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못받아 계약금 날릴 판”...'역전세난' 아파트 세입자 '불똥'

부동산 경기침체에 입주물량 증가까지 겹친 영향

보증금 할인 제시하는 집주인도…“당분간 분위기 이어질 듯”

 

“다음달 이사를 앞두고 있는데 집주인이 보증금을 당장 돌려주기 힘들다고 말해 난감한 상황이에요. 세입자를 못 구했다는 게 이유인데, 새집 계약금을 날릴 수 있어 불안하네요. 최근에는 집주인이 전세 보증금을 깎아주겠다며 이사 가지 말라고 얘기하더군요.”(30대 직장인 A씨)

전세 시세가 계약 당시보다 하락해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운 ‘역전세난’이 발생하고 있다. 집값 하락·전세 물량 증가 등의 여파로 신규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세입자 중 일부는 이사 날짜를 잡고도 잔금을 치르지 못해 계약금을 날릴 처지다. 이 같은 분위기는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1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전달(3억14746000원)보다 2978000원 하락한 3억11768000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3억14123000원) 대비 2355000원 내린 것이다. 

전국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수년간 2억원대를 유지하다 지난해 7월 3억원을 돌파한 뒤 같은 해 12월 3억19525000원까지 상승했다. 이후 9개월째 하락해 지금은 지난해 8월(3억11556000원)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전세가격을 되레 낮춰 갱신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종전 8억8000만원에 전세 거래됐던 서울 양천구 목동 ‘벽산아파트 전용면적 84.71㎡(12층)’는 지난 8월 8억1900만원에 전세 계약이 갱신됐다. 서울 강동구 상일동 ‘고덕롯데캐슬베네루체 전용 84.923㎡(4층)’는 지난 8월 보증금을 기존보다 1000만원 낮춘 7억5000만원에 전세 재계약이 이뤄졌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역전세난의 경우 부동산시장 침체와 함께 갱신계약과 월세 선호 현상 등으로 전세 매물이 쌓인 영향으로 분석된다”며 “특히 지방의 경우 전세 만기가 임박한 일부 물건이 임대차법 시행 이전 가격대로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귀띔했다.

그는 “금리 부담 등으로 입주하지 못하고 세입자를 구하는 경우가 늘면서 전세 매물이 증가하고 있다”며 “특히 갭투자로 집을 매입한 사람이 신규 세입자를 못 구할 경우 전셋값을 낮춰 기존 세입자에게 재계약을 제안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상당량의 아파트 입주가 예정되면서 역전세난 우려는 확산되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다음달 전국 아파트 입주예정 물량은 총 2만7266가구(임대 포함)다.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누적 입주 물량은 295501가구로 전망되는데, 이는 지난해 연간 입주 실적(286476가구)보다 많은 것이다. 특히 연말까지 3만5317가구의 추가 입주가 예정돼 있다. 

부동산R114 관계자는 “매수세 위축이 장기화됨에 따라 국지적으로 매물이 쌓이고 있는데 공급이 많은 지역들은 매매·전세가격 모두 동반 약세가 지속되며 오히려 역전세난 조짐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전세 물량은 증가하고 있다.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물량은 4만4142건으로, 전달(3만7418건)보다 6724건 늘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금리 상승 영향이 전세시장에 더 크게 미치고 있는데 입지가 좋거나 신축 아파트의 경우 리스크가 크지 않을 수 있지만 입주 물량이 많은 지역의 경우 역전세난 등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 같은 현상은 내년에도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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