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모여 처음 보일러 틀었는데"…'무주 일가족 참변'에 주민도 눈시울

"매일 공공근로 참여할 정도로 건강…독거노인들 보일러 확인"

경찰 "국과수와 합동감식 마쳐…부검은 유족이 원치 않아"

 

"장 보러도 자주 나오시고 마을 주민들과도 잘 지냈던 양반인데 자녀, 손주와 함께 갑자기 세상을 떠나셔서 참…."

전북 무주군 무풍면에 사는 40대 한 주민은 마을에서 일어난 참사를 듣고 말을 잇지 못했다. 전날 80대 노모 생일을 맞아 시골집에 모였던 일가족 5명이 숨지는 사고를 듣고서다.

이 주민은 10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사고가 발생한 집주인 A씨(84·여)는 어릴 때부터 봤던 마을 어른"이라며 "노인 공공근로에도 참여해 매일같이 마을에 나와 풀도 뽑고 동년배 어른들과 잘 어울릴 정도로 건강했던 분"이라고 회상했다.  

그는 "A씨는 평소 보일러를 쓰지 않다가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고 가족들이 온다고 하니 보일러를 켠 것으로 안다"며 "마을에 사는 노인 대부분은 날이 추워도 기름값을 아끼려고 보일러를 켜지 않고 전기장판을 사용하거나 두꺼운 담요만 덮고 지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와 함께 사고를 당한 가족들도 이곳(무풍면)에서 나고 자랐다"며 "갑작스러운 사고 소식에 주민들도 놀라 A씨 집에 갔는데 가스 냄새가 너무 심해 돌아왔다"고 전했다.

1290가구가 사는 무풍면에는 A씨와 같은 1인 가구가 절반 이상이라고 한다. 

무주군 관계자는 "무주에는 홀로 사는 노인이 많다"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가구마다 보일러에 문제가 없는지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북 무주의 한 주택에서 가스중독 추정 사고가 발생해 일가족 5명이 숨지고, 1명이 의식을 잃은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됐다.사진은 해당 주택의 기름보일러(전북소방본부 제공)2022.10.9/뉴스1


경찰은 사고가 발생한 주택 보일러실이 외부가 아닌 내부에 설치돼 있었던 것으로 미뤄 연통이 터져 가스가 누출되면서 일산화탄소가 집 안으로 유입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합동감식을 통해 보일러를 틀어놓고 배출가스가 어디에서, 얼마나 나오는지 측정했다"며 "방 옆에 보일러실이 따로 있는데 보일러는 정상적으로 작동이 됐고 연통 끝부분이 막혀 가스가 집 안으로 샌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A씨 가족이 발견됐을 당시 집 안에는 가스가 가득했으며 집 문과 창문은 모두 닫혀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보일러 연통에는 까맣게 그을린 자국이 있었고, 사망자들의 코와 입에서는 일산화탄소가 검출됐다.

앞서 전날(9일) 오후 4시45분께 전북 무주군 무풍면 한 단독주택에서 일산화탄소 중독 추정 사고가 발생해 집주인 A씨 등 5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A씨와 A씨 큰사위(64), 작은사위(49), 큰손녀(33), 작은딸(42·추정)은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발견 당시 거실에서 3명, 방에서 2명, 화장실에서 A씨 큰딸 B씨(57)가 쓰러져 있었고, 이들 몸에 외상은 없었다. B씨는 의식이 없는 상태로 원광대병원에 이송돼 현재 치료를 받고 있다.

소방당국은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A씨 아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이들은 사고 전날인 지난 8일 A씨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시골집에 모였다.

전북경찰청 과학수사계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사고 현장에서 합동 감식을 시작해 약 2시간 만에 완료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보일러와 연통을 중점적으로 살펴봤다"며 "유족 뜻에 따라 부검은 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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