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본 이태원 참사 수사 열흘, 칼끝 '4대 쟁점' 정조준

경찰·소방 등 현장 대응 적절했나 우선 밝혀야

용산구청 구조적 위험 방치, 해밀톤 불법증축 사고 인과성 규명 '숙제'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의 이태원 참사 수사가 열흘째로 접어들면서 수사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주요 혐의자들에 대한 압수수색이 마무리되면서 수사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경찰의 수사 초점은 크게 4가지로 요약된다. 가장 관심사는 경찰의 부실 대응 책임을 어디까지 물을 수 있느냐에 모아진다. '셀프 수사'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도 이 부분에서 분명한 성과가 절실하다. 

박희영 구청장을 비롯한 용산구청에 대한 비난도 쇄도하고 있어 이를 규명하는 것도 풀어야 할 숙제다. 해밀톤호텔의 불법 증축이 이번 참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밝혀야 할 부분이다. 소방의 대응이 적절했는지도 들여다봐야 할 부분이지만 차가운 여론이 부담이다.  

10일 경찰에 따르면 특수본은 지금까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입건한 피의자는 총 7명으로 류미진 서울경찰청 전 인사교육과장(총경), 이임재 전 서울용산경찰서장, 용산경찰서 정보과장, 정보계장 등 경찰 관계자들과 박희영 용산구청장,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해밀톤호텔 대표 등이다. 

특수본은 지난 2일 이후 경찰청과 서울경찰청, 용산경찰서,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용산소방서, 용산구청, 서울교통공사, 해밀톤호텔 등에서 세차례 압수수색을 진행했고 압수 물품은 1만 건이 넘는다.

 

◇ 부실 대응 이어 참사 경고 보고서 삭제 의혹도 수사…'꼬리 자르기' 우려도

특수본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은 경찰의 '부실대응'이다. 조만간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과 류미진 총경에 대한 소환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장 총책임자인 이 전 서장은 참사가 발생한 뒤 현장 도착을 위해 이태원 주변을 55분간 우회하는 등 1시간30분 동안 별다른 지휘를 하지 않았다. 이 전 서장은 업무상 과실치사상·직무 유기 혐의가 적용됐다.

참사 당일 서울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상황관리관이었던 류 총경은 사고가 발생한 지 1시간24분이 지나 근무지에 복귀하는 등 근무 수칙을 지키지 않았다. 당초 특수본은 류 총경에게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도 함께 물었다가 추후 직무 유기 혐의만 적용하는 것으로 정정했다. 류 총경의 늑장 보고가 구조작업에 차질을 초래, 인명피해를 야기한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류 총경의 혐의가 보고를 제대로 안 한 것에 한정된다면 윗선에는 책임을 묻기 어려워진다. 보고가 제대로 안 됐기 때문에 지휘부가 대처하지 못했다는 명분을 만들어주는 셈이다.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특수본은 참고인 신분으로 윤희근 경찰청장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등의 휴대전화를 압수하기도 했지만, 이들을 피의자로 전환하진 않은 상태다.

핼러윈 축제 이전에 인파 급증을 우려하는 취지의 정보보고서가 참사 이후 삭제됐다는 의혹도 수사 대상이다. 용산경찰서 정보과장·계장을 직권남용, 증거인멸,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입건했다.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정보관은 정보과장 등이 이를 삭제하라고 지시했고 이 과정에서 회유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청은 정보과장·계장 외에도 서울경찰청 등 윗선의 개입 여부도 들여다보고 있다.

◇소방 부실 대응 수사에 비판여론 부담…특수본 "증거있어 입건한 것"

특수본은 참사 당시 소방당국의 대응 문제도 들여다보고 있다. 먼저 사고 현장을 지휘했던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고 직무 유기 등 추가 혐의 적용 가능성도 열어뒀다.

최 서장은 먼저 사고 발생 1시간여 전에 경찰로부터 두 차례 공동 대응 요청받았지만 즉시 현장에 나가지 않았다는 의혹의 중심에 있다. 또한 특수본은 최 서장이 참사 이후 신고가 이어졌을 때 '대응 2단계'를 제때 발령하지 않았다는 점도 수사 중이다. 실제 당일 현장 지휘팀장이 1043분 대응 1단계를 발령한 후 2단계 상향까지는 30분이 걸렸다. 3단계 상향은 1148분이었다.

