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미' 산업장관 "IRA로 한미관계 어려워지면 美 소탐대실할 수도"

워싱턴DC 1박2일 일정으로 방문해 美상무장관 및 상·하원 의원들 접촉

"정치·정무적으로 접근…美정부 내에서 어떤 식으로든 논란되도록 할 것"


미국을 방문하고 있는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0일(현지시간) 최근 한국 기업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육성법(CHIPS and Science Act)과 관련해 미 의회와 상무부 등을 상대로 정책적 문제와 오류를 지적하겠는데 집중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1박2일 일정으로 워싱턴DC를 찾는 이 장관은 이날 오전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IRA 걱정하느라 (비행기 안에서) 잠을 못 잤다"고 언급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 장관은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과 만나 기존과 다른 내용 및 방식으로 협상을 하려고 한다며 "우리 기업의 피해를 호소하거나 항의를 하는 것보단 미국의 IRA나 (반도체육성법의) 가드레일 조항이 경제 이론적, 정책적으로 어떤 문제와 오류가 있는 것인지에 대해 솔직하게 지적을 하고, 미 정부 내에서 어떤 식으로든 논란이 좀 되도록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미국 등 북미산 자동차에만 세금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IRA와 미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은 반도체 관련 기업들에게 10년간 중국에 대한 투자를 금지하는 반도체육성법(CHIPS and Science Act)의 가드레일 조항으로 인해 관련 한국 기업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한국 정부는 IRA와 반도체육성법 가드레일 조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측과 다양한 레벨에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 장관의 워싱턴DC 방문은 이달 초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을 찾은 이후 10여일 만이다.

안 본부장은 지난 7일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만나 IRA에 따른 한국산 전기차 차별 문제 등에 대한 양국간 협의 채널을 가동하기로 합의했고, 한미는 한국시간으로 지난 16일 화상을 통해 첫 실무회의를 진행했다.  

이 장관은 "통상교섭본부장은 일반적으로 통상 규범 등의 취지에서 얘기하겠지만 저는 장관이고 정무직이기 때문에 좀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는 입장"이라며 "정치적으로, 정무적으로 접근하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에 이번에 그런 역할을 해볼까 하고 왔다"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워싱턴DC에 머무는 기간 러몬도 상무장관을 비롯해 미 상·하원 의원들을 면담할 예정이다. 워싱턴DC 일정을 마치고 유엔총회 열리고 있는 뉴욕으로 향한다.

이 장관은 "제 생각에 (러몬도) 상무장관이 가장 영향력도 있는 것 같고, 저와도 카운터파트"라며 "지난 5월 조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에) 왔을 때 함께 정상회담에 참여했는데, 여러가지로 의견이 잘 맞는 그런 분"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IRA 문제는 결국 산업부 장관 수준에서 양국이 서로 입장을 확인하고 추후에 어떤 방향으로 나갈 것인지에 대해 정치적인 결정을 해야 하는 단계가 있다"면서 "지금 (윤석열) 대통령 (유엔총회) 순방을 계기로 와서 (러몬도) 상무장관과 얘기를 하러 왔다"고 말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해 특파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 장관은 이날 오후 특파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정무적 해법'과 관련해 "IRA 사안 자체만 갖고 접근하면 미국 정부로서도 크게 설득될 가능성이 많지 않다"며 "미국과 우리가 협력해야 할 다른 분야가 있고, 만약 IRA 같은 이슈로 우리와 관계가 어려워지거나 국내 여론이 안 좋아진다면 다른 큰 틀에서 접근에 상당히 정치모멘텀이 낮아질 수 있다, 소탐대실할 수 있다는 비유를 얘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미국 쪽에서도 그에 대한 반응이 있으리라 보는데, USTR이나 규범 관련된 부서 말고 백악관 등을 통해 그런 우려를 자기들끼리 공유할 수 있도록 그런 수준의 우려를 제가 얘기해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러몬도 장관에게 "규범에 얽매이지 않고 정무적으로 미국과 한국이 가야 할 큰 그림을 얘기하면서 이 문제에서 제약적인 요소가 나오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주문을 하면서 IRA 문제도 전향적으로 빨리 풀 수 있도록 하는 게 좋겠다고 촉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또 IRA 규정의 세계무역기구(WTO) 및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규범 위배 가능성을 지적하면서 EU 및 일본 등 피해 예상국들과의 공조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IRA 문제는 산업 전반에 영향을 주는 게 아니라 특정 기업에 영향이 포커스 돼 있기 때문에 그 기업 전략과 정부 정책이 잘 조율돼야 큰 효과가 나타난다"며 "(이러한 접근법을) 동시나 순차적으로 하거나 겹치게 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장관은 유엔총회 계기에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간 양자회담이 열릴 경우 IRA 문제가 의제에 포함될지 여부에 대해 "정상회담 의제에 대해 제가 말씀드리기 곤란하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제가 내일 (러몬도) 상무장관을 만나보고, 한번 노력해 보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한미 협의채널간 첫 실무회의를 가진 데 대해선 "잘 돌아가는 것 같다"며 "미국 쪽에서도 백악관과 국무부, 상무부, 에너지부 등 5개 부처가 참여하기 때문에 상당히 진정성이 있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실무적인 채널은 그대로 돌아가고, 거기서 최대한 우리 이익을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은 오는 11월 미국의 중간선거 전까진 결과를 도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과 관련해 "IRA의 본질을 잘 봐야 된다. 이것은 법이다. (그래서) 의회가 하는 것이기 때문에 행정부끼리 협상에서 의회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가 사실은 쉽지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법은 또 상당 부분 정치적으로 동기부여가 됐다. 정치적인 논리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경제 논리로 이 법을 풀어나가기가 쉽지 않다"면서 "이 법은 아주 즉석에서 빠른 시일 내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유럽연합(EU)나 한국, 일본 등 관련 이해관계국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못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법이 이런 몇 가지의 본질을 갖고 있기 때문에 행정부 차원에서의 해결 노력이 곧바로 법 개정으로 연결된다고 보기가 상당히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그리고 지금은 정치의 한복판이지 않느냐"라고 했다.

그는 "그렇지만 저희는 이제 꾸준히 계속 통상 규범적인 논리나 정무적인 논리, 경제 정책적인 논리로 압력을 가해서 소위 이제 군불을 때는 것"이라며 "그래서 아랫목이 뜨거워지도록 해서 (미국이)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다. 그게 제 노력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날 현대차 공장이 있는 앨라배마주 출신의 배리 무어 미 공화당 연방하원 의원을 만나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와 칩4 논의가 진행되는 등 다양한 면에서 미국과 한국이 참여하는 협력이 진행 중인데, IRA 문제가 생기면서 한국 언론이나 정부, 일반 여론이 미국의 이같은 노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전하면서 "이 문제가 꼭 해결돼야 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장관은 무어 의원에게 "미국의 하고 있는 공급망 강화 움직임이 포용적인 공급망이 돼야지, 그 안 멤버들에 대한 차별적 요소가 진행되거나 자국을 너무 우선하는 것으로 진행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이에 대해 무어 의원은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사정이 많이 바뀔 수 있다", "(공화)당 전체 입장은 이런 법에 상당히 부정적"이라는 입장을 보였다고 이 장관은 전했다.

이와 함께 이 장관은 미국 정부의 지원금을 받은 기업이 중국에 투자할 경우 보조금을 회수하도록 한 반도체육성법의 가드레일 조항과 관련해 "미국이 자국이 이익을 위해 전체 반도체 시장의 불안을 초래하거나 반도체 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는 미국에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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