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거부권' 제공한 카카오…'내 편' 뉴스만 좋아하는 확증편향 어쩌나

다음 뉴스 첫화면 노출 언론사 제외 기능 추가…"확증편향 우려"

'언론사 선택 기능'은 뉴스 추천 알고리즘 논란의 연장선

 

카카오가 모바일 다음 뉴스에 '언론사 선택 기능'을 추가했다. 모바일 다음 첫 화면에 노출되는 뉴스 언론사를 이용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기능으로 보기 싫은 언론사를 제외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카카오는 이용자 선택권을 넓혀 인공지능(AI) 알고리즘에 의한 뉴스 추천을 보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기능이 이용자의 확증편향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용자 개개인이 보고 싶은 언론사의 뉴스만 보게 돼 다양한 사회적 시각을 접하기 어렵게 될 거라는 주장이다. 특히 국내 뉴스 이용자들은 유달리 '나와 같은 관점의 뉴스'를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져 이번 '언론사 제외' 기능이 확증편향을 부추길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첫화면 노출 '제외'에 초점 맞춘 언론사 선택 기능

카카오는 지난 23일부터 언론사 선택 기능을 모바일 다음 뉴스에 적용했다. 이용자가 기사 제목 오른쪽 상단에 있는 '언론사 선택 기능'을 누르면 해당 기사를 제공한 언론사를 모바일 다음 첫 화면 뉴스탭에서 제외할 수 있는 기능이 제공된다. "이제부터 OO신문 콘텐츠를 모바일 다음 첫화면 뉴스탭에서 제외하시겠습니까?"라는 팝업창이 뜨고 제외하기 버튼을 제공하는 식이다.

해당 기능은 모바일 다음 첫 화면 뉴스탭의 '주요 뉴스' 영역에 반영된다. 10개 이상의 언론사를 제외할 경우 첫 화면에 노출할 기사가 부족하다는 알림이 오며, 이 경우 시간대에 따라 제외한 언론사의 뉴스도 보일 수 있다. 또 '피드 설정' 메뉴에서 제외한 언론사를 되돌릴 수 있다.

카카오는 "이용자분들의 선택권을 강화하고자 ‘언론사 선택 기능’을 도입했다"며 "콘텐츠 추천 시스템에 더 직접적으로 개인의 취향을 반영하고 싶다는 이용자분들의 의견을 반영한 개선"이라고 밝혔다.

◇포털 뉴스 배열, AI 추천 알고리즘 논란의 연장선

이번에 카카오가 도입한 '언론사 선택 기능'은 포털 뉴스 배열 논란의 연장선에 있다. 지난 수년 간 기사 유통과 여론이 포털의 뉴스 편집에 따라 결정된다는 지적이 지속돼 왔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기사를 접하는 창구가 양대 포털 사이트로 좁혀진 탓이다. 카카오와 네이버는 이 같은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AI 알고리즘을 통한 뉴스 추천 기능을 강화해왔다. 사람이 아닌 AI를 통한 뉴스 배치를 강조하며 논란에 대응해왔다.

카카오는 2015년 6월 개인 맞춤형 뉴스 추천 알고리즘 '루빅스'(RUBICS)를 모바일에 도입했다. PC버전에는 지난 2017년 4월부터 적용했다. 매일 언론사가 송고하는 3만여건의 기사를 AI가 600여건으로 추리고, 이용자의 뉴스 소비 방식, 성별, 연령대 등을 참조해 맞춤형으로 뉴스를 보여준다.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그룹이 많이 본 콘텐츠를 추천하는 협력 필터(CF, Collaborative Filtering) 기술을 바탕으로 클릭수 지표(CTR), 열독률 지수(DRI) 등을 연계해 이용자가 관심 가질만한 기사를 예상해 추천해주는 식이다.

