 치솟았다.

국내에 거주하는 중국 동포 인구 감소가 차이나타운 위축을 부추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최은영 소장은 "가리봉동과 대림동은 공단 노동자들이 살던 곳인데 차이나타운으로 변모한 후 새롭게 파동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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