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가빴던 '尹의 1주'…1.6조 투자 유치·IRA 선방, 韓日 관계 개선 첫발

영국-미국-캐나다 순방 마무리…英여왕 장례식 참석, 첫 유엔 연설, 미·일·독·캐 정상 만남

尹 "IRA 우려" 바이든 "잘 알아", 韓日 "관계 개선 공감", 캐나다 광물 공급…발언 논란 아쉬움

 

윤석열 대통령이 '5박7일' 일정의 영국-미국-캐나다 순방을 23일(현지시간) 마무리했다. 윤 대통령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 참석과 첫 유엔총회 기조연설, 미국·일본·독일·캐나다 정상과의 만남, 세일즈 외교 등 숨가쁜 일정을 소화하며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서의 역할을 약속하고 '경제안보' 분야를 직접 챙겼다.


이번 순방의 최대 관심사는 미국의 인플레감축법(IRA)에 대한 우리 측의 대응이었다. 미국이 지난 8월 발효한 IRA는 우리 돈으로 약 966조원의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데 '에너지 보안 및 기후 대응 투자' 분야에만 약 절반을 쏟아붓는다.


우리나라 전기차와 배터리는 이 분야에 영향을 받는다. 전기차를 미국에서 생산하고, 배터리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나라의 광물로 만들어야 하는 조건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배터리 생산 업체는 핵심 광물을 중국에 의존하는 등 현재 우리 기업들은 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 문제를 투트랙으로 접근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만남에서는 미국 정부의 협조를,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는 핵심 광물 공급망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국가안보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우리 업계의 (IRA) 우려를 바이든 대통령에게 설명했다. 이게 중요한 것"이라며 "여기에 대해서 바이든 대통령이 '잘 알고 있다'고 인정한 것, 그게 진전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정부는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상황(11월 중간선거)을 고려하면서 시행령으로 최대한 긍정적인 부분을 도출할 수 있도록 물밑 협상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뤼도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는 양국이 광물자원 분야에서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캐나다는 자동차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핵심 광물의 세계적인 생산국이다. 캐나다에서 수입한 광물로 배터리를 생산할 경우 미국 판매가 수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대통령과는 미국 뉴욕에서 '48초 환담'으로 야권으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대통령실은 환담 앞뒤로 영국 여왕 장례식과 바이든 대통령 주최 리셉션 등 연이어 세 차례 만남에서 양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간 논의했던 사안을 두 정상에게 충분히 확인해 성과를 거뒀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두 정상이 '금융 안정화'(유동성 공급장치 실행, liquidity facilities) 방안에서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유동성 공급장치의 실현을 두 정상이 확인한 자체만으로 미국이 우리의 외환시장에 호의적임을 보여준 대목이다.


최상목 경제수석비서관은 "유동성 공급장치는 다양하다. 이는 양국 외환 당국 간 협의를 통해서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통화 스와프도 양국 외환 당국 간 협의 대상이 되는 유동성 공급장치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기업의 적극적인 투자를 끌어낸 세일즈 외교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윤 대통령은 순방 기간 미국 뉴욕에서 △투자신고식 및 북미지역 투자가 라운드테이블 △디지털 비전 포럼 및 재미한인 과학자 간담회, 캐나다 토론토에서 △AI 전문가 간담회 등에 참석했다. 캐나다에서는 양국 기업 간 핵심 광물 협력 양해각서(MOU)가 별도로 체결됐다.


최 수석은 "첨단산업 분야 7개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11억 50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는 것,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중기부 장관이 참석하고, 또 대통령 순방을 계기로 한미 글로벌 벤처펀드에 2억2000만 달러가 결성된 것, 그리고 스타트업 서밋도 대통령 순방을 계기로 행사가 이뤄져 40여개 스타트업들이 총 1억 달러 정도의 투자 유치가 가능하게 됐다"고 말했다.


외교 분야에서는 여왕 장례식 참석과 유엔총회에 참석하며 취임 초반 다자외교의 발판을 마련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첫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국제사회가 직면한 위기들을 극복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하고,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한국의 책임과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윤 대통령은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자유'를 21번 언급하며 "국제사회에서 어느 세계 시민이나 국가의 자유가 위협받을 때 국제사회가 연대하여 그 자유를 지켜야 한다"며 "대한민국은 세계 시민의 자유 수호와 확대, 그리고 평화와 번영을 위해 유엔과 함께 책임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기조연설 직후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윤 대통령을 만나 "윤 대통령의 연설은 저희가 가진 생각과 전략, 가치를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다"며 "유엔은 윤 대통령의 구상, 개도국에 대한 지원, 디지털플랫폼 정부에 대한 공고한 연대, 그리고 이에 대한 압도적 지원을 약속하겠다"고 지지를 표했다.


2년9개월만에 열린 한일 정상회담은 경색된 양국 관계를 풀 첫 발을 내디뎠다는 데 의미가 있다.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문제 등 최대 현안에 대해서는 여전히 양국의 입장차가 확인됐지만, 양 정상이 현안을 해결해 관계를 개선할 필요성에 공감했다는 것은 관계 진전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대통령실은 회담 후 브리핑에서 "양 정상은 외교 당국 간 대화를 가속화할 것을 외교 당국에 지시하는 동시에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며 "아울러 정상 간에도 소통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또한 외국 정상들과의 만남에서 강력한 대북 공조 체계를 재확인했다.


다만, 윤 대통령은 순방 기간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짧은 환담 후 행사장을 나서면서 한 발언이 논란이 돼 아쉬움을 남겼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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