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김장 취소, 100포기→70포기로 줄여"…'김장 포기'도 늘어

배춧값 지정됐지만 평년보다 비싸…"김장 물가 잡아줬으면" 

 

"매년 할머니댁에 모여 김장했는데 올해는 따로 하기로 했어요"
"작년까지 100포기 했지만 올해는 70포기로 줄였어요" 

배추와 무, 젓갈 등 김장 필수 재료들의 가격이 치솟으면서 김장을 포기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 김장을 포기하지 못한 가정에선 '양'을 줄이는 차선책을 택하고 있다. 대출금리 상승과 경기침체로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의 단면이 그대로 묻어난다.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매년 할머니댁에 모여 동네 어르신 분들과 함께 김장을 해왔지만 올해는 따로 하기로 했다"며 "비용이 부담돼 김장을 포기하는 집들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 가족은 김치 소비량이 매년 줄었지만 지난해까지도 반강제적으로 시골에 모여 동네 어른들과 함께 김치를 담갔다. 그러나 올해 배춧값을 포함해 무 등 부재료 값이 많이 오르면서 시골에서도 김장을 포기하는 가족이 늘자 행사 자체가 취소됐다.

이씨는 "매년 솔직히 귀찮기도 했지만 가족 연례행사였는데 막상 안 한다고 하니 아쉬운 마음이 크다"며 "배춧값이 오르는 것은 한두 해가 아닌데 이번에 처음 취소되다 보니 더 많이 실감된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2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 무가 진열돼 있다. 2022.11.2/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100포기에서 70포기로 줄여…김장 물가는 잡아줬으면"

지난주 김장을 마친 60대 주부 A씨는 작년까지만 해도 100포기를 담그던 것을 올해 70포기로 줄였다. 최근 배춧값이 떨어졌다지만 여전히 평년에 비해 비싸고 김장양념, 부재료 등의 가격이 지난해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A씨는 "배춧값이 내렸다고 하지만 여전히 너무 비싸고 고춧가루, 젓갈 등 부재료값도 부담된다"면서도 "가족 건강을 생각해 우리 농산물을 사용하고 싶어서 부담되지만 올해도 김장을 담갔다"고 말했다.

이어 "김장은 우리 전통이고 많은 국민들이 아직까지 매년 김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다른 것은 몰라도 김장 관련 물가는 잡아줬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경기도 수원에 거주하는 50대 주부 유모씨도 "시골에서 매년 시어머니가 올라오셔서 함께 김장을 해주고 돌아가셨는데 올해는 미리 전화해 올라오지 마시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몇년간 배춧값이 계속 비싸지면서 매년 김장을 할지 고민했는데 올해 처음 안하기로 결심했다"며 "김장할 때는 힘들지만 한번 하고 나면 내년 여름까지 맛있는 김치를 가족들에게 먹일 수 있어 뿌듯했는데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결정했다"고 아쉬워했다.

강원 평창군 진부면 오대천축제장에서 열린 2018 평창고랭지김장축제를 찾은 한 가족이 김치를 담그고 있다. (평창고랭지김장축제위원회 제공) 2018.11.9/뉴스1


◇배춧값 내렸지만 여전히 평년보다 비싸…부재룟값 상승으로 김장비용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배추 1포기 평균 소매가격은 3978원이다. 지난 9월 한때 1포기 1만955원까지 치솟은 것에 비해 배춧값은 대폭 하락했지만 평년(3625원)에 비해서는 비싸다.

그나마 배추가격은 지난달 가을배추 수확이 시작돼 이번달 본격적으로 공급이 이뤄지면서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김치 안에 들어가는 부재룟값이 올라 전체 김장비용도 늘었다. 

김장 양념이나 부재료에 쓰이는 쪽파, 마늘, 고춧가루, 멸치액젓 등 가격은 지난해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강수 부족 등으로 무가격은 지난해 대비 전통시장에서 42.9%, 대형마트 73.5% 폭등했다. 지난 4일 기준 소매가격 기준 무 1개는 3004원, 깐마늘 1kg은 1만3109원, 고춧가루 1kg은 3만1000원이다.

한국물가협회에 따르면 지난 6일 4인 가족 기준 김장비용은 평년 대비 전통시장은 23.5%, 대형마트는 12.7% 상승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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