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소년사건 30주기 풀지 못한 恨…"양심 고백만이라도"

사건 발생 30년만에 추모비 제막…"국회 차원 진상규명위 설치를"

 

"부모가 죽으면 땅에 묻고,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는데 그게 얼마나 뼈아픈 말인지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남몰래 이곳(와룡산)을 찾아 사랑하는 우리 아들 철원이, 호연이, 영규, 찬인이, 종식이 이름을 부르며 누가 너희들을 무엇 때문에 죽였느냐고 수없이 물으며 꿈에라도 알려달라고 했건만 대답이 없었습니다."

30년이 흘렀지만 유족들의 눈물은 마르지 않았다. 26일 오전 대구 달서구 용산동 와룡산 선원공원.

국내 장기 미제사건 중 하나인 '대구개구리소년 실종·암매장 사건'(개구리소년사건)이 발생한 지 딱 30년 되는 날 선원공원은 추모비(개구리소년 추모 및 어린이안전 기원비) 제막식을 찾은 인파로 붐볐다.

사건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찾아 안부를 묻는 인사말로 왁자지껄했지만, 하루아침에 생때같은 자식을 잃은 유족들은 "끝내 잡지 못한 범인이 양심고백이라도 해줬으면 원이 없겠다"며 한스러운 세월을 탓했다.

사건 당시 13세였던 우철원군의 아버지 우종우씨(73)는 "자식 잃은 죄 많은 부모가 무슨 말을 하겠느냐마는 개구리소년사건은 부실수사 의혹이 너무 많다"며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 '개구리소년사건 진상규명위원회'를 설치해 줄 것을 호소했다.

나주봉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시민의모임 대표도 "정부 차원에서 진상규명위원회를 설치하고 개구리소년사건 등에 대한 살인죄 공소시효 진정소급입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26일 오전 개구리소년 실종사건 30주년을 맞아 대구 달서구 와룡산 선원공원에서 열린 '개구리소년 추모 및 어린이 안전 기원비' 제막식에서 우철원(당시 13세)군의 아버지 우종우씨가 30년을 간직한 아들의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실종 전 가을운동회에서 밀가루 속 사탕찾기 게임을 마친 아들 철원이가 얼굴에 밀가루를 묻힌 채 해맑게 웃고 있다. 2021.3.26 /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개구리소년은 1991년 3월26일 대구 달서구 성서초교에 다니던 우철원(당시 13세), 조호연(12), 김영규(11), 박찬인(10), 김종식군(9)이 도롱뇽 알을 주우러 집 뒤쪽의 와룡산에 올라갔다 실종된 후 11년이 지난 2002년 와룡산 세방골에서 모두 백골로 발견된 사건이다.

경찰은 국내 단일 실종사건으로는 최대 규모인 연 35만명의 수색인력을 풀었지만 진범과 실종 경위를 끝내 밝혀내지 못했다.

한동안 잠잠하던 이 사건은 발생 11년이 지난 2002년 9월26일 실종 어린이들이 유골로 발견되면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당시 경북대 법의학팀은 예리한 물건 등에 의한 명백한 타살이라고 결론지었지만 2006년 공소시효가 만료되면서 현재까지 미제로 남아 있다.

법의학팀 결론에 앞서 당시 경찰은 실종 당일 내린 비로 기온이 내려간 점에 비춰 '저체온증에 따른 사망'이라고 결론 냈지만 경북대 법의학팀 유골 감정에서 사인은 타살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추모식에 참석한 일부 유가족은 경찰의 수사 부실을 성토하면서 사건의 내막에 대한 의구심을 떨치지 못했다.

2002년 9월 유골 발견 당시 달서경찰서장으로 수사를 지휘한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은 추모식 현장에서 "유족들에게 면목이 없다"며 머리를 숙였다.

한 유족은 "지금은 제가 잡혀가도 상관 없다. 유골 발견 시점이 군부대 이전과 맞물린 시기였다. 국가 기밀과 관련된 게 있어서 범인을 찾지 못하는 것이라는 의심을 여전히 지울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또 "유골 발견 당시 총알도 나왔다. 당시 법의학 교수님이 총알이 발견된 것을 경찰에게 보여주자, 경찰이 총알을 호주머니에 감추기까지 했다"며 "'총알 나왔는데 감췄다'는 유족의 말에 경찰이 나중에 비닐봉지에 든 총알을 공개했다. 유족들은 이런 점을 여전히 이해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아이들이 실종되고 나서 처음에 경찰에 신고했을 때 '돈 없어진 것 없냐'는 것부터 묻더라"며 "이유도 모른 채 죽임을 당한 아이들을 돈 훔쳐 가출한 아이들로 봤다"며 눈물 지었다.

26일 오전 개구리소년 실종사건 30주년을 맞아 대구 달서구 와룡산 선원공원에서 열린 '개구리소년 추모 및 어린이 안전 기원비' 제막식에서 우철원(당시 13세)군의 아버지 우종우씨가 아이들의 유골이 발견된 땅의 흙을 추모비 아래 뿌리고 있다. 2021.3.26/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개구리소년사건은 2019년 9월 화성 부녀자 연쇄살인 사건 진범이 밝혀진 이후 민갑룡 전 경찰청장의 지시로 재수사에 들어갔다.

대구시경찰청 미제사건수사팀이 재수사를 진행 중이지만 현재까지도 뚜렷한 단서는 찾지 못했다.

추모식을 찾은 김진표 대구경찰청장은 "유가족들에게 다시 한번 위로의 말씀을 전하며, 실체적 진실을 밝히겠다는 다짐을 한다"고 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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