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발 확장·스톡옵션 잔치…'성장'에 취한 카카오 '기본' 잊었다

'먹통' 사태로 드러난 카카오의 취약한 시스템

코로나에 급성장…'사업 확장, 내부 직원 챙기기'만 집중

 

'카카오 먹통' 사태로 거대 플랫폼 기업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카카오가 사업 확장보다 IT 기업으로서의 기본 역량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계열사 확대', '쪼개기 상장' 등 외형 성장에 집중하는 전략을 수정하고 내부 점검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문어발 확장·스톡옵션 잔치…카카오, IT기업 역할에 충실했나

이번 사태를 두고 국민들은 카카오의 '성장 중심' 경영이 피해를 키웠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IT 기업으로서 인프라 시설 투자에 힘쓰는 것이 아닌 그동안 '사업 확장', '내부 직원 챙기기' 등에 집중했다는 주장이다.

카카오는 수년간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대해 사회와 정치계로부터 지탄받아왔다. '골목 상권 침해'라는 비판을 받아온 카카오의 올해 2분기 기준 국내 계열사는 총 134개로 이는 2018년 65개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카카오 계열사는 △2019년 84개 △2020년 105개 △2021년 138개로 해마다 덩치를 키웠다.

지난 4월 김성수 카카오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 공동 센터장은 올해 연말까지 계열사 30~40개를 줄이겠다고 밝혔지만 감소세는 요원하다. 이에 지난 7일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는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지적받기도 했다.

계열사가 늘어난 만큼 카카오의 매출액도 점점 증가했다. 2019년 연 매출 3조원을 기록했던 카카오는 △2020년 4조1568억원 △2021년 6조1361억원을 기록했다. 비대면 특수에 힘입어 그야말로 '고속 성장'을 이룬 셈이다. 

성장의 과실은 내부 임직원과 나눴다. 카카오 임직원의 1인 평균 급여액은 2017년 7134만원에서 2021년 1억7200만원까지 늘어났다. 카카오는 2021년의 경우 직원들이 부여받은 스톡옵션 효과가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하지만 스톡옵션 효과를 제거하더라도 1인당 평균 급여액은 8900만원이다.

경영진들의 도덕적 해이 논란도 이어졌다. 류영준 전 카카오페이 대표를 포함한 임원진 8명이 카카오페이 상장 한 달만에 스톡옵션을 행사하며 주식 44만 주를 매도한 것. 류 대표는 자진사퇴했지만 카카오는 성장에 취해 스톡옵션 잔치를 벌였다는 비판을 피해 가지 못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이익추구와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IT 기업이 가진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해 일어난 일이 아닌가 한다"며 "카카오의 성과가 다른 영역의 파생된 성과로 이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카카오, 성장에 비해 부족한 투자…"사회적 책임 요구돼"

기업 인수합병과 자회사 상장으로 외형적인 규모는 커졌지만 IT 기업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인프라 구축에는 인색했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똑같은 화재 피해를 입은 네이버는 자체 데이터센터를 보유해 피해가 적어 더욱 비교되기도 했다.

카카오는 "모든 데이터를 국내 여러 데이터센터에 분할 백업하고 있으며 외부 상황에 따른 장애 대응을 위한 이원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지만 IT 업계는 그 역량이 온전치 않다고 보고 있다.

정보보호부문에서도 경쟁 업계에 비해 투자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운영하는 '정보보호공시 종합포털'에 따르면 카카오는 지난해 정보보호부문에 약 140억원을 투자했고 네이버는 같은 부문에 약 350억원을 투자했다. 인력 규모도 카카오는 60여명, 네이버는 107명으로 차이가 있다.

정보보호부문 투자액에는 '재해, 재난 등에 따른 서비스 중단을 대비하여 구축하는 백업 서버 등의 재해복구시스템 및 외주용역의 IT 재해복구 서비스 이용료'가 포함된다. 액수가 커지는 만큼 재해복구에 대비하는 금액도 늘어난다고 볼 수 있다.

카카오 입장에서는 억울한 부분도 있다. 화재가 발생한 판교 SK C&C 데이터센터는 카카오가 입주사 자격으로 이용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만 3만2000대의 대규모 서버를 운영 중인데 서버 전체가 타격을 받으며 대처가 어려웠다는 해명이다.

카카오도 네이버처럼 자체 데이터센터 구축을 하고 있다. 첫 자체 데이터센터는 안산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 혁신파크에 건립되며 내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고 두 번째 데이터센터는 2024년 서울대 시흥캠퍼스 착공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카카오급의 IT 대기업이라면 이러한 사태를 미연에 방지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카카오가 메인 센터로 사용한 판교 데이터센터와 똑같은 세컨드 서버를 운영해야 서비스에 문제가 생겨도 중단이 없는데 이를 구축할 여력이 없었던 것 같다"며 "3만2000대 분량의 서버 데이터라면 지역별로 더욱 분산하는 게 필요했다"고 짚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카카오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전국민의 90% 이상인 4750만명이 사용하는 '카카오톡'으로 성장한 기업인 만큼 서비스 운영에 더욱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카카오의 서비스는 국민 모두가 이용할 만큼 실생활에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사회적 책임이 요구될 수 있다"며 "플랜B, 플랜C 등을 마련해 이번 위기를 극복하고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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