카카오는 2015년부터 개인 맞춤형 뉴스 추천 알고리즘 '루빅스'를 다음 뉴스에 적용해왔다. (카카오 제공) © 뉴스1


네이버는 2017년 2월 모바일 뉴스 일부에 AI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 '에어스'(AiRS)를 적용, 순차적으로 확대해왔다. CF 기술과 더불어 딥러닝 기반 인공신경망 기술 RNN을 추가 적용해 개인의 뉴스 소비 패턴을 학습해 맥락에 따라 뉴스를 추천하도록 했다. 네이버는 2019년 4월부터 자체 편집을 없애고 모바일, PC 버전 뉴스 기사 배치에 AI 추천을 전면 적용했다. 또 모바일에서는 이용자가 구독한 언론사가 직접 편집하는 영역과 에어스를 통한 개인화 추천 기사가 노출되는 영역 두 가지로 뉴스를 배치했다. 2018년 일명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이 사람을 통한 뉴스 편집을 없애고 AI 추천 알고리즘을 전면 도입하는 계기가 됐다.

양대 포털이 AI 추천 알고리즘을 전면 도입했음에도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논점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AI 추천 알고리즘이 개인 맞춤형 기사만 보여줘 '필터버블'을 조장한다는 논란이다. 필터버블은 인터넷 정보제공자가 이용자 맞춤형 정보를 제공해 필터링 된 정보만 이용자에게 도달해 편향된 정보에 갇히는 현상을 말한다. 이용자가 자신이 보고 싶은 뉴스에 갇혀 정치·사회적 문제에 있어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확증편향'이 강화될 거라는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한 포털공정대책특별위원회 위원들이 지난해 10월 14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본사를 방문해 쇼핑 ·뉴스 검색 알고리즘 조작 의혹에 대한 간담회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0.10.14/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이와 함께 알고리즘의 투명성 논란이 불거졌다. 특히 지난해 9월 네이버 부사장 출신 윤영찬 의원이 보좌진에 '다음'의 뉴스 편집에 불만을 토로하며 "카카오 들어오라고 하세요"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장면이 포착돼 알고리즘이 투명하게 작동하는 것 맞냐는 논란이 정치권을 달궜다. 또 최근 한 매체가 네이버 뉴스 추천 알고리즘이 이용자 성향과 무관하게 보수·중도 매체 위주로 기사를 추천한다고 보도하면서 알고리즘 투명성 논란은 재점화됐다. 이에 네이버는 뉴스 알고리즘을 검증하는 외부 검토위원회를 구성해 공개 검증을 받을 예정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카카오가 추천 알고리즘 논란이 자사로 번질 것을 우려해 이번 기능을 도입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카카오 관계자는 "수많은 이용자들의 각기 다른 취향과 니즈를 알고리즘에 일괄적으로 반영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언론사 선택 기능은) 이러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이용자에게 더 직접적인 선택 권리를 제공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이 기능은 2019년 11월에 'MY피드 탭'에 선 적용됐던 기능이고, 이번에 뉴스탭으로 확장 적용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확증편향 부추길 우려" vs "확증편향 가늠 어려워"

알고리즘 투명성 논란과 별개로 이번 기능을 놓고 일각에서는 필터버블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온다. 보기 싫은 뉴스를 제외할 권한을 이용자에게 줄 경우 필터버블 현상이 가속화될 거라는 지적이다. '제외하기'에 초점이 맞춰진 언론사 선택 기능은 구글 뉴스 서비스 기능과 유사하다. 개인화된 뉴스 추천 기능을 제공하는 구글 뉴스 앱에도 특정 매체의 뉴스를 추천 탭에서 모두 숨길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하지만 이와 함께 '비슷한 뉴스 더보기', '비슷한 뉴스 적게 보기' 등 개인의 취향 정보를 보정할 수 있는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

특히 국내 뉴스 이용자들은 유달리 '나와 같은 관점의 뉴스'를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보수, 진보 등 정치적 성향이 뚜렷한 사람일수록 나와 같은 관점의 뉴스 선호도가 더 높다. 정치적 편향과 뉴스 이용 편향이 '정비례'한다는 뜻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참여한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0'에 따르면 국내 뉴스 이용자의 44%가 나와 같은 관점의 뉴스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이는 40개국 중 터키(55%)와 멕시코(48%), 필리핀(46%)에 이어 네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전체 40개국 평균인 28%와 비교해도 무려 16%포인트(p) 높은 비율이다. 반대로 '나와 반대되는 관점의 뉴스'를 선호한다고 답한 사람은 4%에 불과했다.