최 서장의 입건과 관련해 일선 소방관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여론도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 김동욱 특수본 대변인은 지난 9일 수사 상황 브리핑에서 최 서장 입건은 무리라는 일각의 지적과 관련해 "수사로 확보된 증거를 종합해 입건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현장점검 했다더니 집으로 간 용산구청장…춤 조례 의혹도 수사

핼러윈을 앞두고 인명사고 대비에 소홀했던 사실이 드러난 용산구청을 향한 수사도 확대되고 있다. 특수본은 우선 박희영 용산구청장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하고 참사 당일 행적을 살펴보고 있다.

박 구청장은 참사 발생 전 두 차례 이태원 사건 현장을 현장 점검했다고 밝혔으나, 이후 현장점검 없이 귀가했다고 말을 바꿨다. 언론에 공개된 당일 박 구청장 자택 인근 폐쇄회로(CC)TV에서 그가 오후 8시20분쯤 귀가한 뒤 밖으로 다시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찰은 박 구청장의 자택에서 해밀톤호텔로 향하는 길의 폐쇄회로(CC)TV를 확보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특수본은 용산구가 일반음식점이 클럽처럼 운영할 수 있는 '춤 허용 조례'를 만들고, 91% 업소가 박 구청장의 취임 이후 허가를 받았다는 점에서 박 구청장과 이태원 상인들의 유착을 의심하고 있다.

춤 허용 조례는 지난 4월8일 제정된 '서울시 용산구 객석에서 춤을 추는 행위가 허용되는 일반음식점의 운영에 관한 조례'다. 식품위생법상 일반음식점에선 음향시설을 갖추고 손님이 춤을 추도록 할 수 없지만, 해당 조례 덕에 용산구 업소들은 클럽처럼 운영됐다.

문제는 참사 당시 생존자들이 업소들에서 나오는 시끄러운 음악소리 때문에 의사소통이 안 돼 위험을 알리기 힘들었다고 증언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찰은 전날 용산구의회 사무국을 압수 수색해 조례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이태원 일대 업소들과 유착관계가 작용했는지 확인하고 있다.

◇해밀톤호텔 불법 증축 10년째…사고원인 작용 혐의 입증될까

경찰은 참사 현장 바로 옆에 있던 해밀톤호텔의 불법 증축이 사고 원인으로 작용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특수본은 전날 해밀톤호텔 본관 2층 뒤쪽 등 호텔 주변에 불법 구조물을 세우고 도로를 허가 없이 점용한 혐의(건축법 위반 등)로 대표 A씨를 입건했다. 대표의 주거지 등 3개소에 압수수색을 진행해 휴대전화와 건축물 설계도면도 확보했다.

압사 사고가 발생한 골목길과 맞닿은 본관 서쪽에는 에어컨 실외기를 가리는 철제 가벽이 10여년 전 설치됐다. 이 가벽으로 골목길이 더 좁아져 인명 피해가 커졌다는 의심이 커지는 상황이다. 이 호텔은 본관 북쪽에 있는 주점은 테라스(17.4㎡)도 무단 증축해 영업하고 있다.

해밀톤호텔은 2013년 불법 증축으로 적발되고도 5억원이 넘는 이행강제금만 납부하며 철거를 미루는 상태다.

◇행안부·서울시로 수사 확대될까…경찰 "어떤 기관도 수사 대상"

향후 특수본이 재난·안전 관리를 총괄하는 행정안전부와 서울시에 대한 수사를 확대할지도 관심이다. 지금까지 세번의 압수수색에서도 빠지는 등 이들 기관은 주요 강제 수사 대상에서 제외된 상태다.

하지만 행안부와 서울시도 늑장·부실 대응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참사가 일어난 당일 오후 1048분 소방청으로부터 첫 보고를 받은 행안부는 5분이 지나서야 서울시·용산구에 대응을 지시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도 참사 발생 1시간5분이 지난 오후 1120분 상황을 처음 파악했다. 서울시는 당일 오후 1156분이 돼서야 재난 문자를 발송했다.

행안부 장관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행하는 재난 및 안전관리 업무를 총괄·조정하는 지위에 있다. 서울시 조례 역시 서울시장에게 재난 대응 책무를 부여하고, 재난예방조치 의무와 재난 발생이 우려되는 경우 대피명령·통행제한·관계기관 전파 등 응급대응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 등을 명시하고 있다.

특수본은 행안부 등에 대한 소환 계획을 묻자 "법령상 책무와 여건이 있는데도 부실한 조치를 했다면 어떤 기관이라도 수사 대상"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뉴스포커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