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의 기적' 27년 베테랑 광부 있어서 가능했다…용접기로 나무 말려 불 피워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 사고 221시간 만에 생사의 갈림길에서 생환한 27년 베테랑 작업반장 박모씨 장남 근형씨 가족이 5일 오전 전북 익산에서 경북 안동병원으로 올라와 부둥켜 안고 함께 기뻐하고 있다. 2022.11.5/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두개의 랜턴도 필요할때만 교대로 사용해 전날까지 작동
갱도 내 여러 곳으로 뚫린 공간...'불피워도 생존 가능' 판단


'봉화의 기적'은 그냥 만들어진것이 아니었다. 27년차 베테랑 광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작업반장 박씨의 아들 박근형씨는 5일 뉴스1과 만나 "아버지가 산소용접기로 젖은 나무를 말려서 땔감으로 사용하며 9일을 버텼다"고 말했다.

이날 구조광부들이 입원해 있는 안동병원에서 아버지 면회를 위해 PCR검사를 한 뒤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동안 취재진을 만난 아들 박씨는 "아버지가 사고 당시 '우르르' 소리가 몇차례 들려 직감적으로 어떤 상황이 발생했다고 느꼈다고 했다"고 전했다.

사고가 난 뒤 작업반장 박씨는 같이 고립된 보조작업자 박씨가 불안함과 두려움에 떨자 "27년동안 광산에 근무하면서 매몰 현장을 간접적으로 보고 해서 충분히 살 수 있다"고 안심시키며 탈출을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당국의 설명에 따르면 이들이 대피했던 공간은 매몰 사고 당시 작업 장소로부터 약 30m 떨어진 원형의 공간으로, 사방에서 갱도들이 모이는 인터체인지 형태의 구조로 30여평의 크기였다.

이곳에는 천장에서 지하수가 떨어지고 있었고 사방이 뚫려 있어 산소공급이 원할했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닿는 크기의 목재로 기둥을 만들고 주위에서 모은 비닐로 천막을 쳐 바람을 막았던 이들은 서로의 어깨를 기대며 온기를 유지하며 버텼다.

여기서 베테랑 광부의 기지가 발휘됐다. 통상 고립된 지하공간에서 불을 피우면 산소가 줄어 위험해진다는 것이 상식이지만 작업반장 박씨는 사방에 여러 갱도로 향하는 출구가 있어 불을 피워도 괜찮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매몰현장에는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로 젖어 있던 나무와 채광 작업을 위한 공구 중 톱과 산소용접기가 있었다.

작업반장 박씨는 산소용접기로 젖은 나무를 말리고 톱으로 썰어 비닐 천막안에서 불을 피워 온기를 유지한 것이다.

또 사고가 난 상황부터 두 사람이 가지고 있던 랜턴 중 하나는 끄고 필요할때만 랜턴을 켜 배터리를 아끼는 지혜를 발휘해 랜턴은 지난 3일까지 사용할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갱도에 갇힌 후 2~3일 동안 이들은 탈출하기 위해 갱도 안을 돌아다녔지만 출구를 찾지 못했다고 한다.

당시 발파 도통시험기(전기발파 테스터기)를 가지고 있던 작업반장 박씨는 탈출을 위해 몇차례 발파작업도 시도했다고 한다.

이들은 작업할 때 가져간 커피믹스를 조금씩 먹으며 허기를 달래다 이후에는 떨어지는 물방울을 마시며 장장 221시간을 버텨냈다.

박근형씨는 "어제 잠을 한숨도 못잤지만 하나도 피곤하지 않다" 며"무사생존을 기원해 주신 국민 여러분과 구조를 위해 사투를 벌여준 구조당국, 소방당국 관계자들에게 너무 감사한 마음"이라며 고마워 했다.

앞서 지난달 26일 오후 6시쯤 경북 봉화군 소천면 서천리의 아연광산 지하에서 광부 7명이 갱도 레일작업을 하던 중 제1수직갱도 하부 46m 지점에서 갑자기 밀려든 토사가 갱도 아래로 쏟아지면서 광부 2명이 고립됐다.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 사고로 고립됐던 작업자 2명이 4일 오후 11시3분쯤 무사히 구조됐다. 5일 오전 안동병원에서 작업자를 만난 가족들이 부둥켜안고 생환을 기뻐하고 있다. 2022.11.5/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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