특히 정치성향 및 정치관심도가 이같은 뉴스 선호도에 영향을 미쳤다. '정치에 매우 많이 관심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70%가 같은 관점의 뉴스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정치에 대한 관심도가 적을수록 같은 관점의 뉴스 선호도가 점점 줄었고 '특정 관점이 없는 뉴스'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

또 국내의 경우 '보수'와 '진보' 같은 정치적 성향이 뚜렷한 사람들일수록 나와 같은 관점의 뉴스를 선호하는 비율이 높았다.

자신을 '매우 보수'라고 여긴다는 응답자의 경우 나와 같은 관점의 뉴스를 선호하는 사람의 비율이 무려 66%에 달했다. 반대로 '매우 진보'로 여기는 사람들 역시 55%가 나와 같은 관점의 뉴스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본인을 중도로 여기는 사람들은 겨우 38%만이 자신과 관점을 공유하는 뉴스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지난 2018년 네이버 기사배열공론화포럼에 참여했던 송경재 상지대 교양학부 교수는 "특정 언론사를 선택·배제하는 것 자체가 뉴스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며 "소비자 선택, 사용자 편의성을 높인다는 명분은 그럴듯하지만 뉴스를 일반 상품처럼 사용자에게 권한을 준다는 명목으로 특정한 입장을 배제했을 때 여론 다양성 측면을 뉴스 소비자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어 "알고리즘 보완이라고 했을 때 시민들이 뉴스를 볼 수 있는 다양한 뉴스, 많은 뉴스를 효과적으로 볼 수 있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지 특정 언론사를 취사선택하게 해선 안 된다. 필터버블에 갇혀 획일화된 뉴스만 소비하게 만드는 근시안적 발상이다"라고 짚었다.

2018년 11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 검토 위원회 결과 발표회가 열렸다. 2018.11.29/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카카오의 최근 모바일 뉴스 정책이 필터버블, 확증편향을 부추기는지 여부에 대해선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의견을 나타냈다.

한국인공지능법학회장을 맡고 있는 고학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확증 편향이 있는지, 있다면 어떤 상태로 나타나는지에 대한 것들은 학술적으로 명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다양한 시각이 담긴 뉴스를 이용자들이 고르게 접하게 하는 게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이 같은 추상적인 원칙을 구체적인 상황에서 구체화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또 "뉴스 소비자로서 본인과 관련 없는 게 나타나는 매체에 관심을 끄고 싶다는 맥락이라면 선택권을 주는 게 괜찮을 수 있지만, 보수·진보 등 이념이나 성향에 관한 측면에서 매체를 빼고 싶다는 맥락에 대해선 고민해볼 지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이용자의 선택권을 제공한 것이라 그 자체를 비판하기는 어렵다"며 "결과적으로 나타나는 확증편향은 예단하기 어렵고 확증편향은 특정한 이슈에 대한 사회심리적 현상이기 때문에 개별 이용자의 선택이 가져오는 효과를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개별 언론사 기사의 내적 다양성과 공급되거나 선택되는 언론사 수로 인해 발생하는 외적 다양성이 동시에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이어 "그러나 개인화가 가져오는 문제는 그동안 많이 지적됐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제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나 서비스가 축소되지 않도록 다원주의적 미디어 서비스 설계나 정책 추구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구독이나 선택이 아니라, ‘배제’ 방식을 택한 이유는 이용자의 다양한 니즈와 취향에 맞춰 플랫폼별로 다양한 콘텐츠 이용 경험을 제공하기 위함"이라며 "현재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구독과 선택을 메인으로 하는 새로운 콘텐츠 구독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필터버블 논란에 대해선 "추가된 기능은 이용자의 직접적인 선택을 바탕으로 개별 이용자의 취향을 더 많이 반영함으로써 각 이용자의 뉴스 선택 권리를 강화하는 기능으로, 뉴스 추천 알고리즘에는 기본적으로 확증 편향을 방지하기 위한 요소가 적용돼 있다"고 전했다.

카카오는 현재 모바일 다음 뉴스에 적용된 언론사 선택 기능을 향후 이용자 이용 패턴에 따라 PC까지 확대 적용할지 검토할 예정이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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