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일 만에 미사일 쏜 北… 신형 SLBM 시험·핵실험까지 가나

'美항모 동원' 한미훈련 앞두고 보란 듯 무력도발 재개

"'핵무력 강화' 빈말 아니란 뜻… 빈도·수위 높아질 듯"

 

북한이 미국 해군의 원자력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CVN-76)이 부산에 머물고 있는 25일 한미 양국에 시위라도 하는 듯 탄도미사일을 쏴 올렸다.

이와 관련 북한이 이번 '레이건'함 입항을 계기로 26일 시작되는 한미 해군의 연합훈련 등을 빌미삼아 당분간 도발의 빈도와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있단 관측이 나오고 있다.

우리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6시53분쯤 평안북도 태천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1발을 쐈다.

북한이 이날 쏜 미사일의 비행거리는 600여㎞, 정점고도는 60여㎞, 그리고 최대속도는 마하 5(음속의 5배·초속 1.7㎞) 수준으로 분석됐다. 그 외 세부 제원은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 중이다.

이번 미사일의 제원만 보면 현재 실전배치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진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와 유사하다. 군 당국도 북한이 KN-23를 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북한은 통상 미사일 시험발사 때 2발을 연달아 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북한은 이날 미사일을 1발만 쏜 것은 기존 무기체계를 일부 개량했거나 새로 개발한 무기체계의 성능 평가 목적이었을 수 있단 관측도 나온다.

북한이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에 해당하는 탄도미사일을 쏜 건 지난 6월5일 SRBM 8발 '무더기 발사' 이후 112일 만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 도발 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RBM) 시험발사, 나아가 제7차 핵실험까지 점점 더 도발 수위를 높여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실제 최근 함경남도 신포 일대에선 북한이 신형 탄도미사일 잠수함 진수를 준비한 듯한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북한이 신형 잠수함 개발을 완료했을 경우 이를 이용한 SLBM 시험발사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이달 8일 최고인민회의에선 핵무기 사용 조건·원칙 등을 규정한 법령을 제정하기도 했다. 여기엔 사실상 우리나라에 대한 선제 핵타격 가능성을 열어두는 내용도 담겼다.

합참 관계자는 "최근 북한의 전반적 활동을 보면 (오늘 미사일 발사는)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지시한 '국방력 강화'에 따른 일정 속에서 시험발사나 무기개발 과정인 것으로 보인다"며 "추가 도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한미 양국 군은 26일부터 나흘 간 동해 수역에서 연합 해상훈련을 실시할 예정. 이번 훈련엔 미 해군의 '레이건' 항모강습단이 함께한다. 이번 훈련에 참여하는 레이건 항모와 순양함 '챈슬러스빌', 구축함 '배리'는 지난 23일부터 부산에 기항 중이다.

미 해군 항모가 참여하는 한미 연합 전력의 해상훈련이 한반도 주변에서 실시되는 건 북한의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가 잇따랐던 2017년 11월 이후 약 5년 만이다.
레이건 등 미 항모는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전략자산이다. 북한은 그동안엔 미군 전략자산이 연합훈련 등을 위해 한반도에 전개됐을 땐 해당 전략자산이 철수한 이후 무력시위를 감행하는 등의 방식으로 한반도 정세 긴장 고조 책임을 한미에 떠넘기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그러나 이번엔 미 항모가 한반도에 머물고 있는 와중에 도발을 벌여 "기존 대응방식과는 차이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은 '핵무력 강화'가 빈말이 아님을 대내외에 보여주면서 대내적으론 김정은 중심으로 체제를 결속하는 데" 이번 미사일 발사의 목적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미 해군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과 함재기들. 2022.9.23/뉴스1 © News1 김영훈 기자


양 교수는 "대외적으로는 미 항모의 한반도 전개 등 한미 확장억제력을 탐색하면서 SLBM 발사와 7차 핵실험의 '길 닦기' 의도도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미국의 '국가의전 서열 2위'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오는 29일 방한을 앞두고 있는 점도 북한이 이날 미사일 발사를 결정한 배경 가운데 하나로 거론된다.

해리스 부통령은 27일 일본 도쿄에서 진행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국장(國葬) 참석 뒤 우리나라를 찾아 윤석열 대통령과 회담할 계획이다. 이 자리에선 북한 핵·미사일 위협 등 안보현안도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사무국장은 "미 항모가 왔음에도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이상 앞으로 도발의 수위·강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며 "그동안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과 수해 등으로 여건이 좋지 않았으나 앞으론 북한의 도발이 더욱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북한이 연쇄 무력도발에 나설 경우 7차 핵실험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미 당국에 따르면 올 들어 북한은 2018년 5월 폐쇄했던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소재 핵실험장 내 3번 갱도 복구 작업을 모두 끝내고 이곳에서 핵실험을 실시하는 데 필요한 준비를 모두 마친 상태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7차 핵실험은 단거리탄도미사일 등에 탑재할 수 있을 정도로 소형화한 핵탄두의 성능 검증 목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이 핵실험에 앞서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각종 미사일 시험발사를 더 진행할 수 있단 관측도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북한이 앞으로 추가 도발에 나서더라도 내달 16일 개막하는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기간은 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이번 당 대회에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3연임'이 확정될 예정이다. 즉, "북한이 중국과의 협력관계를 고려해 당 대회 기간 중엔 도발을 자제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북한은 올 들어 이날 단거리탄도미사일을 포함, 그동안 각종 미사일 발사와 재래식 방사포(다연장로켓포) 사격 등 총 23차례 무력도발을 벌이면서도 앞서 2월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 기간엔 무력도발을 중단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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