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개미지옥'에 빠진 靑 참모들…정권 리스크로 번져

文 정부 정책실장들 부동산 논란에 잇단 구설

'똘똘한 한 채', '직보다 집' 등 각종 신조어도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전셋값 인상 논란으로 사퇴하면서 문재인 정부가 다시 한 번 청와대 참모들의 '부동산 리스크'에 휩싸였다.

특히, 강력한 규제를 내세우며 부동산 정책을 설계해온 정책실장들이 부동산 문제로 논란을 빚으며 불명예 퇴진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9일 김 정책실장은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부동산 투기근절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할 이 엄중한 시점에 국민께 크나큰 실망을 드리게 된 점 죄송하기 그지없다"며 "청와대 정책실을 재정비해 2·4 대책 등 부동산 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할 수 있도록 빨리 자리를 물러나는 것이 대통령을 모신 비서로서 해야 할 마지막 역할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셋값 인상 논란이 불거진 지 하루만에 전격 이뤄진 사퇴였다. 지난 2019년 6월 임명된 김 정책실장은 1년9개월이라는 최장수 재임 기록을 세웠지만, 그 역시 부동산 문제에 발목이 잡히며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김 정책실장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컨트롤타워로 부동산 정책 전반을 총괄해 왔다. 특히, 야당의 반대에도 여당은 지난해 7월30일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등 임대차 3법을 본회의에서 처리했고, 이는 7월31일 국무회의를 거쳐 즉시 시행됐다.

하지만 정작 김 전 정책실장은 임대료 인상폭을 5%로 제한한 해당 법안 시행 이틀 전 자신의 서울 청담동 아파트 전세보증금을 14.1% 올린 사실이 드러났다.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춘추관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으로 이호승 기획재정부 제1차관을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으로 임명했다. 2019.6.21/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이에 대해 청와대는 김 정책실장의 청담동 아파트 전세보증금이 주변 시세보다 낮았고, 현재 그가 전세로 거주하는 성동구 금호동 아파트의 보증금이 크게 올라 목돈이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관보에 게재된 지난해 말 기준 김 정책실장의 재산내역을 살펴보면 본인과 부인, 모친, 장남 명의의 예금만 14억7317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해명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청와대 정책실장의 부동산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초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장하성 주중대사 역시 부동산 관련 논란으로 구설에 오른 바 있다.

장 대사는 2018년 9월 라디오 인터뷰에서 서울 부동산 급등과 관련, "모든 국민이 강남에 살 이유는 없다"는 발언을 해 논란을 빚었다. 이 같은 발언이 비판을 받았던 이유는 정작 그가 강남에 거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정책실장이었던 김수현 전 정책실장도 부동산 논란에 휩싸이며 7개월만에 물러났다. 김 전 정책실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종합부동산세 도입을 주도한 인물로 당시 부동산 정책 실패의 장본인이라는 평가가 있었지만, 문 대통령은 다시 한 번 그에게 부동산 정책 설계를 맡겼다.

하지만 집값은 잡힐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김 전 정책실장의 과천 아파트 단지 앞을 지나는 전철 노선이 신설되는 등 개발 호재로 집값이 폭등하자 '내로남불' 비판을 받았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춘추관에서 민정수석, 일자리수석, 시민사회 수석 인사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황덕순 일자리수석, 김거성 시민사회수석, 김조원 민정수석, 노영민 실장. 문재인 대통령은 신임 민정수석비서관에 김조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 일자리수석비서관에 황덕순 대통령비서실 일자리기획비서관, 시민사회수석비서관에 김거성 사회복지법인 송죽원 대표이사를 임명했다. 2019.7.26/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이외에도 김의겸 전 대변인,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조원 전 민정수석 등 청와대 참모들을 둘러싼 부동산 논란은 계속됐다. 이 같은 구설에 온라인 등에선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문재인 정부 고위공직자의 '부동산 내로남불'을 꼬집는 각종 신조어도 등장했다.

먼저 김 전 대변인은 지난 2018년 7월 관사에 거주하면서 본인 전세금 등 재산 14억원에 은행 대출 10억원을 더해 서울 흑석동 재개발지역 내 상가를 매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김 전 대변인이 상가를 매입한 시기는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재개발·재건축 수요 억제, 대출 규제 등에 나서던 무렵이어서 정작 청와대 핵심 인사가 10억원 넘는 돈을 빌려 갭투기에 앞장섰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관사 재테크'라는 비난이 일었다.

노영민 전 비서실장은 지난해 7월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동참하라는 취지로 청와대 참모들에게 실거주를 제외한 부동산을 처분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정작 노 전 비서실장은 본인 아파트를 처분하는 과정에서 서울 반포 소재 아파트 대신 충북 청주의 아파트를 매각한 사실이 드러나 '똘똘한 한 채를 지켰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논란이 커지자 노 전 비서실장은 결국 반포 아파트도 매각했다.

같은 시기 김조원 전 민정수석은 서울 강남구 도곡동과 송파구 잠실동에 아파트를 보유해 그중 한 채를 매각해야 했다. 김 전 민정수석은 결국 잠실 아파트를 팔기로 했지만, 시세보다 2억여원 비싸게 매물로 내놔 '매각 시늉'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직' 대신 '집'을 택했다는 비판 속에 사퇴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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