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路] 허무맹랑한 '대통령 백신 바꿔치기' 음모론…그 이면에는

 '대통령이 백신을 바꿔치기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3일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접종한 직후 이 엄청난 음모론이 '갑자기 툭' 튀어나왔다.

방역당국은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해 게시글 4건과 영상 4건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로 수사의뢰를 했다. 경찰은 문 대통령 백신 접종 의료진에 협박전화 및 문자가 쇄도한 것과 관련해서도 내사에 착수했다.

문 대통령의 백신 접종과 관련해 청와대가 가장 공들인 것은 '국민들의 백신에 대한 불안감 해소'였다. 대통령의 건강상태는 1급 기밀이기 때문에 비공개 접종을 할 수도 있었지만, 공개 접종을 하기로 결정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청와대는 지난 4일 문 대통령이 6월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 일정을 역산해 백신을 접종할 계획임을 처음 밝혔다. 당시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현재 질병청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접종하되 백신 선택권을 주지 않고 있다"라며 "문 대통령도 일반 국민처럼 백신을 선택하지 않고 접종을 하시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청와대는 지난 15일 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필수목적 출국자 예방접종 절차에 따라 23일 AZ 백신을 공개적으로 접종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23일은 65세 이상 AZ 백신에 대한 접종을 시작하는 첫날이었다. 6월 초중순 영국 출국일을 역산할 때 문 대통령 부부가 23일 이후 AZ 백신을 접종해도 시간적 여유는 있었다.

그러나 이날 백신 접종을 하기로 결정한 것은 AZ 백신에 대한 불안감을 불식시키기 위해서였다. 야당에선 앞서 지난달 26일 국내 첫 백신접종이 시작될 당시 대통령이 백신 1호 접종자가 돼야 한다고 공세를 펼치기도 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공무상 해외 출국에 해당하는 절차에 따르더라도 시기를 다소 늦춘다는 지 조정할 수 있겠지만 혹여라도 불안해하는 국민이 계실 수 있어서 대통령께서 먼저 팔을 걷으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신 접종 장소도 대통령 전담병원인 국군서울지구병원이 아닌, G7 정상회의 수행원들과 함께 접종을 받겠다는 문 대통령 부부의 의사에 따라 종로구 보건소로 장소를 정했다. 질병청은 종로구 보건소를 G7 출국 대표단 예방접종 실시기관으로 지정했다.

문 대통령은 백신 접종 후 이튿날인 24일 함께 AZ 백신을 접종한 참모진들의 건강상태를 직접 살폈다고 한다. 이후 '백신 체험기'를 SNS에 올려 접종 후 미열이 있어 대비 차원에서 해열진통제를 먹었다는 사실과, 지병인 '고혈압'을 고백하면서 "혈압에도 아무 영향이 없는 듯하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함께 접종받은 11명 모두 아무 이상이 없거나 가벼운 미열이나 뻐근함 정도가 있었다는 것이 전부"라면서 참모진들의 상황도 공유했다. 대통령이 직접 자신의 건강상태에 대해 언급하는 것 역시 굉장히 이례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서울 종로구보건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아스트라제네카(AZ)사의 백신을 맞고 있다. 2021.3.23/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허무맹랑한 음모론으로 치부하기에는…국가안보와 직결되는 중대사안

"이제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은 끝내주시기 바랍니다"

청와대와 문 대통령이 주력했던 '백신 불안감 잠재우기'는 이후 확산된 '음모론'으로 순식간에 가려졌다. 백신 접종 일정 이후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문 대통령에게 접종한 백신을 간호사가 바꿨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유튜브, SNS를 중심으로 '문 대통령 백신 바꿔치기 논란'으로 확대 재생산 됐다.

백신을 추출한 주사기에 뚜껑이 씌워져 있었다는 사실과 더해 칸막이로 가려진 상황이 음모론의 '근거'로 작용하며 빠르게 확산됐다. 급기야 방역당국이 "주사기 바늘이 오염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해명하기에 이르렀다.

청와대는 이 '음모론'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한 마디로 "언급할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허위 주장에 대해 일일이 '해명'을 할 필요도 없다는 판단과 함께 황당한 주장을 믿지 않을 것이라는 국민에 대한 신뢰도 배경으로 한다.

사실 청와대로서도 할 말은 많다. 백신을 바꿔 접종할 것이었으면 애초에 공개접종을 하지 않으면 간단하다는 것이다. 칸막이의 경우 접종 장소가 협소해 촬영 등 동선 확보를 위한 것이었다. 더욱이 현장에는 참모진과 취재진, 종로구 보건소 관계자 등 다수가 있었다. '보는 눈'이 많았는 의미다.

여권에서는 이 말도 안되는 '음모론'이 확산하는 과정에서의 '언론의 역할'을 꼬집는다. 음모론이 음모론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확대 재생산되는 과정에 첫 의혹제기를 기사화하고, 이에 대해 당국에 해명을 전달하면서 '음모론'이 '논란'이라는 이름으로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언론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백신 불안감을 조성해 정부 여당 심판론으로 이어가는 야당의 행태를 지적한다. 당초 문 대통령의 '1호 백신 접종'을 요구했던 야당은 정작 문 대통령이 백신을 접종하자 "국민은 맞고 싶어도 '백신 보릿고개'에 허덕이고 있다"며 '특혜'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3일 서울 종로구보건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아스트라제네카(AZ)사의 백신 접종을 위해 예진표를 받아들고 있다. 2021.3.23/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 구축'…겸손하게 민심 살펴야

국가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킬 의무가 있다. 이를 위한 정부 정책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이 신뢰가 무너지는 것은 곧 국가 안보가 흔들리게 되는 중대한 사안이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상황에서 정부 정책을 믿고 마음을 모아 어려움을 이겨내는 데 집중해야 한다.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허위 정보나, 이를 기회로 정쟁의 도구로 삼는 것은 국가 안보에 치명적이다.

이 때문에 허위 사실을 퍼뜨린 사람에 대한 처벌로 경각심을 불어넣는 것도, 정치권이 국민 건강에 대한 불안감을 조성하는 언사는 조심해야 한다는 데 힘을 합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 정책에 대한 굳건한 '신뢰'가 있었다면 이러한 '음모론'으로 흔들리지 않았을 것이라는 자성이 따라야 한다.

집권 초 80%를 넘은 지지율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굳건한 신뢰의 상징이었다. 지난 총선에서는 여당의 180석 '압승'으로 또 한번 신뢰를 보냈다. 정부 여당의 정책에 대한 '무한 신뢰'였다.

집권 후반기 대통령 지지율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 하더라도, 집권 초 '무한 신뢰'를 받던 상황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과거의 영광에 취해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여전히 '정치 공세'만으로 방어하는 고고한 태도를 고수하기에는 지지율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음모론을 '특정 세력의 일'이라고 치부하는 태도도 조심해야 한다. 백신 수급부터 접종까지 관리는 당국의 소관이기 때문이다. '가짜뉴스'를 유포하는 것을 막는다고 음모론이 사라질까. 백신이든, 정부 정책이든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뉴스포커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